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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장의 마지막 고백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5 -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by 꼬르륵

100만 장의 마지막 고백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5 -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요즘 음악을 들으면서 문득 생각해 본다. 만약 김현식 같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지금 시대에 나타나서, 그와 같은 파란만장한 삶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노래를 부른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금의 사람들도 그 진정성 있는 울림에 깊이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진짜 이야기를 갈망한다. 화려한 프로듀싱과 완벽한 비주얼보다, 때로는 상처투성이지만 진실된 목소리에 더 마음이 움직이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김현식이라는 뮤지션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존재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한 뮤지션의 이야기. 그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다섯 번째 곡은 그래서 더 주목하게 되는 뮤지션의 곡이다.

바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김현식 - 내 사랑 내 곁에]

https://www.youtube.com/watch?v=iJ6ThgYyhSs


전설이 된 뮤지션의 험난한 여정

김현식은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유재하, 이문세, 조용필 등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의 전환기를 이끈 대표적인 아티스트였지만, 그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뮤지션의 삶은 단순히 연주나 노래 잘하는 것을 넘어 '고뇌'하는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김현식은 창작자로서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았다. 데뷔 전 대마초 사건으로 몇 달간 옥살이를 하며 데뷔가 미뤄지기도 했고, 첫 앨범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 실패를 비관해 피자가게를 열었다가 1년 만에 문을 닫고 투자금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밤무대로 돌아가 활동하며 2집 '사랑했어요'로 가수로서 자리를 잡았고, 3집 '비처럼 음악처럼'으로 3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온 성공, 그리고 아이러니

"내 사랑 내 곁에"는 그가 1990년 6집 앨범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안타깝게도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이 곡은 김현식 특유의 허스키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며,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한다.

놀라운 것은 이 앨범이 1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1991년 가요톱텐에서 골든컵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이미 김현식 본인은 이 세상에 없었다. 수상은 그의 아들 김완제가 대리로 했다.

오랜 세월 실패와 좌절을 견디며 기다린 끝에 찾아온 최고의 성공이었지만, 정작 그 성공의 주인공은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시간이 주는 잔혹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을 초월한 진정성의 힘

김현식은 술과 담배로 자신의 몸을 혹독하게 다뤘다. 친구들이 "아니, 아프면 약을 먹어야지 왜 술을 먹어?"라고 걱정해도 그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술을 들이켜댔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런 그의 음악적 역량이 집약된 작품이다.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곡이기도 하다. 아무리 이 곡이 유작이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크다.

만약 김현식이 더 오랫동안 살아서 더 많은 노래를 남겼다면 어땠을까? 그의 독특한 목소리와 감성으로 또 어떤 명곡들을 만나볼 수 있었을까? 1990년대, 2000년대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의 음악도 어떻게 진화했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느린 시간 속에서 익어가는 진짜 음악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현식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가 견뎌낸 그 긴 시간들 때문이 아닐까.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천천히 익어간 그의 목소리, 고통을 삭히며 만들어낸 진정성 있는 가사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음악들과는 달리, 김현식의 노래는 시간이 흘러도 색바래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맛을 낸다. 마치 오래 묵은 술처럼, 그의 음악에는 시간이 주는 깊이와 여운이 담겨 있다.

분명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곡들이 나왔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노래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온 성공이 아쉽게도 그와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의 음악은 시간을 초월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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