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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다 Feb 18. 2020

올해는 우리 조금 더 어색해지기로 해요


요즘 나의  관심사  하나는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과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있을까'이다.

사실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마트폰에 대해 이렇게까지 경계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경계는커녕 3 눈이나, 귀쯤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신체기관의 일부처럼 연결된 상태였다.


손에   있는 작고 가벼운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재밌는 소식을 쏟아냈고, 나는 정말 천천히 중독되고 있다는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끝도 없이 재밌는 이야기를 떠다 먹여줄  같았던 페이스북의 피드를 끌어당겨 새로 고침 해도 새로운 소식이 없어지면, 나는 유튜브를, 커뮤니티 , 인스타그램을 순회하며 흥미로운 이슈들을 찾아 어슬렁거렸다. 아침에 눈을  순간부터 눈이 피곤해 지쳐 잠들기 직전까지 온종일 작은 화면을 바라보는  일상과도 다름없었다.


 생활이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그다지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아니었다.

이름도 몰랐던 유튜버가 누구를 저격했다느니, 어떤 배우가 이혼소송을 했는데 누가 잘잘못을 했다느니, 인기 가수가 사실은 연애 중이었다느니 하는 것들을 도대체 내가  알아야 하는 건지 진심으로 의문이 들었을 뿐이었다.

 안의 작은 화면은  우주의 TMI 부지런하게 구해왔고,  모든 것을 소화시키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다.

나는 그때 너무 많은 정보에 체한 느낌이 들었다.

해가 갈수록 인터넷상에는 혐오가 넘쳐났고, 편파적이고 선동적인 게시글들에 휩쓸리는  파도에 떠밀리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이대로  년만  지나면, 정치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해 온전한  생각이나 의견 같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도 느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나와 스마트폰 사이의 간극을 벌리고,  간극이 좁혀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으며, 아직도  간극을 유지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게임, 커뮤니티를 지운 대신 요즘은 틈틈이 읽을  있는 얇은 주간지를 구독 중이다.

출처를   없었던 인터넷 게시글보다 조금  양질의 읽을거리가 필요할  같아 구독을 시작했는데, 사회 이슈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생각 정리에 도움이 돼서 만족하며 읽고 있다.

마음이 해이해진다 싶을 때는 각종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책이나 다큐를 찾아보기도 하고, 자제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때면 화면을 아예 흑백 모드로 바꾸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까지 지울 용기는 나지 않는다. 푹신한 침대에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는 즐거움도 포기하기 힘든   하나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스마트폰과의 간극을 벌리고 벌려  자리에 좋은 습관을 끼워 맞추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한다.


2020 올해가 끝날 무렵에  글을 다시 봤을 때는,
스마트폰과의 사이가 조금  데면데면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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