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기억, 기억의 맛

by 만원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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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고기 맛을 찾을 수가 없다니까.”


길 건너 ‘우식이네’라는 소고기 전문 정육점이 있습니다. 그 가게 사장님이 가끔 놀러 오시는데, 자리에 앉으면 인사처럼 하는 첫마디가 ‘그때 그 고기 맛’에 대한 탄식입니다. 30년 전 장사 막 시작하고서 소고기 좀 잘한다는 집을 알게 되면 전국 어디든 찾아다니셨다는데, 언제 한 번 함평 우시장 근처 소고기집을 소개받아 갔었다고 해요. 정작 거긴 별로였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작은 구이집에 가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 고기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시골 장사하는 양반이 뭘 알고 숙성을 했겠어, 뭘 알고 구웠겠어. 하던 대로 했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게 흉내를 낼 수가 없어. 숯도 똑같은 걸 써 보고, 그 동네 소도 써 보고, 보이는 대로 이래저래 흉내를 내 봐도 안 나와, 그 맛이. 잘 구워서 한 입 씹고, 숨을 한 번 흥 하고 내뱉을 때 올라오던 그 고기 향을 잊을 수가 없어. 딱 한 번만 더 먹어 보고 싶어. 아쉽네, 아쉬워.”


듣는 제가 다 침이 돕니다.


“그 집 가서 드시면 되잖아요.”

“몇 번 더 갔지. 근데 그 맛은 역시 안 나더라고. 그리고 몇 해 후에 아들이 물려받았는데, 싹 가게를 고쳤어. 그러고는 나도 발 끊었지 뭐.”


평생 맛있는 고기만 드시고 다녔으니 입맛이 까다로울 것 같지만, 무슨 요리를 내어 드려도 잘 드십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입에 음식이 있는 동안엔 술을 드시지 않는다는 것 정도? 음식은 음식 맛으로만, 술은 술 맛으로만 드신다고 해요. 저희 가게에서 파는 소고기 메뉴는 우설구이뿐인데, 종종 주문해서 드십니다. 주문하실 땐 항상 밥 한 공기를 함께.


“김 사장네 우설은 위에 덮어 주는 이 무침 양념이 정말 맛있어. 밥을 떼고 먹을 수가 없다니까. 우리 같이 나이 먹은 사람도 항상 배워야 돼. 이렇게 주니까 고기를 뒤집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 면만 굽게 되더라고. 처음엔 왜 그런가 했는데, 윗면의 붉은색이 사라지기 시작하기 직전, 그 순간에 한 점씩 집어먹으니 그것 참 적절한 맛이더구만. 양념도 안 타고, 소스도 필요 없고.”


굳이 강요하지는 않습니다만, 요리마다 이렇게 드시면 가장 맛있을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도한 맛을 즐기는 손님을 보면 행복하지요.


“소고기는 어떻게 구우면 제일 맛있어요?”

“하! 그런 게 어딨어. 많이 먹어 보고, 자기 입맛 찾아 입맛대로 먹는 거지. 세상에서 고기 제일 잘 굽는다는 요리사 양반이 구워 준다고 모든 사람이 좋아할까. 맛은 그런 게 아니야.”


牛문현답이랄까요. 슬쩍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이 다 돌아가셨습니다. 오늘따라 기분도 좋아 말을 건넵니다.


“사장님, 어제 제주도 사는 친구가 돼지고기를 좀 보내줬는데, 다른 손님도 안 계시고… 좀 구워 드릴까요? 괜찮으시다면 저만의 구이법으로 올려 보겠습니다.”


‘좋지!’ 하고 호응해 주시며 고구마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는 ‘한우식’ 사장님. 오늘 퇴근은 꽤 늦어질 것 같네요.




#PattiAustin

- Smoke Gets in Your Eyes


Someday you'll find

All who love are blind.

When your heart's on fire

You must realize smoke gets in your eyes.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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