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6 - 김현철, 아주 오래 전 일이지
그때는 귀한 줄도 모르고 - 시간이 흘러야 보이는 것들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6 - 김현철, 아주 오래 전 일이지
방송국에서 야간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밤 시간대에 자주 틀던 곡이 있었다. 바로 김현철의 "아주 오래 전 일이지"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는 이 노래를 들으면, 청취자들뿐만 아니라 부스 안의 나 역시 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1995년 발표된 이 곡은 김현철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멜로디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잊을 수 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가사, 그리고 그 가사를 감싸 안는 듯한 따뜻한 편곡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여섯 번째, 그런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김현철의 "아주 오래 전 일이지"이다.
[김현철 - 아주 오래 전 일이지]
https://www.youtube.com/watch?v=Z90wvvfHuYQ
김현철이라는 아티스트를 떠올리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1989년 데뷔 이후 "춘천 가는 기차", "달의 몰락"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로도 활약하며 음악계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소라를 비롯한 여러 가수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하며 보여준 그의 음악적 안목과 역량은 정말 놀라웠다.
마지막 구절이 특히 가슴에 와닿는다. "그때는 귀한 줄도 모르고"라는 말 속에는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다. 사랑도, 사람도, 순간도 모두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는데,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이런 보편적인 감정을 김현철은 독특한 노래로 만들어냈다.
이 곡을 신청하는 청취자들의 사연은 대부분 비슷했다. 과거의 연인에 대한 그리움, 또는 그때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이야기였다. "그때는 정말 행복했는데", "당시엔 당연한 줄 알았던 시간들"이라며 보내온 사연들을 읽으면서, 이 노래가 가진 보편적인 정서를 새삼 느끼곤 했다.
이 곡의 또 다른 매력은 김현철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이다. 특히 "아주 오뢔~젼 일이지"라고 부르는 독특한 창법이 인상적인데, 이런 발음과 창법이 곡에 더욱 특별한 색깔을 입힌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가 조화를 이루며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늦은 시간 방송부스에서 이 곡을 틀고 있으면,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그 쓸쓸함 속에도 따뜻함이 있었다. 같은 시간, 어딘가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 누군가와 같은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연대감 같은 것 말이다.
시간이 주는 선물
당시에는 평범했던 일상이, 지나고 보니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고, 그때는 몰랐던 것들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바로 시간이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김현철의 "아주 오래 전 일이지"는 그런 시간의 무게와 그리움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