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손님

by 만원식탁


Guns N’ Roses가 프린트된 검정 티셔츠를 즐겨 입는 바로 옆 가게 사장 누나. 이분만큼 사연 많아 보이는 분도 아마 없을 겁니다. 저랑 거의 영업 시간이 같은, 카페 겸 선술집 겸 칵테일바 겸 심지어 분식집 겸! 누나만큼이나 특이한 매장을 운영하시는데, 정작 영업 시간엔 자기 가게에 거의 계시지 않아요. 아침 일찍 나와 영업 준비를 마쳐 두고 직원들이 출근할 때쯤 바통 터치하듯 퇴근하시는 특이한 운영 방식. 퇴근이라고 하기엔 애매합니다. 저희 가게에도 자주 오시고, 주변 가게들을 어슬렁대며 근처를 배회합니다.


“사장님은 왜 맨날 밖에서 술을 드세요?”


조금 친해질 때쯤 한 번 물어봤습니다.


“직원들이 나보다 훨씬 예쁜데, 내가 뭐 하러."

“그래도 손님들이 안 찾아요?”

“처음엔 그랬는데, 이젠 그런 일도 없어.”

“하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다 나보다 잘하는데 뭐.”


허술하게 얘기하지만 이분의 가게는 이 골목에서 가장 멋지고 깨끗한 장소입니다. 미술을 전공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쪽 방면 문외한이 보기에도 여간 세련된 매장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지 방문하시는 손님들도 굉장한 멋쟁이들입니다.


“손님들 구경만 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직원들이랑 어페어만 안 생기면 됨.”

“그런 적이 있었나 봐요?”

“왜 기억 안 나? 작년 겨울에 바텐더 보던 애.”

“아, 키 큰 친구. 나도 무슨 배우인 줄 알았어.”

“단골손님이 하나 있었는데, 난리도 아니었어…”

“젊은 친구들이 그래야 청춘이지.”

“야! 사랑은 한 사람이랑만 해야지!”

“아?!”

“걔가 일은 참 잘했는데…”


“근데 일 보시고 집에서 좀 쉬지 왜 맨날 밖에서?”

“집에 가면 별거 있나. 너랑 놀고 있잖아.”

“맨날 아침부터 나오면서. 안 피곤해요?”

“잠깐씩 가게 갈 일 꼭 생기더라고. 알잖아?”

“직원들 잘한다면서?”

“뭐 떨어지면 사다 주고 망가지면 봐주고…”

“그치. 가게 오래되면 잔고장 나지.”

“나도 슬슬 고장 난다.”

“이거 드셔 봐요, 문어 튀김. 포항에서 온 거야.”

“오우! 그럼 오늘은 맥주로!”


누나 가게의 이름은 Night Train! 오늘도 6시가 되면 Guns N’ Roses의 Night Train 라이브 버전이 울려 퍼지고, 이 묘한 사장님의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됩니다.




#GNR

- Night Train


I'm on the nightrain

Bottoms up

I'm on the nightrain

Fill my cup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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