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또다시 상상하라.

< Imagine >, John Lennon

by 박신호

어둠 속에 촛불이 실거린다. 뒤이어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을 타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Imagine♪ there's no heaven.(천국이 없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존 레논이 만든 인류애의 찬가 < Imagine >이다. 촛불을 응시하면서 애잔하게 노래하는 사내는 줄리아 레논. 존 레논의 아들이다.

줄리안 레논은 아버지 존 레논과 어머니 신시아 파웰 사이에서 태어났다. 줄리안은 비틀스의 명곡 < Hey jude >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존 레논이 반세기 전에 베트남전을 반대하며 불렀던 < Imagine >, 이제는 그의 아들 줄리안이 우크라니아의 평화를 위해 노래하고 있다.


광주에서 큰일이 벌어졌던 1980년 늦가을. 기말고사가 가까웠던 무렵이었다. 저녁 뉴스에서 앵커가 비틀스 리더였던 존 레논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 보도 화면에는 팬들이 오열하고 있었다. 비틀스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존 레논을 몰랐던 나는 대체 누군데 이 난리지? 라며 신기해했다. 훗날 존 레논을 알게 되었고 그때 울먹이던 팬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존 레논은 비틀스 해체 후에도 왕성하게 솔로 활동을 했다. 음악적 라이벌이자 동반자인 폴메카트니가 멜로디 선율에 강점이 있었다면, 존은 무엇보다도 메세지 전달력이 탁월했다. 《러브Love》, 《스탠 바이 미stand by me》, 《스타딩 오버starting over와 같은 아름다운 곡은 존이 남긴 명곡들이다. 특히 찬바람 부는 겨울에 듣는 《stand by me》는 일품이다 .


존 레논에게 오노 요코와의 만남은 삶의 터닝포인트였다. 이들은 신혼여행으로 암스테르담 힐튼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 ‘침대 위의 평화’ 라는 베트남전 반대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닉슨 행정부는 이러한 존의 반전 운동은 커다란 부담이 되었다. 결국 존 레논은 미 행정부로부터 추방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고 법정에서 미 정부와 다투는 투사가 되었다.

1980년 11월, 존 레논은 숙소 앞에서 마크 채프먼이란 괴한으로부터 피격을 당해 사망한다. 그것도 오노 요코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괴한은 살해의 결정적인 동기가 < Imagine >때문이었다고 했다. 한때 존의 광팬이었던 마크 채프먼은 특정 종교에 광적으로 심취되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그는 “천국이 없다는 상상을 해요…우리 아래에는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에는 하늘만 있어요.”라는 < Imagine > 가사를 비판하는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고 했다. 그날 마크 채프먼은 존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자백했다.


존 레논이 < Imagine >에서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반종교, 반국가, 반권위, 반자본주의였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지상에서 만들어 보자는 평화의 찬가였다. 세상에 해를 끼치는 다수의 집단은 편견으로 무장된 경우가 많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던 그들에게 < Imagine >은 용납할 수 없는 메세지였다.


1985년에 영화 《킬링필드》가 개봉되었다. 인도차이나반도 공산화가 시대 배경인 이 영화는 이념에 빠진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구사일생으로 크메르루주의 폭력으로부터 탈출한 캄보디안 디스 프랜과 그를 구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뉴욕타임스 기자 시드니 쉔버거와의 실제 우정을 다루고 있다.

존 레논의 < Imagine >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난민수용소에서 상봉한 디스 프랜과 시드니 쉔버거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감격한다. 이때 스크린에서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존 레논의 < Imagine >이 흘러나온다. 명화와 명곡이 완벽하게 콜라보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식구들과 캄보디아 여행을 갔을 때 숱한 희생자의 유골이 보면서 영화 《킬링필드》를 떠올다. 관광 가이드 왈, 대학살 이후 캄보디아인들 학교와 공부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당시 크메르루즈가 지식인부터 체포하여 고문하고 살해했기 때문이라 했다. 극단적인 자본과 기득권에 대한 적개심이 만들어 낸 지옥도가 킬링필드였다.


이런 지옥도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뉴스를 듣다보면, 주말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는 촛불 시민과 태극기 부대의 집회로 긴장감이 팽배하는 모양이다. 양 진영 간에는 충돌 직전까지 이르는 땀나는 순간들도 있다고 한다. 서로를 향한 극단의 적개심이 공동체의 한계를 넘어서 심리적 내전에 치다른 것 같아서 우려된다.

몇 해 전, 덕수궁 앞 대한문을 지날 때였다. 마침 서울광장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그때 어느 할머니가 내게 다가와 집회 유인물을 건네 주는 것이었다. 안 받겠다며 거부의 손을 흔들자, 할머니는 욕쟁이 식당 주인처럼 걸쭉한 쌍욕을 해 댔다. 하지만 그 집회의 성격을 대충 짐작한 터라, 못 들은 척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하긴, 반대편 집회도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숱한 비방과 조롱이 난무했고 욕설과 울분으로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광장은 동물의 왕국이었다.


지난 새벽에도 우크라니아에서는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뉴스가 전하고 있다. 분노가 가득한 세상에 황당한 상상을 해본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 Imagine >을 합창하는 장면을 말이다. 물론 알고 있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엉뚱할지라도 이런 상상마저 포기한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꿈꿀 것인가?

작년 3월 한달간 서울 코엑스 전광판에는 "평화를 상상하라(Imagine peace)"라는 메세지가 떴다. 오노 요코가 존 레논의 유지를 받들어 전 세계 주요도시에 펼쳤던 캠페인이었다. 천국은 하늘에 있지만, 그 길은 지상에 놓여 있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평화를 상상한다면 그 길을 찾을 것이다. 상상이야말로 강력한 평화의 무기가 아니던가.


< Imagine>, John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천국이 없다는 상상을 해요. 당신도 한번 해보면 쉬워요.

우리 아래에는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에는 하늘만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사는 것을 상상해 봐요.

국가들이 없다고 상상해요. 어렵지 않아요.

죽일 필요도, 죽을 이유도 없고, 종교도 없다고 상상해 봐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삶을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 봐요.

내가 꿈만 꾸는 사람이라고 당신은 말할지 모르죠.

하지만 나 혼자만 그런 건 아니에요.

먼 훗날 당신도 나처럼 되고 세상은 하나처럼 될 거라 희망해요.

서로 소유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 봐요. 당신이 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탐욕이나 굶주릴 필요도 없어요. 모든 인류가 형제처럼.

모든 세상의 것들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내가 꿈만 꾸는 사람이라고 당신은 말할지 모르죠.

하지만 나 혼자만 그런 건 아니에요.

먼 훗날 당신도 나처럼 되고 세상은 하나처럼 될거라 희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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