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20 - 전통이 록을 만났을 때
요즘 유튜브를 달구고 있는 영상이 있다. Mnet '더 춤' 메가크루 미션에서 팀 '범접'이 선보인 퍼포먼스다. 갓과 흰색 한복, 저승사자 분장을 한 댄서들이 등장해,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을 오가는 압도적인 무대를 펼쳤다. 이 퍼포먼스는 한국적인 것이 얼마나 세련되고 강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며, 국악방송과 국가기관들까지 "문화유산급 퍼포먼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무대를 보고 문득 떠오른 곡이 있었다.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충격을 안겨준 활주로의 '탈춤'. 전통 탈춤을 모티브로 삼되, 그것을 강렬한 록 사운드로 풀어낸 이 곡은 당대 청중에게도 낯설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활주로 - 탈춤]
https://www.youtube.com/watch?v=eh4eOB-pRFo
1978년, 유신체제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자. 긴급조치로 상징되는 극도로 경직된 정치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에게는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1977년 첫 선을 보인 MBC 대학가요제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주었다. "명랑한 대학풍토 조성과 건전가요 발굴"이라는 공식적인 명목 아래 시작된 이 무대에서, 대학생들은 그나마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활주로의 '탈춤'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항공대학교 학생들이 비행기 정비복을 입고 무대에 선 모습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었다. 제복 문화가 강했던 그 시대에, 젊음의 에너지를 담은 또 다른 제복으로 등장한 셈이다. 탈을 쓴다는 것, 얼굴을 가린다는 것이 그 시절에는 어떤 의미였을까. 진짜 마음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시대, 직접적인 말 대신 우회적 표현에 의존해야 했던 그 시절에, 전통 탈춤의 해학과 풍자 정신을 록 사운드로 풀어낸 이들의 선택은 젊은 세대가 찾아낸 하나의 돌파구였다.
한국항공대학교의 록밴드로 시작해 1970년대부터 활동한 활주로는 대학 록밴드의 전설이라 불릴 만큼 오랜 전통과 실험정신을 자랑했다. 이후 '송골매'로 이어지는 한국 록의 계보를 생각하면, 활주로는 그 뿌리에 해당하는 팀이다.
'탈춤'은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가사에서는 탈을 쓴 이들이 얼굴과 마음을 숨기고, 어깨와 고개를 움직이며 마당에서 몸을 던져 춤추는 모습이 그려진다. 마치 달빛 아래 벌어지는 제의 같은 장면이다. 그 속에는 신명과 해방감이 뒤섞여 있다.
활주로의 ‘탈춤’은 발표된 지 40년이 넘은 곡이지만, 여전히 라디오 부스에서나 청취자들에게 신선한 전율을 주는 곡이었다. 당시 이 곡이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사람들은 당황하면서도 전율했을 것이다. "이게 대체 뭐지?" 싶은 낯섦과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끌림.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리메이크되고, 새롭게 조명받으며 살아 있는 곡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탈춤'은 단지 '그 시절의 노래'가 아니다. 우리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며, 지금 다시 들어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곡을 우리는 지금 이 시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