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여섯번째. 조동진-제비꽃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는 하루 세 번 버스가 왔다. 아침 7시30분, 낮 1시30분, 오후 5시30분. 그런데 얼마 전 내려가니까 버스가 들어오는 횟수가 늘어 다섯 번이 됐다. 자세히 말하자면 오전 9시30분과 저녁 7시30분 버스가 추가됐다. 나는 내가 살던 동네의 버스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풋’ 웃음이 난다. 아직 그런 시골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런 시골에서 내가 살았다는 게 솔직히 웃기고 재밌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주변에 하다 보니 회사의 한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너 어릴 때 산 타고 학교를 다녔나며?”.
그 말에 나는 키득거리며 맞다고. 그러다 산삼도 캐 먹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침에는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다. 그런데 학교 마친 후 운행하는 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5~6km거리를 늘 걸어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나랑 동갑인 친구들과 걸어다니던 그 시골길에서 우리는 “올챙이가 먼저냐 개구리가 먼저냐” 논쟁하기도 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길 너머 어디쯤에 "저 뒤에 진짜 나무가 있는 게 맞네, 아니네" 하며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사시사철 바뀌는 계절 꽃을 보면서 "너희 할머니 같다, 아니 너 같다"며 놀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도 왠지 모르게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던 꽃이 있었는데 그게 제비꽃이었다.
작고, 수줍고, 예쁘고.
그리고 그런 모습을 어쩜 이렇게 운율로 잘 옮겨놓을 수 있을까 싶은 노래가 바로 이곡이다.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여섯 번째 곡, 바로 조동진의 ’제비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AK_LuLpf8s
조동진씨에 대해 더 알아보자면 조동진 씨는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1970년대에는 김세환, 양희은, 송창식 등 당대 최고의 포크록 가수들의 세션을 담당하며 한국 포크음악의 기틀을 다졌고, 198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조동진 씨는 1979년 첫 앨범 **'행복한 사람'**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데뷔했는데, 그의 1집 앨범은 경향신문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포함되며 한국 음악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한동준, 장필순, 유희열 등 후배 음악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조동진 사단’**의 중심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에 기여했다. 한동준·이병우·장필순·김광석·고찬용·조규찬·유희열·이규호 등이 모두 그의 영향을 받았다.
**'제비꽃'**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로, 가사를 보면,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특히 가수 장필순씨가 힘든 시절 자신을 버티게 해 준 노래로 항상 꼽는다는 조동진의 제비꽃. 그녀는 평소 故 조동진을 음악적 스승으로 여기며 믿고 따랐으며 "음악 속에 담아야 하는 모습, 자세를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동진의 '제비꽃'을 인생 노래로 꼽으면서 "내 세대는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응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라며 "아버님이 많이 반대하셨다. 그럴 때 가장 힘이 되어준 노래가 제비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필순은 "마지막 '넌 아주 평화로웠다'라는 가사가 편안한 눈물을 많이 만들어줬다"라며 "그 노래를 밤새 듣고 들었던 기억 때문에 그 시간을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나 역시 그녀처럼 그의 노래로 고요를 선물받고 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