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같은 어린이집 보내기
워킹맘 마인드 컨트롤
정말 눈물 나는 밤이다.
이번 주 어머님께서 올라오지 못하셨다. 아버님께서 코로나에 확진이 되셔서 주말에 내려가신 어머님도 결국 확진이 되셨다. 어머님도 어머님대로 걱정이 되지만 당장 아이들을 등 하원 시키고, 집에서 돌보는 게 걱정이 됐는데 엎친데 덮친 격 어린이집이 나를 힘들게 한다.
우리 첫째는 29개월, 둘째는 18개월 차. 아직 말도 정확하게 못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남매를 함께 보내서인지 마음이 한결 안심이 되던 차. 며칠 전부터 새로 오신 연장 보육 담당 선생님이 어딘지 모르게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동안은 5시45분에 어머님과 만나 아이들을 하원을 시켜서 5시부터 시작되는 연장 보육시간에 아이들이 오래 있진 않았다.
그런데 어머님이 못 올라오시고, 남편과 두 아이를 같이 등원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아이들은 9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있게 됐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 둘째가 엉덩이를 심하게 긁어서 피까지 나서 돌아왔다. 자세히 보니 엉덩이에 발진이 났고 가려웠던 둘째가 손톱으로 세게 긁은 상처였다.
변을 싼 기저귀를 바로 갈지 않으신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선생님의 말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이가 긁는 걸 제지하지 못했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더 궁금한 게 있어도 선생님을 기분 나쁘게 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말을 아꼈다.
그런데 어제는 어린이집 앞에 미리 도착해 남편도 도착하길 기다리는데 우리 첫째의 울음소리가 어린이집 문밖까지 들렸다. 나는 벨을 눌렀다. 그러자 교실에서 첫째가 뛰어나왔고, 투명한 출입문 문밖에 내가 서있는 것을 보자 아이는 울며 달려왔다.
마음이 안 좋았다. 무슨 일이지?
뒤 따라 나온 그 선생님은 둘째를 안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선생님에게
"선생님~아직 아이 아빠는 도착을 못했는데 혹시 제가 어린이집 안에서 함께 기다려도 될까요?"
지난번 몇 차례 다른 선생님은 흔쾌히 들어오시라고 해서 여쭤봤다. 그러자 선생님은
"코로나 때문에 안될 것 같아요"
라고 하셨다.
이해했다. 다시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외부인이 출입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이미 엄마를 봐버린 첫째는 더 서럽게 울며 내 발에 매달렸다. 둘째도 나에게 안아달라 난리였다. 나는 어린이집 유모차가 생각났다.
"혹시 그러면 선생님, 유모차를 좀 빌려주시면 제가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산책을 시키면서 기다려볼게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럼 하원하시는 거냐고. 그럼 그러시라고 내게 말했다. 그리고 유모차는 어린이집 뒤편에 있다며 어린이집 뒷문으로 향했다.
"유모차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선생님이 말했다. 내게는 너무 잘 보이는데... 참 이상하네... 첫째를 안고 있는지라 한 손이 버거워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당기며 말했다.
"아, 여기 있네요"
그러자 선생님
"아, 어머니. 이거 저희가 다 정리해놓은 건데 빼시면 어떻게 해요"
'.....'
무슨 말씀이시지 했다. 알고 보니 내가 유모차를 빼면서 옆에 있던 돗자리를 건드렸다는 말이었다. 아니 한 손에는 첫째를 안고 있어서 손이 불편한 게 안보이시나. 나는 멋쩍게 웃으며 첫째에게 말했다.
"엄마가 이제 동생을 유모차에 앉혀야 돼. 그러고 첫째는 엄마랑 같이 산책하자"
그러자 첫째는 순순히 내 품에서 내려와 땅에 섰다. 그 러자 선생님은 둘째를 내게 건네고, 별말 없이 어린이집 문을 닫고 사라졌다. 아무런 인사도 없었다.
정말 뭔가 싸했다.
그리고 오늘.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첫째가 다쳤다. 어디에 부딪혔는지 아랫입술이 터지고 입안도 깨물었는지 상처가 났다. 그리고 유독 많이 울고 잘 웃지 않는다.
그 선생님이 나를 보자마자 말하긴 했다. 둘째와 뒤엉켜 노는데 위험해 보여서 제지하다가 첫째가 벽에 부딪혔다고.
결국 남편과 나는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cctv를 보기로 했다. 하아. 정말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있나. 어떤 장면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런 일을 겪으니 마음이 너무 괴롭다.
정말 개떡 같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