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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Dec 03. 2022

헤독제를 찾아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Beatles

 책 한 권을 구입했다. 유홍준의 신간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 편 3(이하 서울 3)이 출간되었다. 대학원 시절, 나는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옆에 끼고 산과 궁궐 그리고 사찰 등을 찾아다녔다. 지금 서재에는 열여덟 권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새 책 냄새를 맡으며 서울 3권을 훑어보다가 작년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 편 5(이하 일본 5)이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를 놓치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날 저녁에 당장 일본 5권을 주문하려했다. 그때 아들이 택배로 도착했다며 책 한 권을 책상에 놓고 간다. 며칠 전 주문해 놓았던 책이었다.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은 쌓여가지만 정작 읽을 시간은 부족하다. 오늘만 해도 두 권의 책을 번갈아 가며 읽지 않았던가. 책을 깊게 만나기보다는 카트에 물건을 정신없이 담고 있는 쇼핑 중독자의 모습이였다. 이른바 속 빈 강정, 속 빈 지적 중독자였다. 결국 그날 일본 5권을 주문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논어를 읽고 난 후에도 행실에 변화가 없다면, 논어를 읽은 것이 아니라고. 글자를 구경했을 뿐 뜻을 마음에 담지 못했다는 의미다. 마치 나의 독서력을 알고서 말하는 것 같다. 나의 언행은 독서량에 비해 늘 초라했다. 오히려 어설픈 헛똑똑이가 되어 지적 교만함을 더할 뿐이었다.      


 코로나가 극성일 때였다. 딸 이름이 수신자로 표시된 택배가 하루 걸러 도착했었다. 저녁에 쇼핑에 중독되었냐면서 딸을 꾸중했다. 딸은 필요한 것들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리고 보니 현관에 무시무시한 총알과 로켓 배송으로 날아온 물건들이 매일 놓여 있었다. 퇴근할 때마다 도착해 있는 택배물을 볼때면 가족의 소비 중독이 걱정되었다.     


  일본 5권 주문을 중단한 것은 나또한 중독인가 싶어서였다. 물론 책과 일반 소비재는 다르지 않냐는 반문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중독을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서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정의 한다면 책도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약물, , 담배, 섹스, 쇼핑과 마찬가지로 무절제한 책 구입 또한 분명 중독일 터다. 게다가 우아함과 위선을 가장한다는 점에서 아주 고약스러운 중독이다.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는 중독을 은유적으로 노래하고 있다앞 자리의 철자를 조합하면 L.S.D라는 단어가 만들어진다. L.S.D는 대마초나 마리화나에 비할 수 없는 강력한 환각성 약물이라고 한다. 이 곡을 만든 존 레넌은 약물과 관계가 없는 곡이라며 L.S.D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존은 자신의 아들 의 유치원 친구 루시의 그림에서 악상을 떠올렸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비틀스 해체 후, 폴 메카트니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환각을 노래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른바 영국의 침공이라 불리는 비틀스의 미국 진출은 대중문화의 천지개벽이었다. 멤버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열광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소위 ‘비틀 마니아’라고 부르는 광란의 팬들은 비틀스 멤버들이 머물던 호텔 문고리까지 뜯어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들은 당시 자신들의 인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이 무렵부터 네 명의 리버풀 청년들은 약물에 손을 댔던 모양이다. 이들을 환각의 세계로 이끈 선지자는 밥 딜런이었는데, 그가 비틀스 음악에 끼친 영향은 컸다. 밥 딜런은 노랫말의 가치와 약물이 주는 예술의 세계를 알려 주었다. 당시 환각성 약물은 예술적 창작과 명상의 방편으로 은밀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어떤 음악비평가는 아이돌 수준의 비틀스가 아티스트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약물과 인도 명상의 덕이라고 평했다.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멜로디 라인과 코로스에서 몽환적이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곡은 비틀스의 음악성이 정점에 올랐음을 선포한 < Sgt. pe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수록되어 있다. 실험성이 돋보인 페퍼 상사 앨범과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잘 어울리는 콜라보다     


    <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는 여러 후일담이 전한다. 1974년 아프리카에서 발굴된 최초의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유골명이 루시’인데, 당시 루시를 발굴했던 학자가 비틀스의 이 노래를 듣고서 정했다고 한다. 또한 비틀스 팬인 자폐 아버지와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아이 엠 샘에서 나오는 딸의 이름도 루시. 작년에는 루시라는 탐사선이 다이아몬드 원반을 싣고 목성 소행성군으로 떠났다고 한다.     

 

 


자신의 기호를 즐기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근묵자흑'이란 지혜의 말은 새겨 볼 만하다. 순간 선택이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누적 결과에 따라 자연은 과한 욕망에 경고를 보내고 허용치가 넘으면 징벌을 내린다.      


 켜켜이 쌓여가는 책을 보면서 해독제를 찾아본다. 우선 깊은 선구안으로 책의 가치와 용도에 따라 도서관을 자주 애용해야겠다. 또한 아디지오 선율처럼 책을 읽다가 마음에 맴도는 문장 정성껏 적어보겠다. 지적 욕망이 아닌 절제된 독서의 힘을 길러야겠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말이다.  비우고, 비우는 것만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 길 위에 해독제가 있는 것이니, 그것을 찾아 나서야겠다.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The Beatles    

 

Picture yourself in a boat on a river

With tangerine trees and marmalade skies

Somebody calls you, you answer quite slowly

A girl with kaleidoscope eyes

강물 위 보트 안에 있는 너 자신을 그려봐

오렌지 나무와 마멀레이드 하늘 아래

누군가가 너를 부르면 넌 천천히 대답하겠지

만화경 같은 눈을 가진 소녀     


Cellophane flowers of yellow and green

Towering over your head

Look for the girl with the sun in her eyes

And she's gone

노란색과 초록빛의 셀로판 꽃들이

네 머리 위로 솟아나네

눈 안에 태양빛을 담은 소녀를 찾지만

소녀는 가버렸구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하늘에 있는 루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하늘에 있는 루시

루시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하늘에 있네


(이하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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