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5평 남짓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매장 안엔 작은 테이블이 두 개 있고, 창 너머로 기대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하나 놓여 있는 카페입니다. 두 개의 작은 테이블 중 유독 빨간색 테이블이 있는데, 그 옆 코너 공간에서 사장님이 커피를 내려 주십니다. 언제 들러도 커피 향이 신선하여 직접 원두를 볶는 작업장이 있으신 거냐고 여쭤보니, 그건 아니고 친한 원두 업체들로부터 그때그때 추천받아 소량씩 받아 온다고 하네요. 커피 편집숍? 같은 거랄까요.
자주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고 옵니다. 일찍부터 영업하신다는 게 참 좋습니다. 아침 작업이 있는 날이면 항상 들러 한 잔 합니다. 자주 들르다 보니 특별히 주문은 안 합니다. 창문 밖 의자에 앉아 있으면 최근에 들여온 원두로 내린 커피를 건네어 주시고는, 커피 설명으로 시작해 여행 이야기, 장사 이야기 등등…. 저는 추임새만 넣는 꼴이라 딱히 대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저의 2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조용히 채워 주십니다. 그 이야기를 라디오 삼아 들으며 저는 커피를 다 비우고 가게로 향합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서서 한 번 더 눈인사를 할 때쯤이면, 어느덧 사장님의 공간은 손님들의 소음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출근하는 사람들, 아이들 등교시키는 엄마 아빠들.
해의 시간이 끝나고 달의 시간이 되면 저의 공간에 소음이 채워집니다. 커피 사장님은 가끔 오십니다. 오실 때면 항상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오세요. 그날은 일하는 내내 맛 좋은 커피 한 잔을 함께하는 날이지요. 처음엔 이것저것 주문하셨는데, 이젠 “맛있는 거 아무거나 하나 해 줘.” 하시면서 맥주 한 잔 주문하십니다. 오늘은 마침 제주도에서 좋은 옥돔이 몇 마리 올라와서 소금간만 살짝 하고 비늘째 튀겨 드렸어요. 엄지를 보여 주시며 맛있게 드시니, 보는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제 엄지를 올려 드리니 웃음으로 답해 주시네요.
앞집 바리스타 아저씨의 미소에는 품격이 있습니다.
#ChetB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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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all in love too easily
I fall in love too fast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