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릅니다. 잘 배우고, 잘 입고, 잘 먹고 다닙니다. 지적이고 위트가 넘치며 감각적이고 사교적입니다. 항상 많은 일행들과 다니십니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언제나 대화를 리드합니다. 저희 가게를 자기만 아는 맛집이라고 소개해 주시니 감사하긴 한데….
동행분들의 표정이 부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왁자지껄 즐거운 술자리인 건 맞는데, 뭐랄까 상하 관계가 느껴진달까요. 서로 존대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친구들인 건 맞는데요. 손님들 테이블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지만, 이 손님 일행이 오실 때면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일행보다 먼저 도착하신 날이 있었습니다. 테이블을 닦다가 냅킨에 끄적이시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손님도 제 눈길을 느끼셨는지 냅킨을 구기시고는 헛기침을 하시길래, “자주 오시죠? 감사합니다.” 하며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눴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가까워서요.”
“근처 사시나 봐요?”
“전 솔직한 편이에요.”
많은 지인들과 오시는데 늘 새로운 사람이 하나둘 함께합니다. 술잔이 오가고 손님들 목소리가 커지면 여러 대화들이 주방으로 넘어옵니다. 작은 공간에선 여러 말을 듣게 마련이지만, 가끔씩 그는 들으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 손님께 시시콜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럴 때면 특유의 표정으로 집중해 듣고선 어떤 답을 전합니다. 지인들은 고맙다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합니다.
계산은 반드시 직접 합니다. 지난번에 첫인사를 나눈 뒤로는 나가실 때 몇 마디 남기시곤 해요. 재료는 어디서 가져오시냐, 오늘은 튀김옷이 살짝 두꺼웠다, 오늘 국물 맛이 참 좋았다, 다음에 이런 것도 파시면 좋을 것 같다, 혹시 거기 가 보셨냐, 등등…. 그리고 끝인사.
“금방 또 올게요.”
#SoftCell
- Tainted Love
Once I ran to you
Now I run from you.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