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Eight days a week>,The Beatles

by 박신호

지난밤, 비틀스의 영화 <Eight days a week touring years>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어떤 해괴한 장면을 목격한 탓이었다. 그날 저녁 공원을 산책하던 중, 등 뒤로 어떤 여자의 간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엄마가 아프거든 옆에서 꼭 지켜줘야 해. 약속할 수 있지.” 얼핏 어느 모자간의 안쓰러운 대화라고 짐작했다. 애잔한 마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놀랍게도 아들의 정체는 강아지였다. 부탁을 받은 강아지는 코를 땅에 대고 킁킁거리고 있었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불가사의한 광경이었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목격담을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개와 인간이 같은 침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호텔과 유치원도 보내주고, 죽으면 장례식까지 치러준다고 했다. 비록 짐승이지만 생명이니 장례를 지내는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나머지는 해괴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산책길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보게 되는 강아지는 귀엽다. 마치 장난감이 움직이는 것 같고, 소복한 흰 털과 앙증맞게 내미는 작고 붉은 혀도 귀엽다. 또한 반려견의 대변을 치워주는 주인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겨운 장면일 수도 있겠으나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반려동물에게 정을 쏟는 만큼 인간의 정은 멀어지는 것 같다. 물론 타인과의 관계 설정은 에너지 소모가 크기 마련이다. 타인은 내 뜻대로 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얼굴을 마주하기보다는 문자나 SNS와 같은 간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인간 냄새가 물씬 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사 때는 떡을 돌리면서 이웃됨을 신고했고, 김장철이면 이 집 저 집 아낙들이 모여서 울력하듯 힘을 보태던 때가 엊그제 같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을 간섭으로 취급하는 세상이다. 마을 대신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인간보다는 꼬리 치는 반려동물로부터 손쉬운 교감을 얻고자 한다. 인심이 삭막해지면 벗은 물론이요, 가족과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좋았던 기억은 증발해 버리고 서운함이 대낮처럼 환하게 드러날 뿐이다.


천하의 비틀스도 이러한 인간사를 고스란히 밟았다. 리버풀 출신 네 명의 더벅머리들은 무명 시절과 비틀스로서의 성공을 얻으면서 애증의 세월을 쌓아간다. 영화 <Eight days a week touring years>는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그들의 풋풋한 우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비틀스 멤버들은 세계 대전을 겪었다. 독일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솟구치던 리버풀 거리를 배회하던 꼬마들 가운데는 존과 폴, 조지와 링고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가정적으로 유복한 처지가 아니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존 레넌과 일찍이 엄마를 잃은 폴 메카트니. 학업을 중단할 정도로 병약했던 링고 스타, 그나마 정상적 가정에서 성장한 것은 조지 해리슨이었다.


가난한 탓에 변변한 악기 마련도 쉽지 않았던 두 살 터울의 존과 폴. 이들이 음악으로 의기투합했던 때는 십 대 시절이었다. 음악의 기초지식이 부족했던 존으로서는 멜로디를 정확하게 연주할 줄 알던 폴은 사랑스러운 아우였다. 물오른 사춘기 시절, 존과 폴은 틈만 나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기타 연주를 하곤 했다. 훗날 이들의 우정은 모든 곡을 레논 & 메카트니 이름으로 발표하자는 약속으로 이어진다. 이 맹세는 밴드가 공식 해체하던 그 순간까지도 지켜졌다.

싸구려 카스바와 케빈 클럽을 전전하던 비틀스는 매니저 브라이언 앱스타인과 프로듀서 조지마틴을 만나면서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을 얻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느닷없는 인기몰이와 노련한 매니저와 카리스마 프로듀서의 눈치를 보기도 바빴지만 비틀마니아의 엄청난 열광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 시절의 비틀스를 담고 있는 영화 <Eight days a week touring years>는 2016년에 개봉했었다. 이 영화는 주로 이들의 공연에 대한 일종의 다큐 음악영화이다. 또한 제목인 <Eight days a week>는 1964년 비틀스의 히트곡이기도 하다. 당시 이십 대 초반의 그들이 일주일을 8일만큼 지내야 했던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나누던 우정을 스크린은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때 친했던 벗들이 떠올랐다. 불안하고 방황했던 내 청춘의 시절. 캠퍼스와 거리를 누비던 84학번 동기들. 눈 내리는 해안 초소에서 몸을 벌벌 떨며 담배를 나눠 폈던 선임. 뿐이랴. 코흘리개 시절. 구슬치기와 딱지를 치며 만화를 돌려보았던 벗들과 명절날 함께 음식을 기다리던 사촌들도 그립다.


가족이 아닌 반려동물에게 아픈 몸을 의탁하겠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구슬프게 생각된다. 외롭고 허전한 마음에게 권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하던 비틀스를 만날 수 있는 <Eight days a week touring years> 감상을 말이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소식이 뜸했던 친구나 친지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보시라. 문자질은 하지 마시고. 아마도 쨍하니 밝은 햇살이 당신에게 들어올 것이니.


< Eight days a week > - The Beatles

Ooh, I need your love, babe Guess you know it's true

Hope you need my love, babe Just like I need you

Hold me, love me Hold me, love me

I ain't got nothin' but love, babe

Eight days a week Love you every day, girl

Always on my mind One thing I can say, girl

Love you all the time Hold me, love me

Hold me, love me I ain't got nothin' but love, girl

Eight days a week Eight days a week

I love you


난 네 사랑이 필요해, 자기야 그게 사실인지 알 것 같아

내 사랑이 필요하길 바래, 자기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날 안아줘, 날 사랑해줘 날 안아줘, 날 사랑해줘

난 사랑밖에 없어, 베이비

주 8일 매일 널 사랑해, 걸

항상 내 마음에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girl

항상 당신을 사랑합니다. 날 안아줘, 날 사랑해줘

날 안아줘, 날 사랑해줘. 난 사랑밖에 없어

주 8일, 주 8일 /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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