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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19. 2022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치장에서도 흡연하는 신박한 방법

갑자기 유치장에서 팀장인 나를 급하게 보자고 하는데...

방배경찰서... 강력팀 당직 중에 주차된 차량에 벽돌을 집어던져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친 용의자로 20대 반의 A가 검거되어 왔다.

목격자들의 진술, 피해품, 동종 전과로 보아 범인임에 틀림없었다.


끽연권(?)을 위해 틈틈이 담배를 요구하는 A에게 담배도 권하면서 최대한 인권을 보장하며 신문을 마치고 유치장에 입감 하였다.


다음 날 오전 A가 팀장인 나를 급하게 찾는다는 유치인 보호관의 연락이 왔다. 순간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간혹 있는 다른 범죄를 제보 하기 위해 찾는 걸까 아니면 담당 형사한테는 말하지 못할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유치장에 들어갔다.


A가 있는 감방으로 가서 창살 너머로 대면을 했다.

무슨 일이죠? A씨?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던 나는 A의 대답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씨익~ 웃으며 한 그 친구의 대답은...

- 담배 좀 피우게 해 주세요~


그렇다. 많은 전과가 있어 유치장을 들락날락거렸던 A는 편법을 알고 있었다.


피의자는 최대 10일간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되는데, 중간에 추가 조사 등을 위해 출감 되면 부수적으로 담배도 피울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사식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안 피의자가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피의자 신문을 받던 도중에 옆에서 틈틈이 담배와 커피를 권하며 친절히 대해주었던 내가 만만해(?) 보였나 보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장난해요?”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유치장을 나왔다. 씁쓸했다.

나는 강력팀 근무를 포함한 25년 간의 경찰 근무 기간 동안 나이 여부를 불문하고 한 번도 민원인에게 반말을 해 본 적이 없다. 살인범이든 소년범이든 모두에게 존댓말로 응대해 왔다. 당연히 A에게도 존댓말로 친절하게 대했었다.


그 후, 검찰로 구속 송치된 A가 구치소에서 우리 팀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이번엔 담배를 피우게 해 달라는 것아닐 것이라 정말 중요한 범죄 제보를 하는 건가 싶어서 내심 기대(?)하면서 편지를 열어 봤다.


음... 뒤끝이 있는 피의자다!

그 담배를 피우도록 안 해줘서 인가, 우리 더러 일 열심히 하라는 충고 편지(?)였다.


그 당시 우리 팀은 단합대회 겸 바다로 야유회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조사하는 과정에서 팀원끼리 배낚시 이야기를 했었다.


그 말을 유심히 들었는지, "배낚시 갈 생각만 하지 말고 일이나 똑바로 하세요!"라는 취지의 편지였다.


굳이 그 구치소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편지를 보내준 정성을 봐서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나 보다.



@ 슬기로운 형사생활(20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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