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커버곡>
오늘도 귀를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셔츠를 꺼내 입고, 언제나 같은 역 안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 틈바구니에 이리저리 치이며 몸을 구겨 넣는다.
한강철교를 지나기 위해 지하철이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오는 순간, 창밖으로 따뜻한 아침 햇살이 나의 얼굴에 닿는다.
평소라면 너무나도 익숙한 그 햇살이,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구름이, 평소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하늘의 새 한 마리가 무엇인가 낯설게 느껴진다.
마치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속 한 장면처럼 다른 전철에 나의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나는 일상이라는 철창 안에 갇혀있던 것은 아닐까?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 짐 캐리, 케이트 위슬렛 주연의 이별한 상대의 기억을 지우는 멜로 영화
정해지고, 큰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일상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언제나와 같은 날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 적 있지 않는가?
부드러운 조던 브라튼(Jordan Bratton)의 목소리와 편안한 멜로디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이런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에게 일탈을 하라고 설득하거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런 느낌 들지 않아?"라고 우리에게 넌지시 물음을 던지기만 한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것이 아닐까?
뮤지컬 '*라이온 킹(Lion King)'의 어린 심바 역할을 연기하던 어린 소년이 어엿한 한 명의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교회의 연주자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료들 덕분에 어릴 적부터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접했다고 그는 스스로 말한다.
다양한 악기들을 직접 경험해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이런 풍부한 경험은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기에 너무나도 좋은 밑거름이 아닌가.
2014년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등 유명 팝 아티스트들의 *커버곡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
2015년 오늘 소개할 이 곡이 수록된, 팝적인 요소들과 R&B적 요소들이 적절히 섞인 첫 *EP [Youth]가 드디어 발매된다.
*라이온 킹(Lion King) :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Lion King)>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 미국의 대표적인 컨트리 팝 싱어송라이터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 캐나다 출신의 팝 아이콘이자 싱어송라이터
*커버 : 기존에 있는 원곡을 편곡하여 부른 곡, 흔히 리메이크 곡이라고도 불린다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다고도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비트에 시끄럽지 않은 *코러스 멜로디, 나긋나긋 이야기하듯 들려오는 보컬, 결코 과하지 않은 드럼 사운드, 그리고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특유의 느긋한 목소리까지.
이 곡이 가진 매력은 편안함 그 자체이다.
첫 번째 *벌스에서 비트가 없는 사운드는 인트로로는 너무나도 완벽하다고 생각된다.
제대로 된 비트가 나오기 시작하는 두 번째 벌스부터는 기존의 편안한 감정에 조금 더 다채로운 사운드가 가미된다.
이 곡의 특징은 따로 멜로디 악기를 쓰지 않고, 코러스와 *신사이저 사운드, 그리고 보컬 만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게다가 1절이 끝나는 부분에 사용된 *뮤트나 중간중간 파트가 바뀔 때 드럼 비트가 빠지는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코러스 : 반복되는 후렴 부분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 2013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미국의 래퍼
*벌스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신사이저 : 신스, 신디 등으로도 표기되는 악기, 흔히 건반 또는 전자 피아노를 말한다
*뮤트 : 재생 음량(음압)을 순간적으로 감소시키는 기능
이 곡에 참여한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비록 짧은 한 파트만을 소화했지만, 조던 브라튼(Jordan Bratton)의 보컬과 비슷한 듯 다른 랩핑으로 비교적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멜로딕한 랩핑을 구사하지도, 빠르고 랩 스킬이 가득한 랩핑도 아니지만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움은 이 곡의 감정선에 너무나도 맞아떨어진다.
부드러운 보컬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으며, 반대로 돋보이지도 않는 그의 센스와 노련함이 보이는 부분이다.
(글과는 별개로 2013년 그가 처음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을 때, 과연 지금과 같은 그의 성공을 예상했던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
이 곡은 행복에 대한 정의도, 옳고 그름의 척도도,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표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지 않다.
한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악'의 범주에 드는 일들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삶이다.
하지만, 반대로 해피엔딩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그래서 더 공감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곡은 결코 우리에게 어떤 한 감정을 밀어붙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마치 감정이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을 지나 어디론가 향하도록 만든다.
그 감정이 다다르는 곳은 개인마다 다르리라.
이 곡이 말해주듯이 철창 안에 갇혀있진 않지만, 자신의 행동이 제약당하는 죄수처럼 느껴지는 하루라면 상상 만으로라도 일탈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상상 속에서는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는가.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무엇인가를 상상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내가 해보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을 상상해보자.
특별할 것 없는 상상이지만, 소극적이고 어찌 보면 사소할 수밖에 없는 이런 작은 일들이 주는 소소한 만족감이 때로는 더 좋을 수 있다.
글의 첫 부분 이야기했던 상황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그 순간 이 곡을 틀어보길 바란다.
약간의 일탈을 꿈꾸게 하는 이 곡을 듣는 것 만으로 조금은 다른 변화된 일상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P.S.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며 느낄 작은 희망 같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