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고 있다. 인문학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과학의 세계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작가는 무신론자라고 자처하면서 사후세계나 영혼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1.4 킬로그램의 우주, 즉 뇌에 의해서 존재할 뿐이라고 했다.
생각은 자유이니, 작가의 의견을 놓고 왈가불가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자신이 경험한 정보만큼만 판단하는 법이기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를 회백색 뇌에 국한하거나, DNA 숙주일 뿐이라는 도킨스의 설명 따위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단적으로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현실계로 돌아온 이들이 있다. 이들의 임사체험에 대한 기록 가운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도 있다. 특히 이븐 알렉산더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 베티 이디의 『그 빛에 감싸여』,아니타 무르자니의『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등은신뢰가 높은 임사체험서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서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암 발병 전까지의 자신의 이야기. 2부는 임사체험에 대하여 3부는 임사체험을 통하여 깨달은 놀라운 진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몇 해 전, 어느 대안학교 교사의 소개로 읽게 되는데 대략의 내용은 이러하다. 행복한 신혼을 맞이했던 아니타에게 암이 발병한다. 그녀는 림프암 환자였고 동서양의 여러 치료를 시도했지만 결국 생, 사의 문턱을 넘나들게 되었다.
아니타는 생을 놓으려는 순간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과 기쁨, 황홀경, 경외감이 내 안으로 나를 뚫고 쏟아져 들어왔고 나는 그 안에 잠겨버렸다.”(113쪽). 그녀는 비물질 상태에서 물질계를 바라보았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친구의 영혼을 만난다. 그녀는 생과 사의 경계선을 ‘에너지 차원에서 표시된 투명 문턱’이라 표현했다.
아니타는 비물질 상태에서 아버지 영혼과 함께 사후세계를 경험한다. 아버지의 영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딸아, 네가 아직은 집에 올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와 같이 집으로 갈지 네 몸으로 돌아갈지는 여전히 네가 선택한 몫이란다”라고 말한다. 결국 아니타는 현실계로 돌아왔고, 다음 날부터 의식을 회복하였으며 전신에 퍼졌던 암으로부터 극적으로 해방된다.
아니타는 임사체험 상태에서 “돌아가 두려움 없이 네 삶을 살아라!”는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울렸다고 한다. 새로운 삶을 얻은 그녀는 자신의 임사체험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주어진 사명임을 깨닫는다. 그 결과물이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인 것이다. 아니타는 암의 뿌리가 ‘두려움’이었다고 했다. 사실 두려움은 에고의 주 무기이다. 이는 열등의식과 관계 깊으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그 무엇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일이 벌어지도록 나를 ‘허용하기’만 하면 모든 것은 그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좋아요! 앞으로 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놓으셨든, 저는 열려 있습니다.! 이제 알겠어요”(200쪽)
두려움의 상극은 사랑이다. 아니타는 ‘우주의 생명력 에너지가 곧 사랑, 나는 그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우주의 중심이다. “우주 그물의 중심에 있는 나를 느끼는 것이 사랑이며, 이는 바로 자신의 위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191쪽). 여기서 ‘나’를 달리 표현하자면 참나이며, 우주의 진리다.
“내가 곧 사랑임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그것을 통해 나는 모든 두려움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나게 된 유일한 이유이다.”(231쪽)
'사랑'은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사랑은 빛으로 나타난다. 이 빛은 외부가 아닌 영혼이 안에서부터 발한다. 사랑의 빛은 모세처럼 직접 대면할 수도 있지만, 꿈속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 꿈에서 보았던 사랑의 빛은 그 어떤 빛보다 찬란했다.
아니타는 카이로스 시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우주는 내가 준비되어 있는 것만을 내가 준비된 ‘때’에 준다는 것이다.”(210쪽) 단순한 물리적 시간이 크로노스라면 우주가 허락해 주는 의미의 시간이 카이로스인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삶의 여정을 선사하는 것. 우주가 베푸는 사랑의 방정식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에서는인과의 법칙을 카르마가 아닌 균형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카르마가 아니 우주의 균형이라는 관점은 무릎을 탁! 하니 칠만큼 탁월했다. 책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행위함’과 ‘존재함’으로 구분했는데, 이들은 가각 두려움과 존재함을 뿌리로 한다는 설명도 귀여겨들어볼 만했다..
이상으로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지금 세상살이가 버겁다면,아니타의 임사체험을 읽어보시라. 신의 비밀을 잠깐 엿보는 스릴도 있거니와. 모든 것이 그분의 주관에 있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천국이란 장소가 아니라 상태임을 알았다." 아니타가 전하는 아름다운 깨달음을 담은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생과 사의 비밀번호가 "ㅅ ㅏ ㄹ ㅏ ㅇ" 임을. 죽음의 문턱을 건너온 자, 아니타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