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불꽃을 뿜더니 창공으로 솟아올랐다. 우주 공간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발사된 것이다. 누리호 발사 광경을 보면서, ‘욕망, 반항’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우주선 발사는 지구 중력에 대한 반항인 셈이다. 중력을 뿌리치는 데 성공한 누리호에서는 작은 큐브위성들이 뛰쳐나갔다고 한다. 이 순간에도 누리호에서 분리된 큐브위성이 푸른 지구를 맴돌고 있을 것이다.
언론은 세계 7번째 우주발사체 보유국이 되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환호하는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구 중력에 꼼짝없이 갇혀 살아야 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지구별에서 머물면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섭취할 팔자가 아니던가?
혹시 모르겠다. 훗날, 지구 환경이 파산된다면 노아의 방주 같은 우주선이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인류의 후손들은 방주 우주선에 몸을 싣고 생존을 위한 우주 대항해에 나설 것이다. 어쩌면 나의 DNA를 보유한 인류도 그 우주선에 탑승할지도 모른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은 광주에 있는 어느 병원에서 X-ray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어디가 아팠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무튼 어린 나는 탈의했고 방사선 촬영 기기 앞에 섰다. 기사의 지시에 따라 양팔을 등 뒤로 돌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갑자기 기사는 내게 뭐라 하더니 시계를 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덩그러니 방사선 실에 혼자 남겨졌다.
한동안 기사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결국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고서 나가보니 병원 로비에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로비 중앙 벽에 걸려있는 흑백텔레비전 아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누나도, 환자들도 모두가 화면을 뚫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내팽개친 기사도 거기에 있었다. 다들 입을 반쯤 벌린 체, ‘오!’, ‘아!’라는 탄성을 내뱉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오시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저곳이 달이란다.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 있지? 우주인이래” 흐린 흑백 화면 속에는 빵빵한 하얀 옷과 커다란 헬멧을 쓴 우주인이 검은 땅 위로 뿡뿡~ 뛰어다니고 있었다.
훗날 학교에서 그 우주인 이름을 ‘암스트롱(ArmStrong)’이라고 배웠다. ‘팔이 강하다’란 이상한 이름이었지만, 최초 달착륙 인간의 이름으로는 제법 어울려 보였다. 달 착륙 중계가 끝나자, 사람들은 고개를 만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뭐야, 달에 토끼가 없네"라고. 토끼뿐만 아니었다. 나무도 시냇물도 보이지 않았다.
우주를 다룬 영화들은 신비롭다. 나는 공상영화를 좋아하기에 우주에 대한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혹성탈출>, <크로스인 카운트>로부터 시작한 우주 영화 사랑은 <콘택트>, <마션>, <인터스텔라>, <미션 투마스>,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우주 영화라면 개봉 당일에 극장을 찾는다.
유별난 우주 영화 사랑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성경 창세기 1장의 내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광활한 우주 공간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가 안 된다. 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생명체가 없는 우주 공간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절대자께서 이런 무의미한 여백을 설계할 리가 있겠는가?
우주 영화 가운데서 조디 포스터가 주연의 <콘택트>는 대략 열 번은 본 것 같다. 이 영화는 외계의 전파를 찾는 여자 천체과학자 엘리 (조디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계 단파를 잡는 초대형 망원경 아래 헤드폰을 쓰고 하늘을 응시하던 엘리 아니 조디 포스터. 그녀는 지금도 내 안에 반짝이는 별이다.
영화 <콘택트>를 보면서 지금도 우주로부터 많은 단파가 지구로 온다는 것과 지구에서도 특정한 별을 향해서 전파를 보내고 있다는 알게 되었다. 어느 방향의 전파이건 외계로부터 일정하고 뚜렷한 반응만 확인된다면 외계 생명과의 조우가 시작된 것이리라. 낯선 존재들과의 만남이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은가? 광활한 우주에 지구별 말고도 친구가 있다는 말이다.
20세기 끝나기 직전, 비틀스의 노래<Across the universe>가 우주로 날아갔다. ‘NASA’ 창설 50주년 기념을 하기 위해서 미국과 스페인에 있는 3대의 초대형 전파망원경이 동시에 이 곡을 전송했다. <Across the universe>라는 제목처럼 우주를 가로지른 지구 최초의 음악이 된 것이다. 이 노래가 도착할 별은 놀랍게도 밤하늘의 중심 북극성이라고 한다. 서기 2439년이면 북극성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만약 그곳 외계인이 이 노래를 듣게 된다면 비틀스를 좋아하게 될지 궁금하다.
존 레넌이 아내 신시아와 새벽에 말다툼을 하던 중 악상이 떠올랐다는 <Across the universe>. 천재는 부부싸움 중에도 음악적 영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신시아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무튼 그렇게 탄생한 이 곡은 비틀스 마지막 정규앨범에 수록되었다. <Across the universe>에 대한 존 레넌의 자부심은 컸다고 한다. 존 레넌은 새 연인 오노요코와 머리를 맞대고 이 노래를 들었을 것이다. 왠지 신시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지구 중력에 갇혀사는 우리들은 가끔 그럴 필요가 있다. 물가상승과 불길한 이상기온, 전쟁과 테러, 답답한 정치. 지구에서의 삶은 숨을 멎게 한다. 이럴 때 우주와 별은 영혼을 치료하는 훌륭한 약이 될 것이다.
비틀스의 <Across the universe>가 광활한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북극성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아마도 굳었던 마음이 쩍! 하니 벌어질 것이다. 그 틈으로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 주리라.
<Across the universe>, Beatles
Words are flowing out like 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종이컵에 끝없는 비처럼 쏟아지는 말들
They slither wildly as they slip away across the universe
그들은 우주를 가로질러 미끄러지면서 거칠게 미끄러져
Pools of sorrow, waves of joy are drifting through my opened mind
슬픔의 웅덩이, 기쁨의 파도가 열린 내 마음을 떠돌고 있습니다.
Possessing and caressing me / 나를 소유하고 애무하는
Jai guru deva, om / 자이 구루 데바, 옴(산스크리트어)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아무것도 내 세상을 바꾸지 못할거야 (반복)
Images of broken light which dance before me like a million eyes
백만 개의 눈처럼 내 앞에서 춤추는 부서진 빛의 이미지
They call me on and on across the universe
그들은 우주를 가로질러 계속해서 나를 부른다
Thoughts meander like a restless wind inside a letterbox they
생각은 우체통 안에서 쉼 없는 바람처럼 구불구불
They tumble blindly as they make their way across the uni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