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와 밈을 많이 남발할수록 어째 언어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분노도, 슬픔도, 기쁨도 매번 그 농도가 제각각이다. 언어란 그 감정들을 가장 정교하고 예리하게 표현해 낼수록 그 깊이가 달라진다.
물론 매번 언어를 고심해서 고르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번거롭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선 어떤 상황이든 쓰기 좋은 유행어나 밈을 개발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든 쓰기 좋은 무난하고 유행인 컬러. 한 가지의 농도로 많은 감정을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편리하다.
언어라는 수많은 컬러칩이 있지만, 획기적인 다용도 만능 컬러가 바로 유행어와 밈이다. 어디든 쓸 수 있고 편해서 대강 느낌을 전달해 주는데 그것만큼 편리한 것도 없다. 손에 착착 붙는 색들만 쓰다 보면 어느새 쓰지 않는 언어는 말라붙는 물감처럼 변한다. 뒤늦게 쓰고 싶어도 쓰는 방법을 서서히 잊어버린다.
언어의 물감이 말라붙거나 아무 데나 던져둬서 당장 써야 하는 데 찾지 못하면 ‘그거.. 저.. 그..’라는 추임새만 입 안에서 맴돌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안 쓰는 단어 몇 개쯤 안 떠오르는 것쯤 크게 이상하진 않다.
다만, 무난한 색깔만으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는 감정과 상황은 점점 많아지는 걸 느낀다. 깊고 예리한 감정을 표현하기엔 무난한 색깔은 너무나 뭉툭하다.
밈을 쓰면 문장을 획기적으로 줄여도 의미전달이 빠르게 된다. 그렇게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만 쓰다 보면 점점 제대로 된 문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일에 서툴러진다. 그러니 언어라는 물감이 너무 간결하게 줄어들거나, 굳어서 말라버리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