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29 - 김동률, 출발
6월의 한복판, 문득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6월의 한복판에 서서 문득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1월에만 가능한 걸까? 상반기가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뭔가 다른 출발을 꿈꾸는 것은 너무 늦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찾게 되는 곡이 있다. 천 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열여덟 번째는, 언제든 새로운 출발을 꿈꾸게 하는 김동률의 "출발"이다.
[김동률 -출발]
https://www.youtube.com/watch?v=xgvckGs6xhU
전람회에서 김동률까지, 30년의 여정
1993년 전람회로 데뷔한 김동률. "기억의 습작"으로 시작된 그의 음악 여정은 벌써 30년을 넘어섰다. 그룹 활동을 거쳐 솔로로, "아이처럼"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같은 명곡들로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의 음악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급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고,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정성. 그것이 김동률 음악의 핵심이다.
김동률은 버클리 음대출신으로 클래식 기반의 작곡 능력이 탄탄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단순한 팝 구성을 넘어서, 마치 한 편의 교향곡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현악기와 관악기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레이션은 곡에 서사를 입히고, 감정선을 유려하게 이끈다.
그는 과장되지 않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자극적인 가사나 고음 과시 대신, 중저음의 안정적인 보컬과 여백 있는 멜로디로 듣는 이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바로 이 ‘정적인 서정성’이 김동률 음악만의 색깔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살아 있는 노래
"출발"은 2008년 발표되었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낡지 않은 곡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노랫말에는 아주 멀리 떠나보고 싶은 마음,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이 성숙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말아야 할 감정들이다.
오케스트라가 그려내는 희망의 풍경
김동률의 "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이다. 처음엔 조용히 시작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하모니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장면이 떠오른다. 끝없이 펼쳐진 도로,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 그리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지는 곡이다. 이런 이미지의 환기력은 단순한 편곡의 문제가 아니라, 김동률이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에서 비롯된다. 곡 하나하나가 말보다 강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시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1월에 세웠던 계획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부는 이뤘고, 일부는 잊혔고, 일부는 아직 진행 중일 것이다. 그런 6월의 어느 날, 이 곡을 들으며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더 높이 오르고 싶은 마음, 더 멀리 바라보고 싶은 열망이 노랫말 속에 녹아 있다. 출발은 언제든 가능하다. 1월이 아니어도, 월요일이 아니어도, 아침이 아니어도.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출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2008년, 30대였던 김동률이 부른 이 곡을 지금은 50대가 된 그가 다시 부른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더 깊은 울림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출발과 도착을 경험한 사람의 목소리로 부르는 "출발"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음악의 힘이다. 시간이 흘러도, 나이가 들어도, 상황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랑, 새로운 도전. 그 모든 출발하는 사람들에게 김동률의 "출발"을 선물하고 싶다. 두려워도 괜찮고, 확신이 서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출발하는 용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