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하다 Jul 26. 2023

감정은 수동으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핀터레스트


최근 읽었던 심리학책에서 많은 심리 현상 중 유독 ‘리프레이밍 효과’가 머릿속에 계속 남았다. 리프레이밍은 ‘사실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도록 돕는다 ’라고 한다.​


이 말을 곱씹을수록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우리는 비슷한 맥락으로 ‘정신승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리프레이밍과는 다르게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섞여있다. 이 단어를 쓰는 상황은 어떨 땐 자조적이기도, 어떨 땐 냉소적일 때도 많았다.



어떤 면에선 처절한 리프레이밍이 아닐까



그래서 정신승리는 되도록 안 하는 게 좋다고(적어도 티라도 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건 진짜 승리가 아니니까. 비겁하게 가짜로 이기지 말고 현실에서 진짜로 이겨야 이긴 거라고 말이다.

출근은 출근일 뿐이고, 실패는 실패일 뿐이고, 불합격은 불합격일 뿐이니 응당 그걸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고 여겼다.​


정신 승리를 하고 싶지 않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음료를 흘리면 끈적거려서 짜증이 났고,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면 오늘의 재수 없음에 씨근덕거렸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막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내 기분을 맡기니 나는 말 그대로 기분을 당해야 했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짜증 나는 상황에 처하면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 기분인데도 내 의지가 아닌 게 분명했다.

상황에 끌려다니는 기분 자체가 지칠 때쯤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은 거라면, 일단 오늘이 좋은 하루였다고  생각해 버리고 이유는 나중에 찾아도 되지 않을까?



우선 ‘오늘은 좋은 하루였다’고 결과를 정해놓은 다음, 그 이유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 진짜 그런가?’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왔었다. 그건 마치 자동 설정된 내 감정이 수동으로 바뀐 것과 비슷했다.

배고프면 짜증 나고, 힘들면 예민해지는 대로 감정을 놔두지 않고, 내가 원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수동으로 감정의 필터를 바꿔줘야 한다. 감정과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내 기분을 다스릴 수 있다면 분명 내가 원하는 하루,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기분과 욕망을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난 지금 어떤 기분이 필요한지, 어떤 기분이 고갈되었는지. 필요하다면 감정의 필터를 다른 걸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