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별로 비틀스의 대표곡을 추려본다. 봄에는 초록이 막 깨어난 듯 상큼한 < I will >, 더운 여름에는 흥겨운 리듬이 감겨오는 <All my loving >, 사색하기 좋은 가을에는 하프시코드가 잔잔하게 깔리는 < In my life >. 그렇다면 겨울을 대표하는 노래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두말하면 잔소리< Yesterday >이다.
1965년 8월 영국 블랙풀 ABC 극장. 무대에 나타난 조지 해리슨이 마이크를 잡고는 연주할 곡명을 소개한다. “저희는 한 번도 소개하지 않았던 곡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새 앨범에 수록된 노래입니다.” 이어서 꽃미남 폴 메카트니가 노래를 시작한다. 팝의 명곡 < Yesterday >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뛰어난 예술품의 탄생에는 꿈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 Yesterday >도 그러한 경우이다. 하루는 폴 메카트니는 꿈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듣게된다. 아침에 일어난 폴은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면서 꿈결에 들었던 선율을 완성했다고 한다. 폴은 작품을 완성하고도 멜로디가 워낙 좋아서 자신도 모를 무의식 중에 어떤 클래식 음악을 표절했나 의심했다고 한다. 훗날 폴은 또 다른 명곡 <Let,s it be> 역시나 꿈의도움을 받는다.
< Yesterday >는 1965년 발표된 < help > 앨범에 수록되었다. 처음 이 곡의 제목은 달걀과 우유를 섞어 만드는 요리 ‘스크램블 애그’였다고 한다. 노래 제목이 ‘스크램블 애그’이라니 상상이 되는가? ‘스크램블 애그~♪ 올 마이 트러블 씸소 화~러 웨이♬” 아휴, 한 소절만 생각해도 끔찍하다. ‘달걀 프라이’ 먹을 때나 어울리는 노래가 될 뻔했다.
< Yesterday >는 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지금껏 2500번 이상 리메이크가 되었으며, 각종 음악 전문지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곡으로 뽑았다. < Yesterday >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디선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 Yesterday >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유독 사랑하는 팝 음악이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를 바탕에 깔고 있는데,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우수 어린 감정을 클래식 선율이 감칠맛 나게 표현하고 있다. 요즘 SNS를 검색해보면 클래식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 Yesterday >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비틀스 음악에서 클래식 선율은 낯설지 않다. < In my life >에서도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 하프시코드가 연주되고, < Eleanor Rigby >의 경우에는 현악기 연주 위로 가사를 살짝 얹혀 부른 느낌을 준다. 심지어 <너르웨이 숲>에서는 인도의 전통 악기인 시타르 음도 들을 수 있다. 비틀스의 이러한 실험 정신이 이들을 전설의 밴드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비틀스의 이러한 음악적 분위기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영향에 힘입었다. 그는 비틀스의 음악 작업을 담당했던 비틀스 제국의 설계자다. 무명 시절 비틀스는 여러 음반 회사에 데모 테이프를 돌리며 자신들을 받아 줄 레이블을 찾고 다녔다. 이때 조지 마틴이 비틀스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오디션의 기회를 주었건 것이다. 비틀스가 공식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지 마틴은 가죽 재킷 대신 정장 차림을 하게 했고, 실력 부족 이유로 드럼 담당 피터 베스트를 하차시켰고 대신 링고 스타에게 드럼 스틱을 맡겼다.
조지 마틴은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어서 비틀스의 사운드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곡이 바로 < Yesterday >다. 대중음악의 팝 발라드와 클래식이 잘 조합된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팝 음악과 클래식의 콜라보 사례는 적지않다. 비틀스 음악을 가톨릭의 그레고리오 성가풍으로 노래한 경우도 있다.
팝 음악과 클래식을 이어주는 길목에 프로그래시브 음악이 있다. 실험적인 프로그래시브 음악은 클래식에도 귀를 열게 해준다. 딥 퍼플의< April >과 < Child in time > 같은 곡은 십 분이 훨씬 넘는 대곡이다. ‘존 & 반젤리스’나 ‘르네상스’와 같은 그룹의 노래에도 클래식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에머슨 레이크 & 파머’가 연주한 무소르그스키 대표 기악곡 < 전람회의 그림 >은 프로그래시브의 절정이다.
나의 클래식 입문도 프로그래시브 음악의 안내를 따랐다. 실험적인 앨범을 자주 듣다 보니 차츰 긴 호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력이 생겼던 것이다. 덕분에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곡이 주는 아름다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이 내게로 들어왔다.
특히 슈베르크의 < 미완성 교향곡 >은 내게 클래식의 세례를 베푼 결정적인 곡이다. 4악장이 아닌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은 평화로웠고, 마지막의 공허함마저 아름다웠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말러로 이어지는 고전음악의 향연 덕분에 내 삶은 풍요로웠다. 92.3 클래식 FM 방송은 음악 교사였고, 시향 연주회는 고단했던 내 삶의 음료수였다.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때는 마중물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범이 되는 선배나 스승 그리고 벗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행운이다. 소경이 소경을 안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 밝은 이들이 걸었던 길을 순하게 따르는 것은 후학의 자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 Yesterday >는 클래식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마중물인 셈이다.
한 해가 저문다. 추위에 옷깃이 저절로 감싸질 때면 < Yesterday >를 들어보자. 현악기 선율이 흐르는 < Yesterday >와 함께하는 겨울밤은 따스하리라. 그리고 익숙한 구절은 따라부르자. ‘예스터데이~♪ 올 마이 트러블 씸소 화~러 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