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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Mar 02. 2017

가슴 설레는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를 대변하는 노래

<2번째 사운드트랙>

<별별 선곡표 : 별난 상황 별난 선곡표>는 '일상의 BGM'이라는 취지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합니다. 필자가 팝 칼럼니스트인 관계로 본 연재물에 소개되는 모든 음악은 팝 음악임을 밝혀둡니다. 또한, 곡 앞에 붙어있는 숫자들은 각각의 곡을 지칭하기 위함일 뿐, 순위를 메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친구의 소개로 최근 만나기 시작한 그녀.

처음에는 메신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만남을, 그 이후로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연락을 이어가며 드디어 약속을 잡은 주말.

사람들이 북적이는 번화가, 약속시간보다 10여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평소라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은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이 순간이 나쁘지 않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가슴속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나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일 뿐이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이런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은 역시 음악밖에 없다.




1. Take Me To The Alley - Gregory Porter


Gregory Porter - Take Me To The Alley (1 mic 1 take)

오늘의 선곡 리스트를 열 첫 곡은 바로, 일명 '군밤장수 아저씨'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의 'Take Me To The Alley'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듣던 *냇 킹 콜(Nat King Cole)을 따라 하던 한 아이는 이제는 *가스펠적인 창법에 더해 진한 소울을 풍기는 목소리로 자신만의 재즈를 만들어가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레고리 포터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3번째 정규앨범 [Liquid Spirit]을 발매하면서이다.

이 앨범을 통해 그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재즈 보컬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6년 이 곡과 동명의 4번째 앨범 [Take Me To The Alley]를 통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다.

이 곡은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 한 콘트라베이스의 사운드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그레고리 포터의 보컬 또한 탄탄한 저음과 편안한 중고음으로 차분하면서도 나른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곡의 코러스 파트에서 나오는 피아노 반주와 *스네어 드럼의 소리는 조용히 내리는 빗방울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간주 부분에서 나오는 트럼펫 솔로는 차분한 분위기에 조금은 경건한 느낌까지 더해주고 있다.

또한, 이 부분은 곡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는데, 전반부와 조금은 감정적으로 더 깊게 들어가는 후반부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린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주머니 속 손난로 같은 곡이다.

너무 뜨겁지 않은 포근한 온도로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냇 킹 콜(Nat King Cole) : 20세기 중반 흑인으로서 거의 유일하게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부른 미국의 재즈 가수·피아니스트 겸 배우

*가스펠 : 20세기 초 미국 흑인 사이에서 불려진 종교 가요, 흑인영가와 재즈가 혼합된 강렬한 리듬이 특징적

*그래미 시상식 : 1959년부터 시작된 미국에서 열리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

*스네어 드럼 : 원통형의 몸체에 가죽을 붙이고 안쪽에 스내피를 부착한 드럼의 한 종류



2. Only Wanna Be With You - Samm Henshaw


Samm Henshaw - Only Wanna Be With You (Unplugged)

두 번째로 선정한 곡은 2014년 데뷔한 영국의 신예 싱어송라이터 샘 핸쇼우(Samm Henshaw)의 자작곡 'Only Wanna Be With You'이다.

영국의 BBC Radio 1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핸쇼우는 지금까지 단 2장의 *EP앨범만을 발매했을 정도로 프로로서 음악적 커리어를 막 시작한 아티스트이다.

또한, 그는 그의 친구들과 결성한 라이브 *세션 팀 'The Sound Experiment'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 곡에서 피아노 반주와 백업 코러스 그리고, 자신의 보컬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곡은 화려함이나 듣는 이를 압도하는 힘과는 거리가 먼 잔잔하고 따뜻한 곡이다.

이 곡을 듣다 보면, 많은 악기들과 음악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곡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곡의 후반부부터 나오는 손가락 스냅을 사용한 비트는 너무 우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리듬감을 살려줌으로써 밝은 느낌을 더해준다.

게다가 불필요한 사운드를 많이 걷어냈기 때문에 우리는 핸쇼우의 보컬을 제대로 감상해볼 수 있다.

특히 그의 보컬적 매력은 도입부와 저음을 부를 때 특히 두드러진다.

거칠면서도 가는 그의 음색은 보호본능을 일으키기 충분하며, 떨림의 폭이 넓지 않은 그의 *비브라토와 짧게 끊어내는 끝음 처리가 인상적이다.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세션 : 합주를 지칭하는 말

*비브라토 :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흔히 바이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3. The Simple Things - Michael Carreon


The Simple Things - Michael Carreon

2011년 혜성처럼 등장한 싱어송라이터이자 R&B 보컬리스트 마이클 캐리언(Michael Carreon)의 대표곡 'The Simple Thigs'가 3번째 주인공이다.

1장의 *EP앨범 [Carry On]과 정규앨범 [Love Adolescent]를 발매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인디 아티스트이다.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보컬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기타 멜로디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유의 감미로운 스타일 덕분에 국내 유명 TV 프로그램과 광고에서도 그의 노래가 많이 사용되었다.

이 곡은 너무나 유명하기도 하며, 달달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곡이다.

분위기 있는 카페 배경음악으로 손꼽히는 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필자 주변에 카페에서 이 곡을 들었던 사람들이 꾀나 많이 있다.)

이 곡도 많은 악기가 사용되지 않았고, 심지어 반주만 보자면, 16마디의 멜로디가 끝까지 반복되는 정말 단순한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이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의 랩핑 때문이 아닐까.

말하는 듯 한 랩을 통해서 *벌스를 채우고, 귀를 간지럽히는 귀엽게 들리기도 하는 보컬을 *코러스에 배치시켜서 *훅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듣고 있자면 저절로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그 순간이 떠오르는 곡이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걸으면 자동으로 깔리는 *BGM처럼.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인디 :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약자, 저예산 독립음반을 말한다.

*벌스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코러스 : 반복되는 후렴 부분

*훅 : 반복되는 후렴 부분

*BGM : 백그라운드 뮤직, 극 중의 연출 효과를 높이거나 기분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배경에 흐르게 하는 음악을 의미한다.



4. The  A Team - Ed Sheeran


Ed Sheeran - The A Team [Official Video]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에드 시런(Ed Sheeran)의 'The A Team'이 오늘의 4번째 선곡이다.

그는 2011년 [+], 2014년 [x]의 연이은 히트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티스트이다.

그리고 바로 내일, 2017년 3월 3일, 그의 3번째 정규앨범 [÷]가 발매될 예정이다.

그의 음악적 역량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커버해 부른 많은 영상들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기타와 현악기만으로 이끌어가는 이 곡은 어두운 분위기의 *M/V와 가사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희망적이고 달콤하게 들린다.

전혀 '사랑'과 관련 없는 것 같은 이 곡을 선정한 이유도 바로 이 곡의 멜로디가 주는 분위기 때문이다.

밝고 티끌 없는 느낌의 멜로디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기타 *스트로크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이 곡의 독특한 점은 *리듬악기가 하나도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직 기타의 스트로크만으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강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을 배제했기 때문에 매력적인 에드 시런의 보컬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 곡을 설레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햇살 같은 곡이라 생각한다.

눈부시지만 따뜻함을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햇살.


*커버 : 기존에 있는 원곡을 편곡하여 부른 곡, 흔히 리메이크 곡이라고도 불린다.

*M/V(Music Video) : 뮤직비디오의 준말

*스트로크 : 여러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치는 기타 주법

*리듬 악기 : 리듬을 연주하는 타악기의 총칭



5.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 Laura Fygi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 Laura Fygi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명곡 중에 명곡, 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인 로라 피지(Laura Fygi)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다.

사실 로라 피지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원래 그녀의 음악적 커리어는 재즈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1980년대 유렵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네덜란드 디스코 그룹 센터포드(Centerfold)의 그룹으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었다.

당시 *플레이보이 촬영도 할 만큼 섹시한 이미지가 강한 그녀였지만, 1992년 솔로로 전향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재즈풍의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재즈 아티스트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해 준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사실, 이 곡은 그녀의 곡이 아닌 *스탠더드 재즈로서 *냇 킹 콜(Nat King Cole), *샘 쿡(Sam Cooke)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불러왔던 곡이다.

보통의 색소폰 연주를 생각하면 끈적거리는 느끼한 느낌을 많이 받지만, 이 곡에서는 과하지 않은 연주를 통해 감미로운 현악의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어 분위기를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피아노 연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밤하늘의 별과 같은 느낌이 드는 피아노 연주는, 멜로디를 따라가지 않고, 마치 두 명의 보컬이 노래를 하듯 무게감 있는 로라 피지의 목소리를 영롱한 소리로 받쳐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곡은 바라만 봐도 설레는 상대방과 포근한 카페에서 마시는 카페모카 같은 진하면서도 달콤한 음악이다.

상대방과의 데이트를 마무리할 때 가장 적절한 분위기의 곡이 아닐까?


*플레이보이(Playboy Magazine) : 1953년 설립된 잡지를 비롯한 성인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

*스탠더드 재즈(Standard Jazz) : 널리 알려진 재즈 곡

*냇 킹 콜(Nat King Cole) : 20세기 중반 흑인으로서 거의 유일하게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부른 미국의 재즈 가수·피아니스트 겸 배우

*샘 쿡(Sam Cooke) : 소울 음악을 개척했다고 여겨지는 미국의 가스펠, 소울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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