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과 마라탕

by 만원식탁


"요즘 애들 진짜 마라탕 좋아한대요."

"야, 형은 어제도 먹었다."

"엥? 형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잖아요. 형은 진짜 먹으면 안 되는데..."

"어제 큰 딸 보는 날이었거든."


짜배기 한 잔을 쭉-!


"어쩔 수 있나, 그렇게 먹고 싶다는데. 마라탕 풀 코스로 쐈지."


형님은 이혼남입니다.


"자, 여기~"


형님이 가져온 참돔 서더리를 푹 고아서 매운탕을 끓여드렸습니다. 싱싱한 참돔 뼈 육수는 정말 맛이 좋습니다.


"내가 사시미는 너보다 낫지. 그런데 매운탕은 니가 진짜 잘 해. 하! 농담이야."


인정합니다. 형님은 낚시 잡지에도 여러 번 등장한 찐 프로입니다. 아마추어라고 부르기엔 어울리지 않아요.


"기사님, 맛 좀 보실래요? 이분이 잡아온 걸로 끓인 거예요. 재료가 좋아서 맛도 좋습니다."


양푼이 오징어 볶음 이후로 단골이 되신 택시 기사님이 힐끗힐끗 관심을 보이시길래 한 그릇 가득 담아 드렸습니다. 따뜻함과 뜨거움 사이 아주 맛있는 온도로.


"와아! 이거 진~짜 맛있네예. 고맙심더!"

"어휴 어르신, 별 말씀을. 맛있게 드십시오."

"큰딸 잘 지내죠. 아, 이번에 수험생이었나?"

"맞아. 얼마 전에 수능이었잖아. 그래서 어제 같이 강원도 다녀왔어."


기가 차서 물었습니다.


"따님이랑 여행 가서 낚시를 하신 거? 형님도 참."

"지혜가 데려가 달라고 해서 간 거야. 속초까지 가서 마라탕 먹었다니까."

"시험은 잘 봤대요? 미술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잠깐만."


검게 그을리고 주름진 눈으로 윙크를 날리시더니 주섬주섬 무언갈 꺼내십니다.


"짜잔! 지혜가 그려준 거다! 죽이지?"


멋진 강태공 그림 한 장.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 좋은 결과 있겠는데요?"

"어 사실.. 으음... 붙었대..."


50살 용띠 아저씨의 붉어진 눈시울.


"으흠 으흠. 주책이다야. 어휴. 어르신 한잔 받으시죠."

"참말로 예쁜 딸이네예. 축하합니다."

"한번 데려와요. 첫 술은 삼촌이 쏠게요!


짜배기 한 잔을 쭈욱 들이키고는 잠시 머금었다가... 꿀꺽.


"그래 고맙다, 고맙습니다. 데려올게. 술이 약하진 않을 거야. 지 엄마도 한 술 하니까."


사실 전 형수님이 동네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형님도 알게 된 거고요. 지금은 각자 따로 오시지만.


"지혜 고1 때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지. 딸이 괜찮다고 그러는데. 말이 돼 그 예민할 때. 근데 이렇게 잘 컸어. 애들이 어른보다 나아. 평생 사죄하면서 살아야지."


스륵~ 택시 기사님의 책장 넘기는 소리.


"반성하세요."

"OK. 반성하자, 짠."


띠링~


어허! 오늘 무슨 날인가요? 옆 가게 사장 누나가 들어오십니다. 오늘은 웬일로 본 조비 티셔츠를 입으셨네요.




#BonJovi

- I Got the Girl


When the wicked world

starts bringing me down

I tell myself that

I am one lucky guy.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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