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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Feb 04. 2023

“문제는 공감력이야. 바보야”

< Lady Madonna >, The Beatles

 도서관은 포근한 곳이다. 가장의 무게를 벗어나면 도서관을 직장 삼아 출근할 생각이었. 재작년까지는 말이다. 개교기념일 덕분에 휴일이 되어버린, 햇살 느긋한 봄날이었다. 모처럼 근처 도서관으로 책 몇 권을 들고선 향했다. 평일의 도서관은 학생들보다 노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백발이 훤한 어르신들이 휴게실과 종합자료실 등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계셨.   

  

 도서관에 머무는 어르신 대부분은 할아버지들이었다. 할머니들은 도통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들 핸드폰 화면만을 응시하거나, 신문을 펼쳐놓고 있었는데, 턱을 괸 채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든 경우 있었다. 노령화 시대에 도서관은 길 잃은 어르신들을 품어주는 둥지가 되어 있었다.  많았던 젊은이들은 어디로 갔나 싶. 소위 말하는 뜨는 장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청춘들이 귀한 세상이. 이제 초고령 사회 속에서 도서관은 슬픈 위로의 공간이 돼버린 것만 같. 괜스레 마음이 심란해져 일찍 도서관에서 나왔다.    

  



 얼마 전 설날이었다.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딸이 심각하게 물었다. “아빠. 결혼하고 출산하면 직장은 어떻게 하지?”라고. 출산과 직장의 상관성에 대하여 별 생각이 없었던 나로서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문제라면 고작 방송을 통해서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딸에게 답할 수 없었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고령화 정비례 관계가 아닐까 싶.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사라진 세상이란 상상만으로도 우울하다. 마찬가지로 도서관 맴돌던 할아버지들의 고단한 군상을 보는 것도 그렇다. 그날 밤,  딸을 생각하면서 실타래처럼 꼬인 고령화와 저출산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찾아보니 출산율 높이기 위한 정부 방안은 주로 금전적 지원이었다. 자본의 논리에 기댄 발상인데, 돈이면 된다는 안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워킹맘이 편안하게 육아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구조일 텐데 말이다. 비효율적인 야간근무 폐지와 아이를 맡길 충분한 시설 확충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비록 서생(書生)에 불과하지만 나름 해법을 풀어본. 먼저 요즘 학교마다 늘고 있는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아이를 충분한 보육교사 확보도 포함된다. 더불어 사회적 동의를 통한 육아비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 들어 출산이 늘고 있는 선진국많다고 한다. 분명 진심으로 고민한다면 답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사회생활과 육아의 공통분모에 집중해야 한다. 그 지점을 제대로 짚어 갈 때만이 직장 여성들이 경력단절이란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 정책 집행자들에게 이런 처지인 딸이 있다면 해결의 실타래를 잡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돈이면 해결될 거라는 허상에서 깨어나기 바란.      


 우리의 워킹맘 고민은 1960년대 영국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비틀스는 < Lady Madonna >에서 워킹맘의 애환을 노래했다. ‘집안 돌아가는 꼴 좀 보소. 가방도 없이 도착하는 금요일 밤 일요일 아침은 수녀처럼 기어 오네요… 화요일 오후는 끝이 없군요. 목요일 밤에는 당신의 스타킹에 구멍이 났어요. 집안 돌아가는 꼴 좀 보소. 세상 어디나 직장 여성들의 고충은 비슷한 모양이다.     

< Lady Madonna >는 폴 메카트니가 작사, 작곡했다. 제목인 ‘마돈나’는 이탈리아어로 성모마리아를 뜻한다. 폴은 < 렛 잇 비 >에서도 마리아를 노래했는데, 어린 시절 가톨릭 신자였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마돈나가 성모마리아(st. Mary)인지, 암으로 사망한 폴의 어머니 매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떤 음악 평론가는 폴 메카트니에게 마돈나는 중의적이라고 했다.      


 < Lady Madonna >는 비틀스의 정규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1968년에 싱글로 발매되었는데, 전통적인 록&롤 방식과 재즈 리듬이 흥겹게 가미된 곡이다. 특히 인트로 부분에 나오는 경쾌한 피아노 반주는 인상적이다. 또한 보컬을 담당한 폴의 창법이 엘비스 프리슬리와 유사한 것도 흥미롭다. 백 보컬은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이 담당했고, 링고 스타는 늘 그러듯 열심히 드럼을 두드렸다. 이 곡은 영국 차트 1위, 빌보드 차트 4위를 기록했다.     


 < Lady Madonna > 를 듣다 보니 지금은 은퇴한 어느 정치인의 공약이 떠오른. 다시 생각도 설레는 그 공약은 저녁이 있는 삶이다. 근무를 마치고 식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는 평범한 일상이 저녁이 있는 삶이다.


 이러한 소소함마저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아이들 웃음소리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할아버지들이 고사리 같은 손주를 데리고 공원에서 햇살을 즐기는 그런 세상. 저녁에는 비틀스의 음악이라도 감상할 수 있는 삶의 여백이 허용되는 세상. 이런 낮과 밤이 허락된 세상만이 정답이다.     

  돈이면 될 거라는 꼰대 정책은 '노답'이다. 우선 워킹맘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 어렵다면 비틀스의 < Lady Madonna >의 우리말 가사라도 깊게 음미하시길...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때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말로 유권자의 마음을 샀다고 한다. 이를 살짝 비틀어 정책결정자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문제는 공감력야. 바보야”라고.      


< Lady Madonna >, The Beatles      


Lady Madonna, children at your feet

Wonder how you manage to make ends meet

Who finds the money when you pay the rent?

Did you think that money was heaven sent?

레이디 마돈나, 당신에게 매달린 아이들이

당신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당신이 내는 월세는 누가 벌어오나요?

혹시 돈이 천국에서 내려온다고 생각하셨나요?     


Friday night arrives without a suitcase

Sunday morning creeping like a nun

Monday's child has learned to tie his bootlace

See how they run

집안 돌아가는 꼴 좀 보소

가방도 없이 도착하는 금요일 밤

일요일 아침은 수녀처럼 기어 오네요.

월요일의 아이는 신발 끈 매는 방법을 배웠군요


(중략)     


Tuesday afternoon is never ending

Wednesday morning papers didn't come

Thursday night your stockings needed mending

See how they run

화요일 오후는 끝이 없군요

수요일 아침 신문은 배달되지 않았고요

목요일 밤에는 당신의 스타킹에 구멍이 났어요

집안 돌아가는 꼴 좀 보소     


Lady Madonna, children at your feet

Wonder how you manage to make ends meet

레이디 마돈나, 당신에게 매달린 아이들이

당신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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