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째 사운드트랙>
※ <별별 선곡표 : 별난 상황, 별난 선곡표>는 '일상의 BGM'이라는 취지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합니다. 필자가 팝 칼럼니스트인 관계로 본 연재물에 소개되는 모든 음악은 팝 음악임을 밝혀둡니다. 또한, 곡 앞에 붙어있는 숫자들은 각각의 곡을 지칭하기 위함일 뿐, 순위를 메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힘든 일들이 끝나고 드디어 맞이한 휴일.
휴대전화를 들어 메신저 목록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얘한테 연락해볼까? 아니면 얘?'
연애 중이라느니, 이 사람은 딱히 만나고 싶지 않다느니 쉽사리 연락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핑계들이 떠오르고, 그만 휴대전화를 놓는다.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버린다.
무료함과 지루함이 밀려오지만, 딱히 만날 사람도, 할 일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 순간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건 역시 음악밖에 없다.
브루클린 출신의 힙합&알앤비 그룹 포니 피피엘(Phony PPL)의 'Why iii Love The Moon'이 오늘의 첫 소개 곡이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그루브 넘치는 보컬이 특징인 포니 피피엘.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인지도만을 가진 그들이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미래에 *더 루츠(The Roots)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은 앞에서 언급한 포니 피피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건반의 멜로디와 은은하게 울리는 베이스 사운드, 잔잔한 사운드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보컬, 그리고 지루해질 순간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랩핑까지.
피아노 멜로디만으로 끝맺음을 하는 곡의 *아웃트로도 여유로운 주말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높은 음역대의 보컬과는 다르게, 중간 음역대의 목소리로 나직하게 내뱉는 랩핑도 아웃트로로 넘어가기 전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우리는 가끔 심심하고, 할 일 없는 순간 방의 적막함이 싫어 보지도 않는 TV를 틀어놓기도 한다.
결코 재미있지도 않지만, 굳이 끄자니 너무 조용할 것 같아서 그저 소리만 살짝 나도록 켜놓은, 전혀 요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눈길이 가는 것도 아닌 그런 TV.
조용히 눈을 감고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나지막한 TV 소리가 흘러나오는 주말의 방이 상상될 것이다.
*더 루츠(The Roots) : 일렉트로닉,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힙합을 접목시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힙합 그룹
*스타카토 :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 혹은 창법
*아웃트로 : 곡의 마지막을 이르는 말
두 번째로 소개할 곡은 바로 국내에서도 흥행했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Chef, 2014)'의 수록곡인 라일 워크맨(Lyle Workman)의 'One Second Every Day'이다.
미국의 유명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라일 워크맨은 특유의 *컨템퍼러리 사운드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음악은 앞서 언급한 '아메리칸 셰프(Chef)' 뿐만 아니라 '*슈퍼배드(Despicable Me ,2010)'등 다양한 영화의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다.
이 곡은 기타만을 사용한 연주곡으로, 기본 *스트로크로 연주된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일품인 곡이다.
현란한 연주로 귀를 즐겁게 하기보다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기타와 기본 스트로크로 기본 코드를 깔아주는 *세컨드 기타로 한껏 분위기를 잡아준다.
아무리 곡의 분위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지만, 이 곡은 2분이 조금 넘는 플레이타임으로 지루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곡이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은 눈이 오는 겨울의 한 주말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푹신한 이불을 떠오르게 한다.
가만히 이불속에 파묻혀있으면, 지친 몸과 마음까지 따뜻함이 전달되는 느낌이 이 곡에서도 느껴진다.
*아메리칸 셰프(Chef, 2014) : 유명 음식 평론가와의 언쟁 후 레스토랑을 관두고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한 요리사를 그린 영화
*컨템퍼러리 : 여러 장르를 혼합, 믹싱 하여 대중적인 감각으로 만들어낸 음악 장르
*슈퍼배드(Despicable Me, 2010) : 달을 훔치려는 악당이 장비를 사기 위해 세 아이들의 보모가 되어 펼치는 이야기의 애니메이션 영화
*스트로크 : 여러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치는 기타 주법
*세컨드 기타 : 리드 기타를 보조해주는 기타, 주로 리드 기타가 멜로디를 세컨드 기타가 리듬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세 번째 곡은 네덜란드 출신의 힙합&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미스터 프랍츠(Mr Probz)의 'Waves'라는 곡이다.
그는 *아프로잭(Afrojack),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등 유명 *EDM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이 곡은 원곡보다 독일의 대표 EDM 아티스트 *로빈 슐츠(Robin Schulz)의 *리믹스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물론, 리믹스 곡은 원곡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더욱 리듬감 있으며, 신나는 곡이다.)
일렉기타와 보컬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쓸쓸한 분위가 감돈다.
이 곡의 특징은 바로 심벌, *브라스, 그리고 현악의 사운드.
심벌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 긴장감이 감돌고, 브라스와 현악 사운드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곡 구성에 웅장함을 더해준다.
이 곡은 앞에서 소개했던 두 곡들과는 약간은 다른 분위기이다.
앞의 두 곡보다는 조금 더 우울하고, 외로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별 후 처음 맞이하는 주말 아닐까?
이맘때쯤이면 헤어진 그 사람과 하던 것들이 떠오르는 그런 주말.
*아프로잭(Afrojack) : 네덜란드의 유명 DJ 겸 음악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 프랑스의 대표적인 DJ 겸 음악 프로듀서
*EDM(Electronic Dance Music) : 클럽이나 페스티벌 같은 상업적 파티 문화에서 쓰이는 음악들을 통칭하는 단어
*로빈 슐츠(Robin Schulz) : 독일의 유명 DJ 겸 음악 프로듀서
*리믹스(Remix) : 노래를 새로운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 또는, 그렇게 만든 곡
*인트로 : 곡의 시작을 이르는 말
*브라스 : 금관악기를 이르는 말
네 번째 곡은 70-80년대 슈퍼스타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현시대 힙합과 알앤비 장르의 선두주자들인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미구엘(Miguel),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성공으로 이끈 프로듀서 *마크 론슨(Mark Ronson)의 합작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Everyday'이다.
로드 스튜어트가 보컬로 참여했던 *파이손 리 잭슨(Python Lee Jackson)의 곡 'In a Broken Dream'을 *샘플링한 이 곡은, 로드 스튜어트의 보컬과 미구엘의 보컬이 차례대로 나오는 *싸비 부분으로 시작한다.
속된 말로 '이 부분 하나로 그냥 끝났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칠면서도 쓸쓸한 감정이 묻어나는 로드 스튜어트의 보컬, 약간은 끈적(?)하면서도 그루브감 있는 미구엘의 보컬의 대비는 극적인 느낌마저 든다.
둔탁한 드럼 비트와 감정의 고조 없이 담담하게 뱉어내는 랩핑, 한 음을 길게 연주하는 *EP의 사운드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곡은 무료한 주말의 늦은 저녁 혼자 쓸쓸히 즐기는 와인과 같다.
마치 이 곡의 첫 소절 가사와 같이.
약간은 취기가 돌면서 외면해왔던 외로움이 조금씩 실감되도록 만드는 씁쓸한 와인처럼 느껴지는 그런 곡이다.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영국의 우명 록 아티스트
*에이셉 라키(A$AP Rocky) : 미국의 힙합 그룹 에이셉 몹(A$AP Mob)의 멤버인 유명 래퍼
*미구엘(Miguel) : 미국의 유명 알앤비 가수
*마크 론슨(Mark Ronson) :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브루노 마스(Bruno Mars) 등과 작업했던 영국의 유명 프로듀서
*파이손 리 잭슨(Python Lee Jackson) : 1960년대 활동했던 호주의 밴드
*샘플링(Sampling) : 음원의 부분적인 일부를 추출하는 방식
*싸비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훅, Hook)
*EP : Electric Piano의 줄임말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레게의 신이자, 레게 그 자체인 *밥 말리(Bob Marley)의 곡 'Turn Your Lights Down Low'이다.
밥 말리는 두말 하면 입이 아픈 위대한 아티스트.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평화와 사랑을 노래했던 진정한 아티스트이다.
흔히들 레게 음악을 생각하면 신나고, 통통 튀는 사운드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려 줄 수 있는 좋은 곡이라 생각된다.
일반적인 곡들과 다르게 드럼이 아닌, 타악기를 중심으로 비트를 구성한다.
거기에 기타나 다른 *리드 악기들의 멜로디가 아닌 베이스로 전체적인 곡의 흐름을 끌고 가고 있다.
기타는 늘어지는 듯 한 연주를 통해 마치 노래의 애드리브처럼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평화와 사랑은 노래한 아티스트라는 소게답게, 가사도 일주일 동안 지쳐있을 우리를 위로하는 듯한 따뜻한 가사로 가득하다.
노래 속 화자는 달빛 아래에서 사랑을 나눠주겠다고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이 곡은 무료한 주말을 보낸 후 잠자리에 누워 조용하게 들어보길 추천한다.
쓸쓸함과 무료함에 다운된 우리의 기분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느낌이 들 것이다.
*밥 말리(Bob Marley) : 레게 음악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리드 악기 : 목관 악기들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