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by 만원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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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미안해요.”

“그렇지 뭐. 어쩔 수 없지. 근데 넌 그 인기 작가를 무슨 자신감으로 섭외하겠다고 한 거야?”

“친해, 진짜. 엄청 친했는데. 밥 먹고 술 먹고 맨날 같이 놀러 다니고.”

“그게 언젠데?”

“4, 5년 전까지는 그래도 꽤 자주 만났어요. 그러다가 책 쓴다고 좀 뜸해지고. 그냥 그런 줄로 알고 있었죠.”

“너 지금 5년 전에 자주 만난 걸로다가 자신만만하게 섭외하겠다고 한 거야? 어이가 없네!”


‘띠링~’ 손님 네 분이 들어와 앉습니다.


“솔직히 말해 봐. 연락하고서 메일이든 메시지든 먼저 회신이 온 적이 있어, 없어?”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하하하.”

“야, 너 지금 삼전 주식이 얼마야?”

“20만원 됐나? 조금 빠지지 않았나.”

“삼전 오래 봐왔다고 5만원에 산다고 하면 누가 팔겠냐? 오늘 20만원 짜리 주식은 20만원에 사는 거야.”


‘띠링~’ 이번엔 두 분.


“그 친구도 지금의 상황이 있고 5년 전에 너랑 이리저리 놀러 다녔을 때랑 처신해야 되는 내용들이 다를 텐데. 얘는 똑똑한 것 같다가도 가끔 보면 어이가 없다니까. 일단 마셔.”


오늘 손님이 좀 많습니다. 계속 주문지가 밀려 들어오는데 손님들 드시는 속도 보면서 늦어지지 않도록 조절해 봅니다. 불판이 적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무례한 거라고. 시간이 흐르면 오르던 내리던 가치는 변해.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아.”

“흠...”

“상황을 파악했어야 돼. 그 친구도 그렇게 고생한 시간을 딛고 지금 귀한 기회를 만들고 있는 거잖아. 시간을 건너뛰어 버린 너의 친근함이 그 친구 입장에서는 몹시 부담스러웠을 거야.”


먼저 준비된 명란구이를 내어 드렸습니다.


“오뎅, 무조림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네 네, 천천히 하세요. 저희 시간 많아요.”

“무례했던 거야. 너나 나나.”

“생각해 보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젓가락으로 명란구이를 쪼개어 한 입 드십니다.


“내일 전화 한 번 할게요. 민망하지 않게 사과하고... 약속 한 번 잡아야겠네요. 사장님 여기 몇 시까지 하죠?”

“1시까지 합니다. 손님 계시면 좀 더 하고요.”

“아이고 사장님도. 그 시간이면 충분해요. 언제 한 번 데리고 올게요.”

“언제든지요. 저야 늘 감사하죠. 오뎅, 무조림 나왔습니다.”


맛있게 졸여진 오뎅, 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사장님, 위스키도 팔아요?”

“네. 종류가 많진 않은데 제가 좋아하는 거 위주로 몇 개 들여놨습니다. 리스트 보여드릴까요?”


작은 노트에 적힌 리스트를 내어 드렸습니다.


“글렌파클라스가 있네요. 이거 한 잔 주세요. 얼음은 괜찮고. 물 한 잔 같이 주세요. 고맙습니다.”


마침 새 병이네요.


“선배. 근데... 진짜 그게 그 친구 마음이라면 이해하고. 어쩌면 그 정도 관계였나 싶기도 해요. 난 안 그랬을 것 같거든. 내가 그였더라도.”


자정이 다가올 무렵. 그 손님은 그렇게, 진한 글렌파클라스를 깊게 한 모금 삼키셨습니다.




#FrankSinatra

- One for My Baby


You'd never know it but buddy,

I'm a kind of poet.

And I got a lot of things

I'd like to say.

And when I'm gloomy,

won't you listen to me?

'Til it's all talked away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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