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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날아본 이이고 싶다

<30번째 커버곡>

by 천미르

Blue Bird - いきものがかり


いきものがかり 『ブルーバード』Music Video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자꾸만 나의 심장을 두드려.

가만히 서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푸르고 새하얀 색들은 계속해서 나를 부르고 있어.

언젠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어린 시절, 광활한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쳐 어느 순간 하늘의 푸르름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장면은 그렇게 나의 꿈이 되었지.

남들이 보면 그저 아름다운 경관이라 말하고 지나쳤을 그 찰나의 순간이, 왜 나의 가슴속에서는 이렇게 요동치는 것일까.


맞아, 나도 알고 있어.

나의 날개는 거센 바람을 가르기에는 너무나도 볼품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비행이 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이 꿈이라는 게 참 잔인해.

희망이라기보다는 나를 끊임없이 옭아매는 형벌에 가까운 것 같아.

그런데도 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을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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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모르는 도전은 용감할 수 있지만, 실패를 아는 도전은 정직하다.

그리고, 그 정직함은 끝까지 자신의 꿈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기에 어떤 비상은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해도 충분히 빛이 난다.

날아오르기로 결심한 순간이 이미 하나의 완성이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논리적으로도, 합리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선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그 안에 계산을 초월한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을 끌어안은 채, 자기 자신에게만은 거짓말하지 않으려는 태도.


일본의 '국민 밴드'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의 대표곡 중 하나로, 국내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오프닝 삽입곡으로 많이 알려진 곡이다.

데뷔 19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 내한 공연을 가졌으며, 앙코르까지 포함하여 해당곡을 2번이나 부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Blue Bird'는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곡이 아니었다.

라이브 공연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곡으로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으며, 추후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으로 선정되면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가 다듬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나루토(Naruto) : 닌자 소년 '우즈마키 나루토'가 친구, 동료들과 성장하며 시련을 극복하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


이 곡은 마지막 비행을 하기 위해 절벽 위에서 내딛는 마지막 한 걸음 그리고 첫 날갯짓을 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노래한다고 생각한다.

*벌스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꿈을 향한 동경이 공존하지만, *훅이 시작되면서 결심이 선 모습과 함께 찬란한 하늘로 향하는 모습만이 그려진다.

인트로는 마지막 도전을 앞둔 짧은 망설임과 비장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짧은 숨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보컬은 마치 호흡을 가다듬는 것처럼 느껴지며, 아련함이 묻어나는 피아노 사운드가 뒤를 받쳐준다.

인트로의 끝과 동시에 드럼과 일렉기타의 사운드가 치고 들어오며, 아련한 느낌의 피아노는 경쾌한 분위기로 바뀐다.

그러면서 이 곡의 또 다른 주인공, 하모니카의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된다.

이 하모니카 사운드가 최종적으로 날아오르게 만드는 바람의 속삭임처럼 느껴진다.


*벌스(Verse)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훅(Hook)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코러스, Chorus)


보통의 분위기를 띄우는 곡들은 일렉기타의 사운드를 부각하곤 하는데, 이 곡에서는 오히려 일렉기타의 사운드는 절제하고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를 더욱 부각한다.

이 점이 왠지 모를 우울함의 감정을 이 곡에 더해 마냥 밝은 곡이 되지 않게 한다.

어쿠스틱 기타뿐만 아니라, *프리코러스와 훅에서 깔리는 *스트링 사운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 : 금속 줄을 사용하는 통기타, 포크기타를 포함하는 기타의 총칭으로 나일론 줄을 사용하는 클래식 기타와는 음색이 다르다.

*프리코러스(Pr-Chorus) : 노래에서 벌스와 코러스 사이에 등장해, 코러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분위기와 긴장감을 높이는 짧은 부분

*스트링(String) : 현(줄)을 사용하여 음을 내는 악기(=현악기).

이 곡의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는, 곡 중간중간 짧은 간주들이 많은데, 각 간주들 마다 주인공으로 나서는 악기들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인트로의 끝과 함께 나오는 간주에서는 하모니카가, 1절이 끝난 뒤에는 드럼이, 2절이 끝난 뒤 일렉 기타와 피아노가, 마지막 아웃트로에서는 다시 하모니카와 끝을 맺어주는 오르간 소리가 부각된다.

이처럼 다채로운 악기들에게 돋보일 수 있는 순간들을 모두 만들어 준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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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하지만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누군가는 어리석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바보들이 만들어 가는 가치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뻔하디 뻔한, 그 결과까지 끌어안고 행복한 미소를 띠며 나아가는 바보들에게만 허락된 바로 그 단어.


낭만




P.S. 낭만을 찾아간 파랑새들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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