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i Driver

by 만원식탁


“저기요…”


띠링~ 하고 현관문의 종이 울리고는 지긋이 나이 드신 손님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엽니다.


“노량진에서 택시 타셨지예? 장 보고 나오시는 거를 제가 봐갔고예. 그 택시 기사입니더…”


오징어가 떨어져서 급하게 수산시장을 다녀왔는데, 그 기사님이었나 봅니다.


“아… 네! 덕분에 다녀왔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오징어 사셨지예. 오징어 보니까 너무 묵고 싶어 가꼬예. 실례가 되겠지만서도 아까츰에 내리신 데를 기억해 놨다가 이래 마 찾아왔십니더"

“실례는요 무슨. 근데 오징어를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 저희는 술집이라 꽤 맵게 볶아 드리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운전 때문에 술 드시기도 좀 그러실 텐데요.”

“마음 묵고 왔십니더.”


특별한 방문이 고마웠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죠. 크게 맛이 달라질 리 없지만, 평소보다 더 기합을 넣어 오징어볶음을 요리했습니다. 요리하는 동안 매장을 연신 두리번거리시더군요.


“자,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술은…?”


운전하시는 분께 하는 질문이 이상해서 어색하게 여쭈어 봅니다.


“마, 주이소. 오늘 마음 묵고 왔으니까.”


그렇게 소주 한 병을 주문하시고는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오징어볶음을 정말 맛있게 드십니다.


“특이하네예. 양푼이에 볶음을 줍니까?”

“아, 네. 처음엔 안 그랬는데요. 양념에 밥 비벼 드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여차하면 밥도 비벼 드시라고 아예 양푼이로 그릇을 바꿨습니다. 밥 한 공기 드릴까요?”

“그래예, 좋네예. 그라믄 마 한 그릇 부탁해도 될까예?”


마침 밥도 막 지었습니다. 갓 지은 밥을 잘 섞어 가운데, 특별히 더 맛있는 부분으로 한 그릇 가득 퍼 드렸습니다.


“사실은 지가예… 오늘 생일입니더. 마 이제 만날 사람도 없고. 그래도 생일인데 맛있는 거는 묵고 싶어서 안 그래도 마, 오늘 운전하는 내내 뭐 묵으까? 그것만 생각했다 아입니까, 허허"

“아이고! 이거 제가 귀한 술상을 차렸네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데, 괜히 눈시울이 붉어져 잠시 고개를 숙이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연세랑 비슷해서였을까요.


“어르신, 귀한 날인데 한 잔 올리겠습니다. 별건 아니에요. 일하면서 가끔 마시는 위스키인데요.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한 잔 받으십쇼.”


찬장에서 #글렌피딕 반쯤 남은 병을 꺼내 따라 드렸습니다.


“아… 이라믄 내가 찾아온 기 미안해지는데."

“아닙니다. 아버지 생각도 나고 해서, 제가 고마워서 그래요. 받으세요. 여기…”

“젊은 사람들 오는 데 괜히 와가꼬… 실례가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위스키 잔을 비우실 때쯤, 맥주 한 잔과 요리 하나를 더 주문하시고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셨습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그렇게 꽤 늦은 시간까지 조용히 당신만의 저녁을 즐기셨습니다.


“사장님, 지 갈게예. 오늘 정말 감사했십니더. 너무 맛있게 묵었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기사님께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문 밖에 대리 기사님이 와 계시더라고요. 대리 기사님과 퇴근하는 택시 기사님은 또 처음 보네요, 하하. 차에 오르시며 손 흔드는 모습이 보여 저도 미소로 답했습니다.


마지막 입 모양이… 아마 맞을 겁니다. ‘고마워’.




#전인권

- 걱정말아요 그대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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