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지 오늘로 딱 8개월이 되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해놓고 그는 결혼 5년 만에 나를 떠나버렸다. 갈 수도 없고 전화도 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나는 남겨졌고 혼자 살아가야만 한다.
연애 5년, 결혼생활 5년.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오빠였고 동생이었으며 보호자였다. 지방에서 올라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던 나에게 그저 포근한 집이 되어주었다. 그 사람은 나의 서울생활의 전부였다. 그랬던 그가 사라졌고 나는 집을 잃었다. 사랑했던 남편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왜 우리였을까? 왜 너였을까, 그리고 왜 나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없다. 왜 너희가 아니면 안되냐는 물음에도 답은 없다. 그냥 누구의 잘못도 아닌걸 알면서 원망할 대상도 하나 없는 이 현실이 막막하기만 할 뿐.
35세.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젊고 아까운 나이. 35세의 나이에 멈춰선 그 앞에 나는 36세가 되었다. 그가 없는 나의 40대, 50대는 상상도 한적이 없는데 벌써 내가 한살이나 더 먹어버렸다. 내 앞에 달리는 숫자가 더 커질수록, 35에서 더 멀어질수록 그를 잊어버릴까봐 두렵다. 그 날 이후 단 한번도 잊은적 없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 따뜻했던 그 품을 잊을까봐 무섭다.
잊고싶지 않아 글로 남기기로 했다. 하나라도 더 기억할 수 있을 때 글로 남겨놔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너를 잊고 싶지 않아 기록하기로 했어. 그곳은 어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