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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재벌샘정 Aug 12. 2023

아이들을 위해 가정과 학교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개막을 앞두고 학부모님께 보낸 문자




중1 소녀들의 개학은 8월 16일이지만 어제 11일 교사 워크숍을 시작으로 교사의 2학기는 조금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소녀들이 방학할 때 세 가지를 부탁했었어요.

중학생이 되어서 맞이하는 첫 방학에 부모님이 일을 하러 갈 때 잠을 자느라 배웅조차 하지 않는 소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이 첫 번째였습니다

체육을 워낙 좋아하는 우리 4반이라 일명 '체육 집중반'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방학을 하면 체육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는 소녀들.

그래서 매일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집에서 체육 수업을 하자가 두 번째.

전교생 전체 과제인 배움 공책 쓰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별학습 하고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기록하는 것인데 우리 반은 교과 공부만이 배움은 아니니 운동한 거, 영화나 드라마를 본 느낌, 독후감, 연습장에 그리던 만화 등등 기록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하면 되니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해보자는 것이 세 번째였습니다.

4주간의 방학 중간인 2주일이 지났을 때 소녀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ㅇㅇ양, 무더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요? 방학이 절반이 지나갔어요. 스스로의 생활을 체크해 봐주세요.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고요. 남은 방학도 건강하게 잘 보내기를 바라요. 참고로 7일 월요일에는 선생님이 출근을 하니 상담이 필요하다면 학교에 오면 됩니다.^^



우리 반은 학급 단톡방이 없어 개별 문자를 보냅니다. 카톡을 하지 않는 소녀가 있는 이유도 있지만 단톡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가장 큰 이유는 소녀들이 경청하는 태도를 기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전달 사항은 단톡방에 올려놓을 테니 보세요."라고 한다면 간단하고 편할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단톡방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교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청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소녀들과 이야기를 할 때 이렇게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한 번만 이야기를 합니다. 잘 듣고 필요한 것은 메모를 하기 바랍니다."

소녀들은 담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렇지 못했을 때의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경청하는 태도를 키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다시 이야기해달라 부탁할 때도 있지만 점점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들었지만 이해하기 힘들 때 다시 말해 달라 부탁하거나 질문하는 태도도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덕분에 우리 반에 들어오시는 교과 선생님들이 가장 크게 칭찬하는 것이 교사가 이야기를 할 때 집중하여 잘 듣는, 경청하는 태도와 무엇인가를 물을 때도 너무 예쁜 말투와 태도여서... 놀랄 때도 있다고 하신답니다.

그래서 칭찬을 하면 꼭 이런다는군요.

"저희 영미쌤에게도 꼭 말해주세요. 우리 영미쌤은 이런 거 너~~~어무 좋아해요."

3월부터 정말 정성을 들인 부분인데 소녀들의 변화와 성장은 놀라움과 감동을 함께 안겨 준답니다.

중1 소녀들은 37년 차 최고령 담임을 '영미쌤'이라 불러 준답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영미쌤~~ 하고 불러주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진답니다.


칭찬을 받는 소냐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지만 담임이 칭찬받는 소녀들만 사랑하는 줄 알면 안 되기에 교과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전해 들은 날에는 꼭 이렇게 말해줍니다.

"너무 고마워요. 소녀들 덕분에 선생님이 칭찬을 받을 수 있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늘 말하죠? 선생님은 우리 소녀들을 그냥 사랑한다는 거."


이런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요. 단톡방이 없으니 개별 문자를 보내고, 소녀들은 학급 전체에게 보내는 줄 알면서도 답글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해 준답니다.




앗, 사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팔불출 담임이라.....^^


어제 퇴근 전에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님들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폭염과 태풍에 가족 모두 건강하신지요?

다음 주 수요일에 소녀들이 개학을 합니다. 여름 방학 시작하면서 부탁한 것이 3가지 있습니다.

1. 아침에 부모님이 일하러 가실 때 인사하며 배웅하기

2. 운동하기

3. 배움 공책 하기

개학 준비를 하면서 이 3가지로 소녀와 대화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했어? 안 했어?”

를 물으라는 것이 아닌 것은 아시죠?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방학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하지 않았거나 못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을 테니.. 늘 부탁을 드리지만 먼저 아이의 이야기에 경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평가> 역시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아이들은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숙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니 부모님의 기준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평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돌아보고,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2학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이미 하지 못한, 지나가 버린 일로 질책하여 기운 빠지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응원이 필요함을 기억해 주시고 남은 며칠 동안 아침 기상 시간을 비롯하여 개학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알고 있어야 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2학기에도 소녀들을 잘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담임이 되겠습니다.




소녀들이 담임의 부탁을 잘 들어주려 노력한 모양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방학 동안 아이가 3가지를 실천하려 노력하여 기특하다는 답장을 많이 주셨어요.

방학 동안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들도 많았는데 선생님의 문자로 인해 아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어떤 말투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중이라는 솔직한 마음을 보내주신 분도 계시고요.


아이들을 위해 가정과 학교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모두에게 가장 지혜로운 소통의 방법을 함께 찾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학생으로서 첫 방학을 지내고 학교로 오는 중1 소녀들과 2학기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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