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두 글자

< I Will >, The Beatles

by 박신호

한 입을 베어물 때 입안에 퍼지는 과일의 향긋함. 비틀스의 <I will>은 과즙처럼 상큼한 곡이다. 비록 2분도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폴의 목소리가 흐르면 청량한 리듬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맛있는 음악 <I will>은 일명 ‘화이트 앨범’이라 부르는 9집 정규 <The Beatles>에 수록되어 있다.

<I will>은 러블리(Lovely)하다. 멜로디도 가사 내용도 사랑스럽다. 비틀스 초기 음악에는 <she loves you>와 같은 더벅머리 청춘들의 들뜬 사랑의 노래가 많다. 이에 반해 <I will>은 차분하고 성숙한 사랑의 감정이 담겨 있다.

<I will>을 들으면 사랑의 감정이 피어난다. 사랑은 삶의 영원한 화두이니, 파노라마 같은 인생살이란 결국은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다. 특히 남녀의 사랑은 황홀하건만 이 또한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깨닫게 되는 신의 텍스트이다. 그것은 마치 장미꽃의 곁을 떠났던 어린 왕자가 다시 장미꽃에게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다.


가끔 수업하다가 학생들에게 ‘사랑’과 ‘좋아하다'의 차이을 묻곤 한다. 아이들이 어리둥절하면 다시 질문한다. “러브(love)와 라이크(like)가 어떻게 다르니?”라고. 교실이 술렁인다.‘러브는 많이 러브 하는 것, 라이크는 덜 러브 하는 것’, ‘러브는 찐한 것(?), 라이크는 덜한 것’ 등 온갖 답들이 난무한다. 사랑은 빨간색, 라이크는 핑크색이라며 색깔론을 펴는 녀석도 있다.

러브와 라이크에 대한 설왕설래가 진정될 때면 답을 알려 준다. “사랑은 무조건이고, 좋아하는 것은 조건이 있는 감정이야”라고. 그럴 때면 아이들은 “와~” 하면서 마치 깨달음을 얻은 동자승들처럼 입을 벌린다. 아이들의 반응에 만족한 나는 연이어 질문을 던진다.


“얘들아 사랑하다와 좋아하다 말고 상대방을 향한 또 다른 감정이 있단다. 이건 러브(love)와 라이크(like) 보다 더 강력한데. 뭘까?” 아이들의 커다란 동공이 왔다 갔다 할 뿐, 말이 없다. 그럴 땐 적당하게 분위기를 수습해 줘야 한다. “힌트 줄게. 음..., 초코파이 또는 박카스...” 말이 끝나면 아이들 눈동자는 거의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 된다.

그제야 한 녀석이 소심하게 답한다. “정(情), 정... 정이죠?.” 여기저기서 ‘빙고 ~ 맞다! 정(情)이다’라며 아이들이 요란을 떤다. 사실 정(情)이란 말은 영어권에는 없다. 특히 ‘미운 정’이란 말은 눈 파란 서양인들은 죽어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납득하질 못한다. 그러니 '정'이란 단어가 영어에 있을 리 없다.


남녀의 인연은 신비하다. 어쩌면 다들 자신과 반대인 성격과 만나는 것인지.주변 부부들만 보더라도 성격과 행동이 닮은 인연들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월하노인' 얽어 준 인연의 실타리에는 어떤 심오한 섭리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번 고생해 보라는 고약한 의도일까? 오죽하면 ‘금성인이니 화성인’ 말이 있을까 싶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신혼 초, 치약 튜브 짜는 방법부터 아내와 뚜렷하게 달랐다. 나는 치약의 밑부분부터 짜는 이성형이라면, 아내는 그냥 가운데 부위를 푹 누르고 마는 감성형이다. 물론 그렇게 짜면 안 된다고 점잖게 말한 후, (아내는 이를 잔소리라고 한다), 다시 치약 튜브를 보기 좋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아내는 지금까지도 치약 튜브 중간 위치를 누르고 있다. 이쯤 되면 어린 왕자를 따라서 장미 곁을 떠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예언자>에서 칼릴 지브란은 사랑을 이렇게 노래했나 싶다. “사랑이 그대들에게 손짓하거든 그를 따르십시오. 그 길이 험난하고 가파르다고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들을 감싸거든 몸을 내맡기십시오. 날개깃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를 찌른다 하여도...”. 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하긴 남녀는 염색체부터 X와 Y이니 ‘화성인과 금성인’ 일 수밖에 없겠다.


자고로 부부란 한 이불을 덮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는 다소 에로틱(?)한 충고쯤으로 여겼는데, 이 말에는 삶의 오묘한 비밀이 들어있음을 얼마 전 깨달았다. 중년이 되면 흔히 각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데 나와 아내는 지금껏 한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나 각방을 원하건만 형편상 같은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속 모른 이들은 부부 금실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모르는 말이다. 내 꿈은 주말부부 또는 독립이니까.

나는 아침 6시 30분이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눈을 비비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면 옆에는 목과 팔, 어깨, 이빨 등 안 아픈 곳이 없는 아내가 반쯤 입을 벌린 채, 기절하듯 자고 있다. 그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자니, 이 여자도 많이 늙었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짠해진다. 이런 감정은 뭐지? 연민(憐愍)인가? 김훈 작가는 그의 산문에서 ‘애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연민이 들어와야 인연을 다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남녀의 인연은 호감, 사랑, 연민 등 파노라마 같은 감정을 체험하라는 하늘이 내려준 과제다. 그래서일까? 사랑과 사람은 ㅇ과 ㅁ이라는 작은 음운 차이에 뜻이 달라진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이란 옛말처럼 동그란 'ㅇ'은 하늘을(둥글원 圓), 'ㅁ'은 물질의 형상을(네모방 方) 뜻하니, 사랑은 사람의 영혼인 모양이다.


비틀스의 <I will>을 거듭 들어보면서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를 다시 읽는다. “서로의 잔을 채우되 한 잔으로 같이 마시지 마십시오.…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마십시오. …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아래서는 자라지 못하는 법입니다.”


<I will>, The Beatles


Who knows how long I've loved you

Do you know I love you still

Will I wait a lonely lifetime

If you want me to I will

내가 당신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했었는지 누가 알겠어요

내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아나요

외로운 인생을 기다리겠어요

당신이 원하다면 그러겠어요


For if I ever saw you

I didn't catch your name

But it never really mattered

I will always feel the same

내가 당신을 보지 않고

당신의 이름을 모른다 해도

그건 정말 문제가 안돼요

나는 항상 같은 느낌일 거예요


And when at last I find you

Your song will fill the air

Sing it loud so I can hear you

Make it easy to be near you

그리고 마지막에 당신을 찾았을 때

당신의 노래가 허공을 채울 거예요

크게 노래 불러요 내가 들을 수 있게

크게 노래 불러요 내가 들을 수 있게


(중략)


For the things you do

endear you to me

당신이 한 것들이 나에게 애정을 느끼게 해요

You know I will

당신은 알죠 내가 그럴 거란걸

I will

내가 그럴 거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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