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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14. 2022

베트남 호찌민 가짜택시를 추적하다.

(해외안전여행정보) 호찌민 떤선녓 공항에서는 가짜 택시를 조심해야 한다.

주재국 내에서 수사 활동은 금지된다. 하지만 내게는 형사의 DNA가 있는 지라...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수사 아닌 수사(?)를 하곤 했었다.



베트남에서는 가짜택시 사기 피해를 많이 당하는데, 외국인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도 피해를 종종 당할 정도로 교묘하게 조직적으로 사기를 친다.


호찌민 떤선녓(Tân Sơn Nhất) 공항에 도착하면 호객꾼들이 택시를 타라고 유인한다. 그중에는 대놓고 비나선(마일린 택시와 함께 호찌민에서 안전한 회사 택시 중 하나)에서 나왔다고 구라(?)도 치면서 속칭 가짜택시에 태워서는 밑장빼기나, 바가지요금을 잔뜩 씌우는 피해를 입힌다.

비나선 회사 측에서 제공해 준 가짜택시 사진, 전화번호가 진짜와 다르다.(진짜는 38 27 27 27)


이런 피해를 총영사관에 종종 신고하는데, 번호판도 모르고 직접 증거도 없어서 검거는 요원하여 공안과 만날 때마다 이런 피해 사례를 알리고, 예방에 힘써 달라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2018년 6월 어느 날.

용감한 여성 두 분, 이 모 양과 송 모 양이 피해 과정에서 동영상도 촬영하고 번호판까지 찍었다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참에 공안 측에 강력하게 처벌을 해 달라고 해야겠다 싶어서 동영상과 번호판 사진을 달라고 했다.


그 동영상은 택시 기사가 지갑을 뒤졌을 때 직감적으로 피해 당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10여분간 호텔로 가는 길에 기사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위주로 찍은 동영상이었는데, 확인 결과, 월드컵 시즌에 맞춘 축구 이야기 뿐이었다.

보복 당할까 무서워서 차 안에서는 지갑 속 돈을 세어보지 않고,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동영상만 찍었다고 한다.



범행 수법은 이랬다.

도착장을 나오자마자 제복과 같은 흰 와이셔츠에 신분증 목걸이를 한 아저씨가 오더니 택시를 탈 거냐고 묻고는, 그렇다고 하자 호텔을 알려 달라고 한다.

그 후 가짜택시로 안내를 한다.

이 호객꾼은 정식 허가를 받아 공항에서 렌터카를 소개해 주는 직원이다. 밑장빼기 조직에 손님을 안내해 주고 소개비를 받는 수법으로 역할을 분담한 듯하다.


그러면 밑장빼기 기술을 가진 기사가 차에 손님들을 태운 다음 공항을 빠져나가는 톨게이트 앞에서 톨비를 내기 위한 잔돈이 있냐며 "small money??", "small money??라고 계속 물으면서 경황이 없게 만든다.

톨게이트를 나가야 하는데 뒤에서 차들은 기다리지... 지갑을 뒤져 봐도 화폐 단위가 우리보다 훨씬 커서 (10,000동이 500원 정도) 잔돈은 잘 못 찾겠지...


그렇게 되면 손님들은 엄청 당황하게 되는데, 이 순간 기사는 차를 잠깐 옆에 정차해 놓고는 지갑을 휙 가져가서 세는 척하면서 100달러 같은 고액권 지폐를 빼돌린다.


그리고는 잔돈이 없다고 "No small money!" 하고는 돌려주고, 다시 다른 승객의 지갑도 가져가 같은 수법으로 빼돌리고는 회차로를 통해 처음 택시 탔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다음 그 기사는 내리고 다른 기사가 타서 결국 목적지까지 태워 준다.


이 사람들이 모두 한 조직인 거다.


처음 기사가 택시비로 20만 동(1만 원 상당)을 선불로 달라고 해서 챙기는데,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면 두번째 기사는 다시 요금을 달라고 해서 챙긴다.


이 두 여성은 호텔에서 하차하면서 번호판을 찍었는데, 그 기사가 번호판 사진을 삭제하라고 하자 삭제하는 척하면서 삭제했다고 하고 스마트폰을 보여주고는 서둘러 짐을 가지고 호텔로 들어갔다.

그 후 호텔에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130불 상당이 사라졌고, 총영사관에 신고를 했다.


돈을 떠나서 그 기사가 호텔 앞에서 계속 서성거리고 있어서 불안했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신고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레터를 작성해서 같이 공항에 있는 공안 지구대로 갔다.

공안 지구대 가는 길에 긴장도 풀어드릴 겸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여성 모두 32살.
이 양은 보험회사에, 송 양은 출판사에 다니다가 둘 다 회사를 그만두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머리 식히러 해외여행을 나왔다 한다. 캄보디아를 들러서 호찌민으로 온거고.
이 양은 눈썰미가 좋아서 한번 사람을 보면 잘 안 잊어버린다고 해서 같이 조직 일망타진에 나서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우리도 역할을 분담했다.

송 양은 차에서 대기하면서 그 호객꾼이 보이면 사진을 찍는 역할.

이 양과 나는 공항에 마중 나온 손님인 것처럼 도착장 앞을 수색(?)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오른쪽 끝까지 한번 쭉 걸어갔다. 그 호객꾼은 없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


이 양이 앗 저 아저씨예요 한다.

처음 볼 때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해서 확실히 기억한다고 했다.

기념사진(?)을 찍는 것처럼 거기 좀 서 보세요 하고는 호객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혹시나 그 사제 택시가 있나 둘러 봤는데, 없다.

차로 돌아왔더니 송 양도 이 양에게 저 아저씨 그 호객했던 아저씨 아냐하면서 동일인을 지목한다.


일당 중 한 명 확보!


공안 지구대에 당당히 찾아갔다.

피해 상황을 자세히 적시한 레터를 보여 주고, 이런 사례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 증거가 있으니 철저히 수사해서 강력히 처벌해 달라 했더니 오케이 하면서 현장에 가자고 한다.


그 호객꾼을 지목하자 바로 신분증을 빼앗더니 공안 지구대로 따라오라고 한다.

역시 베트남 공안은 참 막강하다. 자기가 그날은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했으나, 공안은 들은 척도 안했다.


그리고는 우리의 동일수법 전과자 확인 시스템까지는 못 미치지만, 동일 수법 전과자들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을 하나씩 보여 주면서 혹시 거기에 그 기사들이 있냐고 묻는다.

동일수법 전과자들의 사진을 DB화해서 수사자료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 DB에는 기사들이 없었고, 차적 조회를 해서는 차주를 오라고 한다.

차주가 도착하자 뭐라고 혼을 내고는 130불 상당을 그 자리에서 돌려준다. 다른 절차는 좀 미흡해 보여도 이런 점에서 공안은 참 막강하다. 

그리고는 조사를 마무리하고, 나머지 2명에 해서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한다.


용감한 두 여성 덕분에 이렇게 또 밑장빼기하는 택시를 검거했다.



두 분은 무이네(Mũi Né) 투어를 갔다가 귀국한다고 해서 오토바이 날치기교통사고 조심하고, 사막에서 미끄럼 탈 때 아이들에게 가방 맡기지 말라는 등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양은 눈썰미가 좋으니 경찰 시험 한 번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는데, 두 분 모두 이번 여행을 통해 재충전해서 일이 다 잘 풀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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