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K-비틀마니아.

< I Want to Hold Your Hand >,THE Beatles

by 박신호

영국에서 출발한 팬암 비행기.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가는 중이다. 서서히 비행기가 활주로 접근할 무렵, 창밖을 내다보던 존 레넌이 입을 열였다.

“오늘 어느 나라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나? 엄청 사람들이 많아, 그렇지 링고?”

잠시 후 비틀스를 태운 팬암기가 활주로에 멈추자, 공항에 운집했던 사람들이 “비틀스”를 외치며 비행기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트랙에서 내려오던 폴 메카트니가 구름처럼 몰려드는 이들을 보더니 소리쳤다.


“오! 맙소사. 존, 우리 정말 성공한 모양이야”

이때의 비틀스 환영 인파는 대략 만여 명, 취재진만 이백 명이 넘었다고 한다. 1964년 2월 7일. 이날은 ‘브리티쉬 인베이젼(British Invasion)’라 불리는 영국의 대침공의 날이자, 비틀마니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비틀스의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일컬어 ‘비틀마니아’라고 한다. 이들의 히스테리컬 한 괴성은 공연장의 엠프를 압도할 지경이었다. 비틀마니아는 대중음악 사상 최초의 전 지구촌의 팬덤인 셈이니, 오늘날 K-POP 아이돌 ‘BTS’의 열광적인 보랏빛 ‘아미’의 선배 격이다.

당시 비틀마니아의 열광적 모습은 영화 <A hard days night>이나 1965년 ‘뉴욕 셰이 스타디움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비틀스 멤버의 동작과 말, 노래에 환호하다 못해 혼절해서 구급차에 실려 가는 비틀마니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훗날 조지 해리슨이 회고하기를, 자신들의 숙소인 호텔을 포위하던 비틀마니아들의 고성을 피해 객실 화장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상상해 보라. 좁은 그곳에 앉아서 쉬고 있는 네 명의 리버풀 청년들을 말이다.


비틀마니아 정도는 아닐지라도, 젊은 시절 대중 스타에게 환호했던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중학생 시절. 옆집 가축병원집 막내 영숙이는 조용필을 만난다며 가출을 시도했다가 버스터미널에서 붙잡혔다. 그날 밤 영숙이의 비명과 영숙이 부모의 한숨이 우리 집까지 들렸다. 하긴 우리 막내 여동생도 ‘담다디’ 이상은에게 빙의를 당했는지, 틈만 나면 머리띠 묶고 따라 했는데, 보다 못한 어머니가 여동생 머리띠를 쥐어뜯어 버렸다.

나는 어땠냐고? 가수를 보겠다며 가출을 감행하거나 공연 관람을 위해 서울을 가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대신 조용필과 비지스의 신곡이 나오면 바로 그날 음악 테이프를 사야만 직성이 풀리곤 했다. 항상 ‘반드시’ 하고도 ‘꼭’ 당일 구입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그것이 중요했다.


대학교 시험점수통지표를 받았던 날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서울로 대학 가기는 틀렸고 재수를 고민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 울적한 날 밤이었다. 그때 TV에서는 MBC 10대 가수제가 나오고 있었다. 식구 모두는 말없이 화면을 보고 있었고, 나 또한 죄스러움에 숨죽이면서 TV를 응시하고 있었다.


자정 무렵이 되자 진행자가 올해의 가수왕을 호명했다. 그는 몇 차례 뜸을 들이더니 “잊혀진 계절의 이용”이라고 크게 소리쳤다. 젠장 정말 슬펐다. 시험도 망쳤지. 조용필도 떨어졌지. 잊지 못할 1983년 12월 31일 자정이었다.

어릴 때 남진과 나훈아 팬들 사이의 충돌은 나와 같은 꼬맹이들도 알 정도였다.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남진 리사이틀 포스터가 줄줄이 붙어있었다. 함께 걷던 친구가 포스터를 보더니 말했다. 남진 팬이 나훈아의 얼굴에 깨진 병으로 얼굴을 찍었다고. 남진은 나훈아 팬에게 칼을 맞았다고 했다. 친구의 말은 물론 가짜 뉴스였다. 나훈아가 76 바늘을 꿰맨 것과 남진이 칼 맞은 건은 사실이었지만, 팬심과는 관계없는 조폭 짓이라 했다.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니, 녀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아느냐’며 시험치 듯 묻는 경우가 있다. 어쩌라 핑클과 SES 말고는 아이돌의 명칭과 노랫말을 도통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그럴 때면 ‘와! 핑클이란다’하고 아이들은 막 웃는다. 그럼 이 나이에 블랙핑크와 뉴진스도 안다고 말할까? 그게 더 이상하잖아. 얘들아, 선생님은 몇 해 뒤에 환갑이란다. 보라색 풍선 들고 다니는 ‘아미’는 너희들이나 하렴.

K-POP도 별로지만 트로트도 지겹다. 몇 해 전부터 어느 종편 방송에서 트로트 열기가 피어나더니, 전 국민이 트로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렸다. 직장에서도 동창 모임에 가도 송가인 이러쿵저러쿵, 홍자 이러쿵저러쿵 하더니, 그 이듬해에는 임영웅 효자네. 영탁 노래 잘하네, 이찬원 착하네. 라며, 남성 트로트 가수를 열열하게 칭찬하는 것이었다.


어디 직장뿐이랴, 아내도 정동원이 조카 같다며 팬심을 드러내더니, 점차 임영웅, 이찬원으로 환호가 번져갔다. 이럴 때면 트로트에 무반응인 내가 그들에게 공공의 적이 아닌가 싶다.


동. 서양, 인종, 세대를 막론하고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열광은 청춘의 자연스러운 에너지 분출이다. 그 시절 비틀스의 <I Want to Hold Your Hand>에 혼절하던 비틀마니아처럼. 아무튼 이 곡은 비틀마니아의 팡파르이자, 비틀스의 24개의 1위 곡 중 첫 번째이다.

세월은 흘렀고, 비틀마니아도 백발과 검은 버섯이 몸에 돋아나고 있으리라. 그들의 젊은 날을 들뜨게 했던 비틀스와 <I Want to Hold Your Hand>. 그것은 행복한 에너지였. 그 시절 열광에 대한 기억은 이들에게 삶의 위로제요, 신들이 마셨다는 청춘의 넥타르였으리라.


BTS, 블랙핑크, 심지어 아이유도 잘 모르고, 임영웅과 송가인에도 관심 없지만, 비틀스 음악이라면 도무지 질리지 않는 나는 분명 K-비틀마니아다. <I Want to Hold Your Hand>나 <She loves you>와 같은 비틀스의 록 앤 롤이 나오면 발가락부터 꼼지락거리니 말이다.


< I Want to Hold Your Hand > THE Beatles


Oh yeah, I'll tell you something

I think you'll understand

When I say that something

I wanna hold your hand (반복)

오 그래요, 당신께 뭔가를 말해 드릴게요

당신이 이해하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반복)


Oh please, say to me

You'll let me be your man

And please, say to me

You'll let me hold your hand

Now let me hold your hand

I wanna hold your hand


오 제발, 저에게 말해 주세요

절 당신의 남자로 삼아 주겠다고요

그리고 제발요, 저에게 말해 주세요

제가 당신의 손을 잡게 허락해 주겠다고요

이제 당신의 손을 잡게 해 주세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And when I touch you

I feel happy Inside

It's such a feeling that my love

I can't hide(반복)


그리고 제가 당신과 닿을 때

제 속은 행복해요

참으로 이런 감정은

숨길 수 없어요 (반복)

.... 이하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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