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정신세계사 출판된 책을 부지런히 읽었다. 그 무렵 몇 해 동안 겨울마다 서울 나들이를 떠나곤 했는데, 정신세계원 방문이 주목적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하차해서 북촌을 어슬렁어슬렁 걸어갈 때면 왜 그리 신나던지. 공간 사옥이 나타날 때면, 멀리서 창덕궁 용마루의 늘어진 곡선이 보이곤 했다. 그렇게 촌놈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정신세계사를 찾아갔다.
당시 정신세계사가 있던 건물 지하에는 정신문화원이 있었다. 그곳에는 피라미드나 수정구슬, 티베트 싱잉볼 등 다양하고 희한한 명상 도구들이 즐비했다. 명상 CD도 많았는데, ‘도히터’나 ‘나왕 케촉’의 음반도 그곳에서 구입했다.
가성비를 따지며 책과 음반 그리고 소소한 명상 용품을 쇼핑할 때면 충족된 소유욕으로 행복해졌다. 더불어 점심식사는 반드시 근처에 있는 ‘비원’ 칼국수 집에서 했다. 그곳은 가히 천하제일의 칼국수 맛집이었으니, 이래저래 오감 만족 서울 나들이였다.
겨울방학 4주 동안 금요일 밤이면 새벽 기차를 타고 정신세계원으로 향했다. 타로카드와 점성술 수업을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강의 중 휴식할 때는 매장을 구경하곤 했는데, 어느 날 옅은 녹색 표지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요가난다 자서전 Autobiography of a yogi』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내용 목차와 수록된 사진을 본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초인생활』이나 『쿤달리니』와 같은 전설의 영적 도서들도 있지만, 『요가난다 자서전』은 가히 영적 도서의 최고봉이다.
『요가난다 자서전』은 상, 하권이 있었는데, 옮긴이는 김정우였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은 이 책의 최초 번역자가 목사라고 한다. 기독교 목사가 힌두교 서적을 번역한 셈이니, 흥미롭다. 이 책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고, 100여 개 대학에서 인도 문화 강좌 교재로 채택되었다. 또한 IT계의 구루(스승)으로 불린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에 저장되었던 단 한 권의 책이 바로『요가난다 자서전』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요가난다 자서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와 요가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필요하다. 요가는 인도의 정신수련법으로써 근원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힌두교 수행법이다.
요즘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의 요가 강좌는 몸동작을 익히는 하타요가다. 결코 요가는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법이 아니다. 언젠가 가톨릭 평생교육원 안내서에 실린 요가 프로그램에 웃음이 나왔다. 과연 요가가 힌두교 수행법인 것을 알고는 있는 걸까?
한편 요가는 단식과 아유르베다와 같은 치유 분야도 놀라울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 요가의 주요 경전으로는 판탄잘리의『요가수트라』와『베다경전』의 마지막 권인 「우파니사드」그리고 대하 서사물 『마하바라타』에 들어있는 「바가바드 기타」등이 있다. 특히「우파니사드」와「바가바드 기타」는 종교 불문하고 읽어야 할 영적 경전이다.
20세기 최고의 요가 수행자라 일컬어지는 요가난다는 어떤 인물일까? 그의 생몰 연대기는 1893년부터 1952년이다. 요가난다의 커다란 눈동자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은 일종의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요가난다의 죽음은 놀랍다. 이른바 마하사마디(죽음 또는 열반) 상태에서 20일이 지났지만, 시신은 전혀 부패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얼굴에 맑은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고 한다.
요가난다는 대성지 바바지와 라마히 마하시야 그리고 스리 유크테스와르의 제자로써 미국에 최초로 요가를 전파한 전령사이다. 마치 기독교를 전파한 바오로 사도처럼, 요가를 전 세계에 전했으니 요가의 사도(師徒)라고 하겠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계시를 받았다고 하니, 종파를 초월한 인물이다.
한편 『요가난다 자서전』에는 히말라야의 대성자 바바지를 소개하고 있다. 바바지는 반신반인의 요기로써 무려 이천 년 동안 지상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신선 여동빈처럼 불사한 존재인 모양이다. 신비한 바바지가 20세기 중후반, 인도에서 물질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때의 바바지 모습은 사진으로 남아서 지금도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다. 역시나 세상은 넓고도 넓은 모양이다.
『요가난다 자서전』을 관통하는 주제는 스승과 제자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진리의 전수다. 구루(스승)인 스리 유스테스와르에 대한 요간나다의 헌신과 제자를 향한 스리 유스테스와르의 자비는 감동적이다. 제자 요가난다의 인사를 받은 스승의 모습을 책은 이렇게 전한다. “오 반갑구나! 네가 정녕 내게로 왔구나!” 뱅골어로 말하는 그의 음성이 기쁨에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내, 너를 기다려 왔던가.”라고.
『요가난다 자서전』에는 두 개의 육체를 가진 성자. 미국의 성자 루터 버뱅크, 오직 그리스도의 성체만 모실뿐, 일체 식사를 하지 않는 테레즈 노이만 수녀, 기쁨의 성녀 아난다 모마이 등과 같은 불가사의한 성자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밖에 마하트마 간디, 라빈 타고르와도 교류한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새삼 책장을 펼쳐보니 곳곳에 붉은 밑줄이 그어져 있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 우왕좌왕 진리의 미로를 헤맨 것, 역시 신의 이끄심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신의 가르침을 겸손하게 따르지 않고 샛길을 다니는 위선을 부렸으니 후회막심하다. “신을 찾는 것은 모든 슬픔의 끝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는 요가난다의 말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복된 책 『요가난다 자서전』을 읽었다니, 은총이 따로 없다. 이제 그분의 사랑에 응답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분께 영광을 드릴 지복(至福)의 순간이 말이다. ~ 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