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 오니기리

by 만원식탁


일주일에 한 번 휴식. 여름 휴가 5일, 겨울 휴가 5일. 그 외엔 출근. 규칙적인 일상을 삽니다. 다만 매해 여름, 딱 한 번 이틀을 더 쉽니다. 이유는?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푸드필름페스타 때문이에요! <BFFF> 라고도 하는 부산의 음식 영화제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 한 번 단골 손님께서 알려주신 게 인연이 되었네요.


"사장님 영화 좋아하지?"

"네, 뭐. 조금. 어떻게 아셨어요?"

"입구 벽에 저 포스터. 저런 영화 좋아할 정도면 보통은 넘는다고 봐야지."


매장 입구 벽에 <남극의쉐프> 영화 포스터를 붙여놓았거든요.


"아, 매니아 수준 까지는 아니고요. 아무래도 요리가 주제인 영화에는 눈길이 가죠?"


마침 완성된 라멘을 내어 드립니다.


"으아~ 국물 좋다! 남극의 쉐프 영화에서도 그 박사들이 이 라멘을 그렇게 먹고 싶어했잖아, 하하. 혹시 그러면... 사장님은 부산에서 하는 음식 영화제 하는 거 가본 적 있어?"


라멘을 크게 한 입 드시고 맥주도 한 모금.


"부산에 푸드필름페스타라고 음식 주제인 영화들만 모아놓고 틀어주는 영화제가 있어. 언제 기회되면 가봐.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가 많다니까. 바다 보러 그냥도 가는데, 간 김에 회도 한 접시 먹고 영화도 보고. 좋잖아?"


그렇게 찾기 시작한지 벌써 5년째. 겨울이 끝나자마자 여름부터 기다리게 만드는 주말 외도입니다. 정말 좋은 영화가 많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랑하는구나. 하기야 음식이 곧 역사고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왜 진작 몰랐을까.


특히 작년 영화제에서 보게 된 <461개의 도시락> 이란 영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을 위해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던 아빠가 매일 싸주기 시작한 도시락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요. 놀라운 건 실화라고 해요.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인물이 존재하고, 아이를 위해 아침마다 만든 도시락 사진으로 채워진 인스타그램도 있습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혼란스런 아들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응원하는 아빠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떠나는 1박 2일짜리 일탈이기에 아무래도 과음을 하게 됩니다. 부산에는 구석구석 노포도 많고 새로 생긴 맛집, 세련된 바도 많아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녀도 지루하지가 않아요. 그런데 사실 진짜 기대가 되는 건 다음날 아침입니다. 취기가 오른 채 마지막 밤 나들이를 마치면 '내일 뭘로 해장하지?' 고민하면서 잠이 듭니다.


부산답게 해장 메뉴도 다양하죠. 돼지국밥, 복어국, 지리탕, 밀면, ... 최근에는 제첩국도 즐겨 먹었습니다. 요즘엔 지도 검색도 잘 하지 않아요. 아침 산책 지역을 고른 후에 동네를 걷다가 느낌이 좋은 집의 문을 엽니다. 작년에 들렀던 가게가 기억에 진하게 남아있어요. 남포동 시장을 걷다가 고소한 향에 이끌려 우연히 들어간 곳은... 작고 허름한 토스트 가게!


말 그대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새겨진 시장 골목 토스트 가게. 낡은 기구들, 부서진 테이블, 덧쓰인 낙서, 빛바랜 사진. 시장 특유의 기름진 토스트를 한 조각 먹고 있는데 특이하게 콩국을 팔더라고요. 목적이 해장이니 바로 주문했습니다. 입안 가득 한 모금 마시니 취기가 스르르~ 풀리며 기운이 마구마구 회복되는 느낌.


서울로 올라와 다음 주 장사를 하는데, 그 기억이 너무 좋아 이 추억을 살린 메뉴를 하나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탄생한 메뉴가 바로 명란오니기리 입니다. 복잡하게 생각을 하다가, 영화 속 아빠가 싸주던 도시락이 힌트가 되었습니다. 밑간만 살짝 한 밥에 잘 구운 김, 품질 좋은 명란, 연어알, 잘게 썬 구운 마도 좀 넣었고, 마지막으로 와사비 살짝. 어느 새 인기 메뉴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제를 소개해 주신 그 손님은 잘 안 시키시네요.




#Adele

- When we were young


It was just like a movie

It was just like a song

This reminds me of

when we were young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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