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커버곡>
과연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100%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지만 내색하지 않을 수도, 각박한 현실에 지쳐버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도, 너무나 외롭고 사람이 그립지만 혼자인 것이 좋은 척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항상 밝은 모습인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어떠한 역경도 헤쳐나가는 강인한 사람으로, 다른 이들에게는 밝은 미래가 보장된 앞날이 창창한 사람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남들 눈에 비친 우리이다.
우리는 남들의 이런 무의식적인 기대를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남들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마치 진정한 자신인 듯 착각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착각은 착각일 뿐이다.
아프지 않은,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픔을 가지고, 숨기고 싶은 치부가 있을 뿐이다.
사실,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 곡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물론, 이 곡은 그냥 감상하기에도 너무 좋은 곡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이 곡의 *M/V를 접한 순간 필자의 마음은 180도 변했다.
M/V속 랄레이 리치(Raleigh Ritchie, 본명 : Jacob Anderson)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일상 속 아무 일 없는 듯 앉아있는 한 남자의 내면적 사투가 보이는 듯했다.
괜찮아 보이기 위해 숨겨두었던 그 아픔 혹은 절망적 상황과 처절하게 싸우는 그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필자의 마음에 메시지를 던졌다.
다 큰 어른이기에 괜찮다고 하는 노래 속 목소리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그의 모습이 왜 이렇게 낯익은 것일까.
*M/V(Music Video) : 뮤직비디오의 준말
이 곡의 주인공이자 M/V속에서 직접 연기를 하는 랄레이 리치는 우리에게 배우로 더욱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는 제이콥 앤더슨(Jacob Anderson)이라는 이름으로 '*어덜트 후드'와 '*왕좌의 게임'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서 활동하며, 랄레이 리치라는 무대명을 따로 사용하고 있다.
그의 음악적 역량이 발휘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부터였다.
그는 '어덜트 후드'의 삽입곡인 'I Need Love'를 *플랜비(Plan B)와 함께 작업하게 되었고, 이 곡을 통해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하게 된다.
그리고, 2013년 그의 첫 *EP앨범이 제작되어 발매된다.
*어덜트 후드(Adulthood, 2008) :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런던의 아이들을 그린 영화 키덜트 후드(2006)의 속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2011~) :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현재 시즌6까지 종영된 상태이다.
*플랜비(Plan B) :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겸 래퍼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 : 1888년 설립된 미국의 거대 음반사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이 곡은 그의 두 번째 EP앨범 [Black and Blue]의 수록곡으로 2014년 발매되었으며, 위에서 언급한 M/V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첫 도입부의 피아노 멜로디만 들으면 밝은 노래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다음 들려오는 반주는 곡 전체의 분위기를 탄탄하게 잡아준다.
이 곡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강약 조절이다.
싸비로 들어가기 전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현악의 사운드가 가미되며, *코러스 부분에서만 드럼 비트를 사용해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곡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에서 이러한 사운드와 함께, 울분을 억눌러서 뱉어내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한편으로는 랩핑 같기도, 한편으로는 내레이션 같기도 하다.
오히려 멜로딕 하지 않아서 더욱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듯하다.
*코러스 : 반복되는 후렴 부분
아픔은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한다.
혹자는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고 했다.
곡 안의 목소리도 '떨어져도, 영원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욱 강해져서 다시 떠오를 거야'라고 다짐하고 있다.
마냥 숨겨왔던 힘들었던 고통들에 대한 푸념이 아니기에, 곡의 웅장함이 이러한 감정을 더더욱 부각한다.
M/V속 마침내 잡아왔던 손을 놓아버리는 그의 얼굴을 기억해보자.
분노와 증오도 가지고 있지만, 무엇인가를 다짐한 듯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곡은 언제나 가면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진정한 모습들에게 위로가 아닌, 격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내면 속 진정한 우리의 모습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
"잘 지내?"라는 물음에 "괜찮아."라고 대답하는 모습은 결국 모두 거짓일 뿐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괜찮다고 자기 암시를 하며, 아픔을 숨기고 있지 않는가.
아픔을 숨겨야만 하는 이 사회가 너무나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