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주엔 어김없이 핸드폰 스크린타임이 높아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핸드폰을 주로 숨을 돌리려고, 잠깐 쉬려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왜 핸드폰을 보면서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걸까. 왜 쉬면 쉴수록 더 기분이 가라앉고 공허해지는 걸까
작가 제니퍼 루덴은 ‘쾌락을 주면서도 실제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행동’을 그림자위안이라고 정의했다. 쉰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쉬지도 못하고, 오히려 에너지를 쓰면서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르게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다. 핸드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울해서 핸드폰을 본 건지, 핸드폰을 봐서 우울해지는 건지 점점 모호해진다.
분명 어딘가 허기졌거나, 나사가 풀렸거나, 고장이난 곳이 있는데 그걸 들여다보지 않고 눈을 돌린 채로 진통제만 먹은 꼴이다. 스크린타임은 내가 얼마나 많은 문제로부터 도망쳐 침대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는지를 체크해 줄 뿐이다. 분명 스크린타임 알림이 오면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