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커버곡>
우리는 모두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
단 한순간도 정확하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으며,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선택만을 하고 있다.
언제나 더 나아 보이는 무엇인가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미련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생의 마지막 순간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스스로 '이 정도면 나름 괜찮았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꿈 꾸던 모습은 절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선택들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아니, 언제나 불완전한 선택 들일뿐이다.
만약, 인간이 필연적으로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존재라면, 결국 모든 인간들의 삶은 실패작 아닐까?
우리 모두는 어떤 것으로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필연적 실수들로 인해 절대 우리 스스로가 지닌 가치에 상응하는 인생을 살 수 없을 뿐이다.
마치 이 곡의 제목처럼 말이다.
이 곡의 주인공인 '스타세일러(Starsailor)'의 이때까지 행보를 보고 있자면, 묘하게 위의 생각들이 다시 떠오른다.
2001년 *싱글 앨범 [Fever]로 대중의 이목을 끌며 '차세대 영국 밴드'로서 핫한 데뷔를 했던 그들은, 첫 번째 정규앨범 [Love Is Here]까지는 승승장구하며 대중의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의 앨범들의 연이은 실패로 점점 대중들에게 잊혀갔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나, 성공적이었던 1집의 프로듀서인 *스티브 오스본(Steve Osborne)과 다시 함께 한 4번째 정규앨범 [All the Plans]는 이전의 앨범들 보다는 더 나은 평을 들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데뷔 시절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싱글 : 하나 혹은 두 개의 곡을 담은 앨범 형식
*스티브 오스본 (Steve Osborne) : 유투(U2), 플라시보(Placebo) 등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한 영국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
이 곡은 위에서 언급한 4번째 정규앨범 [All the Plans]의 수록곡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곡이 이대로 묻혀버리기에는 안타까운 곡이라 생각한다.
가사를 먼저 살펴보자.
곡 안의 화자는 직설적이지만, 담담하게 현실을 말해준다.
잃어버린 것, 가지지 못한 것, 포기했던 것.
직접적인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지만, 화자의 말속에서 무엇인가 모를 따뜻한 위로와 안타까운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가사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멜로디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기타의 멜로디는 필자가 쓰는 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오히려 밝은 느낌이다.
다만 드럼의 비트가 잘개 쪼개지기보다 정직하게 박자를 타면서 무게감을 잡아준다.
다음으로, 이 곡에서 집중해서 들어볼 부분은 바로 *베이스라고 생각된다.
보통의 밴드 사운드에서 들을 수 있는 베이스 사운드는 묵직하거나, 둥둥거리며 튕기는 듯 한 느낌이 많다.
하지만, 이 곡의 베이스 사운드는 *세컨드 기타라고 생각될 만큼 가벼우면서도, 멜로딕 한 느낌이 든다.
또, 한음을 길게 끌고 가면서 잔잔한 느낌을 주어, 자칫 붕 떠버릴 것 같은 기타 사운드를 잡아준다.
*베이스 : 낮은 음역을 연주하는 악기, 이 글에서는 베이스 기타를 나타낸다.
*세컨드 기타 : 리드 기타를 보조해주는 기타, 주로 리드 기타가 멜로디를 세컨드 기타가 리듬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곡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
바로 곡의 *아웃트로 부분.
하이라이트의 가사와 함께 끝맺음을 하는 요즘의 많은 곡들과 다르게, 꽤나 긴 *후주를 가지고 있다.
보통의 곡들은 가창과 함께 격정적인 *세션의 사운드로 하이라이트 부분을 꾸민다.
하지만, 이 곡은 후주 부분에서 오히려 감정의 고조를 느끼게 해준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사 때문일까, 후주의 기타 사운드가 격양된 감정의 여운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드럼의 사운드도 기타와 마찬가지로 *훅이나 *브릿지보다 더욱 강렬한 느낌을 연주한다.
아웃트로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흡사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줄 때 그동안의 힘들고 아팠던 기억들이 떠올라 북받쳐올라 흐느껴 울게 될 때 같다.
*아웃트로 : 곡의 마지막을 이르는 말
*후주 : 전주의 반대말, 가사가 끝난 후 연주되는 부분
*세션 : 합주를 지칭하는 말
*훅 : 반복되는 후렴 부분
*브릿지 : 훅과 벌스를 이어주는 구간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본래 우리가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무한한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러한 한계에 굴복해서 절망감에 빠진 채 무기력하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그렇게 나약하기만 한 사람들일까?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고.
이 곡의 주인공인 스타세일러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지 않는가.
끝까지 싸워 나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삶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기억하자.
우리는 모두 실패자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가진 성공한 실패자임을.
P.S. 세상의 모든 실패자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