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알려준 풀꽃관상기도

『높은데서 사슴처럼』<높은데서 사슴처럼>, H 허나드

by 박신호

유채꽃이 강바람에 흐늘거린다. 그 향긋함을 맡으며 강둑을 걷는다. 엊그제 엘리사벳 선생님이 보내준 파일을 들어본다. 피정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선생님의 봄 선물이다.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같이 힘든 시절이었다. 우연히 성당 주보에서 풀꽃 관상기도 모임 안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기도 모임 날, 나는 너덜대는 마음을 다독거리며 신안동 살레시오 수도원으로 갔다. 장소는 수도원4층 사비오 집이었다. 그곳은 마치 다락방과 같은 소박한 분위기였다. 풀꽃관상 기도 모임을 이끄시는 분이 계셨다. 작고 왜소했지만, 음성은 고요했으며, 어떤 깊은 존재의 힘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전날의 꿈이 떠올랐다. 내용은 이랬다. 꿈 속에서 잃어버렸던 묵주를 책상 서랍에서 찾는데, 묵주에 달린 십자가에서 찬란한 빛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꿈 한번 참,희안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순간 그때 그 꿈이 이 기도 모임과 연관이 있나?’ 싶었다. 그렇게 수저를 들고 멍하니 있는 그때, 또다른 빛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것은 ‘밥 먹다가 뭐 하냐?’는 아내의 눈빛이었다.


“어제 기도 모임 처음 오셨던 분이죠?”

“예. 누구시죠?”

“예. 장 엘리사벳입니다. 기도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전화드려요.”

“아..예...감사합니다.”

“앞으로 신앙적으로 궁금한 것 있으며 문의하세요”

관상기도 다음 날, 받은 전화다. 기도 모임을 이끄시던 그분이었다. 그의/ 세례명은 엘리사벳이며, 어머니와 같은 연배였다. 고마운 마음에 감사의 문자를 보면서 끝머리에 영적 도서 추천을 부탁했다. 해 질 무렵, 『높은 데서 사슴처럼』의 일독을 권하는 답이 어왔다.


처음 듣는 낯선 책이었다. 책을 주문했고 며칠 후 받아보았다. 그리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우화 형식의 소설이었다. 이틀만에 몰입해서 읽으묜서 여러 차례 감탄했다. 『높은 데서 사슴처럼』은 선불교의 십우도와 같은 수행의 길. 절대자를 만나기 위한 새로운 『천로역정』이었다.


구약성경 「아가서」는 신과의 교감을 남녀의 사랑으로 비유하고 있다. 『높은 데서 사슴처럼』 “사랑하는 이의 소리, 산 너머 언덕 너머…껑충껑충 뛰어오는 소리”를 노래한「아가서」를 씨앗하고 있다. 우화는 진리를 담기에 안성맞춤인 비유의 틀이다. 이 책은 「아가서」 결을 불어넣는다.

『높은 데서 사슴처럼』의 주인공은 두려움이다. 그것도 한쪽 다리가 짧은 결점투성이 아가씨다. 그녀가 사는 곳은 ‘수치의 골짜기’였다. 두려움은 그곳에서 벗어나 완전한 사랑이 가득한 높은 곳으로 가기를 열망했다. '수치의 골짜기’에는 불길한 예감, 우울함, 심술궂음, 비겁함 등 그녀의 친척들이 살고 있다. 두려움은 친척을 피해서 그곳을 탈출한다. 두려움은 목자가 심어준 사랑을 가슴에 담고서 수치의 골짜기를 등 뒤로 한다.


목자는 수치의 골짜기에서 벗어난 두려움에게 슬픔과 고통이라는 동반자를 정해준다. 고통과 슬픔은 영혼의 정화를 위한 장치이다. 두려움은 기쁨과 평화를 원했으나 목자는 머리를 흔들었다. 높은 곳으로 가는 길은 세상과 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의 반대는 사랑이다. 이둘은 함께 할 수 없다. 모든 불행은 두려움을 양식으로 한다. 절대자와 합일을 위한 관건은 두려움 극복에 있다. 원죄와 업보의 정체도 두려움이다. 벼랑에서 몸을 던지는 결단으로 두려움을 놓아 버릴 때, 높은 곳에서도 뛰어 닐 수 있는 두 다리 튼튼한 사슴이 될 수 있다.


두려움은 슬픔과 고통과 함께 높은 곳을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에고 덩어리인 친척들이 수차례 위협도 있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목자께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두려움은 사막으로 돌아가는 길, 외로움의 바닷가, 상처의 절벽, 위험과 고난의 숲, 잃음의 골짜기, 산 위의 무덤, 치유의 연못 의 길을 통과하면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갔다.


두려움의 영혼 정화되었고, 본능마저 여냈다. 리고 마침내 그토록 열망했던 '높은 곳'에 도착한다. 목자는 그녀에게 ‘두려움’ 대신에 ‘은총과 사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한다. 두려움은 ‘기쁘게 받아들임’, ‘사랑으로 참아내기’, ‘한결같은 임의 사랑’을 깨닫는다. 마침내 든 여정이 끝났다. 그녀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었다.


그날의 꿈은 풀꽃 관상기도 모임을 만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목자의 시그널이었다. 목자의 속삭임이 들려온. "그대도 랑을 품고 수치의 골짜기에서 벗어나 높은 곳으로 가라"고. 중요한 것은 일단 떠나보는 것이다. 딛는 첫 걸음이 곧 깨달음이다.


일 년 뒤, 풀꽃관상 기도모임은 코로나 탓에 멈추었다, 엘리사벳 선생님도 뵐 수 없었다. 얼마 전 코로나로 고생하셨다는 말을 들었다.시 사비오 집에서 기도 모임 계속되기를 바래본다.


책을 덮고서 조금은 뻔뻔해지기로 다. 목자님 ‘저 높은 곳에서 껑충껑충 내딛는 사슴이 되게 해달라고 도 써야겠다. 혹시 아는가? 목자님서 OK!라고 하실지...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