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를 살게 하는 한마디. (그려)해 봐

by 꼬르륵

확률과 현실의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맹목적인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누군가는

부모님이 아닐까.


다시 아버지 이야기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다. 백지연 앵커가 대우자동차 누비라 2 광고를 하던 시절, ‘여기는 지리산 노고단... 백지연입니다’로 갈음하던 그녀의 CF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백지연 앵커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은 시골에서 보기 드문 주체적인 여성상이었다. 그 모습을 ‘진취적이다’라고 묘사할 줄도 모를 나이였지만 어쨌든 멋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각자 끌리는 모습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친구 중에 백지연 앵커를 보고 멋있다고 하는 아이는 주변에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시골이었다. 시골 어른들이 말하는 여자아이의 최고 출세는 국립대학교를 나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에게 선생님이 되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버지가 한 건 내가 뭔가 되고 싶다고 하면 한 번의 진지한 끄덕임과 짧은 말 하나가 전부였다.

(그려) 봐 “

영화 기생충에서 배우 송강호가 아들이 부잣집에 과외 면접을 보러 갈 때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감탄을 마지않았던 것처럼 아버지는 내가 한다고 하면 그냥 될 거라고 믿으신 것 같다.

무심코 질러 본 내 호언장담을 누가 진지하게 믿어주면 정작 나 자신을 내가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 내가 정말 그 정도야? 진짜 할 수 있나?’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꿈에 대해 더 알아보게 되고, 어느 순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 발을 떼고 있는 ''를 보게 된다.


만약 나의 호기로운 말에


“(쓰읍) 그런데 그건 말이야”


라고 부모님이 아는 척을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흥미도 잃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잃었을 거다. 누군가의 믿음을 받아봐야 나도 나를 믿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 누군가 새로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더 할 것도 없고 덜 것도 없이 ‘아는 척’ 싹 빼고 맹목적인 믿음을 담아 말해보자.


"오, 해 봐”


아마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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