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커버곡>
우리는 살다 보면 소위 '꽂혔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마주하게 된다.
매일처럼 타고 다니는 출근 버스 안에서 첫눈에 반할만한 누군가를 본다거나, 무심코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귀를 자극하는 노래를 듣기도, 거리를 걷다가 길가의 옷가게에서 눈길을 끄는 원피스를 마주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매일의 일상에서 첫눈에 반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뿐만이 아니라, 평소의 자신이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행동이나 도전도 '꽂혔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의 감정들은 마치 행복이란 감정의 최고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신비함으로 가득하며, 당장이라도 손을 뻗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을 설렘을 가지고 있다.
마치 취한 듯이.
이 곡에서 처음 귀에 들어오는 건반의 소리부터 위에서 말한 감정들을 너무나도 잘 담아내고 있다.
마치 곡 스스로가 필자가 처음 이 곡의 첫 멜로디를 듣고 흠뻑 빠져버릴 것을 알았듯이 그리고, 필자가 이렇게 '첫눈에 반함'을 주제로 글을 쓸 것을 알았듯이.
그렇지 않으면, 곡의 가사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너무나도 깔끔하고 명확하게 감정이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곡의 주인공인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얼굴을 잘 살펴본다면 우리는 한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영화는 바로 '*마션(The Martian)'.
주인공 구조를 위한 공식을 계산해낸 *나사(NASA)의 젊은 과학자가 바로 차일디쉬 감비노이다.
아니, 그의 본명이자 차일디쉬 감비노라는 음악적 인격체를 가진 도날드 글로버(Donald Mckinley Glover)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글로버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음악적 자아 감비노의 이름으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3장의 앨범과 10개 남짓의 *싱글을 발표해왔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코미디언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재다능함 덕분일까, 그는 최근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 차기 개봉작인 '*스파이더 맨 : 홈 커밍(Spider-Man : Homecoming)'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마션(The Martian, 2015) : 화성을 탐사하던 한 대원이 모래폭풍에 휘말려 홀로 살아남는 생존기를 그린 영화, 유명 감독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작품
*나사(NASA) : 미국 항공우주국 (National Aeronautics & Space Administration)
*싱글 : 하나 혹은 두 개의 곡을 담은 앨범 형식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 : 1993년 설립된 마블 코믹스 기반의 영화 제작 스튜디오
*스파이더 맨 : 홈 커밍(Spider-Man : Homecoming, 2017)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라인업 중 한 명인 스파이더 맨을 그린 영화, 미개봉
다시 곡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와서, 곡의 첫 시작을 알리는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건반의 음들은 곡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어쩌면, 이 멜로디야 말로 곡 전체에서 풍기는 신비로우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를 만드는 가장 큰 요소라 생각된다.
반복적인 멜로디에 지겨움을 느낄법할 즈음부터 해서 나오는 기타 사운드는 마치 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을 소리로 표현한 것 같다.
건반의 멜로디 라인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베이스 음도 스타카토로 연주된다.
사실, 이 곡에 나오는 거의 모든 멜로디가 같은 방식으로 연주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넘어가기 전 *간주 부분에서는 드럼의 비트가 확실하게 들리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기타의 솔로도 다른 부분들에서 연주된 것보다 볼륨을 높여 긴장감을 더욱 높여준다.
또한, 곡에 들어간 요소요소들과 다음에서 살펴볼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이 너무나도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스타카토 :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 혹은 창법
*간주 : 노래가 잠시 그친 사이에 연주되는 반주 부분
이 곡은 2014년에 정식 발표된 *EP앨범 [Kauai]의 수록곡으로, R&B 사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평론가들을 이 곡을 *포스트 힙합(Post Hip-Hop)의 좋은 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이 앨범이 담고 있는 분위기와 이야기는 2013년 정규 발매 앨범 [Because the Internet]에서 이어지는 점이 독특하다.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포스트 힙합(Post Hip-Hop) : 멜로딕 한 감성의 대중적인 힙합의 하위 장르
글로버 본인이 직접 연기한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눈이 오는 밤 어느 식당 안에서 관심 있는 여성에게 어필하는 한 남자를 보여준다.
그렇다, '첫눈에 반한' 한 여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영상 안의 그 남자는 때로는 진지한,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며 그 여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선보인다.
연기와 코미디언 활동으로 다듬어진 그의 연출력을 그의 몸짓과 표정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직접 쓴 곡이기도 하지만, 곡에 대한 해석을 시각적으로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의 뛰어난 춤 실력은 덤.
곡의 제목처럼 취한 듯이, 그는 술에 취한 것인지 첫눈에 반한 이성을 만난 그 기분에 취한 것인지 모를 표정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는 마음부터,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부분까지.
물론, 이 구애의 결과는 직접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확인하길 바란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필자는 이 곡의 큰 주제는 바로 첫 만남 혹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마주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막연한 설렘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이 드는 바로 그 순간 말이다.
이 곡은 우리의 일상처럼 거부감 없고, 부드러우며,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소중한 행복을 우리는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한 행복에 우리는 곡 안의 주인공처럼 취해본 적은 있을까?
한편으로는, 이 곡의 제목을 너무나도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찰나의 순간 마음속으로 밀려오는 여러 행복한 감정들의 흐름은 마치 알딸딸하게 취한 기분 좋은 순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꽂혔을 때, 우리는 정확히 그것을 또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은 기분 좋은 불확실함일 것이다.
때로는 심심하게 흘러가는 일상일지라도,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단조로운 매일일지라도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다 나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어떠한 매력을 마주했을 때, 이 곡을 들으며 순간의 감정을 즐겨보는 게 어떨까?
확 꽂히는 무엇인가에 느끼는 희열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