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라져야지. 없어져야 돼…’
항상 바 끝에 앉아, 혼잣말인지 저라도 들어 주길 바라는 건지 푸념을 늘어놓으며 소주 한 병을 비우고 가는 손님이 있습니다. 매번 딱 한 병만.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되어 ‘김일병’이라고 부르는 손님입니다.
“왜 그래? 이번 달 많이 못 팔았어?”
“아니 뭐 못 판 건 아닌데… 많이 떨어지네요.”
“요즘 사람들이 차를 잘 안 사나?”
“모르겠어요. 쏘카를 타는지, 중고차만 사는지.”
“일단 이거 하나 먹어.”
입맛 돋우라고 새콤하게 조리한 닭고기 냉채 한 접시를 얼른 만들어 줬습니다. 고개를 끄덕하고 한 잔 한 잔 소주를 비워 갑니다.
“처음에 진짜 잘했는데, 씨.”
“그래도 실적 좋지 않아?”
“네네, 아주 못하는 건 아니죠.”
“그래.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하면 되지.”
“점점 남는 게 없어요. 이래저래 주고 떼고.”
“…"
“지금쯤 10대는 더 팔았어야 되는데… 씨.”
“차도 좀 잘 팔리는 동네가 있고 그런 건가?”
“동네 영향 많죠. 팔리는 차도 다르고.”
“좋은 지점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겠네.”
“네, 뭐 그런 것도 가능하죠.”
“자, 여기. 주문한 생선.”
벌써 반 병을 비웠네요. 생선 하나랑 먹기엔 소주가 좀 모자란 것 같지만, 아마 더 마시진 않을 겁니다.
“진짜 힘들어요. 그럭저럭 하는 것 같은데… 팀장은 맨날 뭐라 하지, 잘 사간 손님들도 가끔 전화 와서 희한한 소리 하지. 차 사러 오는 사람들 대하기도 점점 힘들고. 뭘 알고 물어야지, 어디서 무슨 소릴 듣고 오는 건지. 대답해 주면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무슨 시비 걸러 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사람들한테 막 못 하고 그렇지 않거든요. 아, 근데 오늘 같은 날은 진짜 너무 짜증이 나서…”
처진 어깨가 안쓰러워 보입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할 게 뭐가 있어. 힘내~”
소주 한 병, 마지막 잔을 비우고 생선 뱃살 부분을 크게 한 젓가락 떼어 먹고 일어납니다.
“김일병, 힘내. 필승!”
“고맙습니다. 또 올게요. 수고하세요.”
아직은 앳된 표정과 목소리. 힘없는 웃음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피로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기합이 있습니다. 김일병, 앞으로도 수없이 저 모습으로 돌아오겠죠.
#MrBig
- Wild Wolrd
Oh baby baby it's a wild world
It's hard to get by just upon a smile
Oh baby baby it's a wild world
I'll always remember you like a child girl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