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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Feb 09. 2017

비난만 남은 사회에게

<12번째 멜로디>

Human - Rag 'n' Bone Man


Rag'n'Bone Man - Human (Official Video)


이제는 없으면 더 이상한 악성 댓글들.

어딜 가나 들리는 험담.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한 채 뱉어내는 말들.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타인.

장점보다는 단점을, 칭찬보다는 질투를, 격려보다는 비판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회.

서로를 까내리기 바쁜 일상과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노력들이 가득한 세상.

이해와 수용은 이미 이상의 범주에 들어가 버린 단어가 된 지 오래다.


우리는 누군가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의 단점이나 이전의 실수 등 흠집이 될 만한 티끌만큼 작은 것들을 찾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필자는 그런 이들을 마주할 때면 성공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음을 느낀다.

실상은 트집을 잡는 이도, 욕을 먹는 누군가도 인간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을 가지기 마련이고,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이 곡은 작년 7월 발매된 랙앤본 맨(Rag 'n' Bone Man)의 3번째 *싱글 곡이다.

그리고, 올해 2월 17일 발매 예정인 그의 정식 데뷔 앨범 [Human]의 타이틀 곡이기도 하다.

들어본 사람을 알겠지만, 이 곡은 전형적인 어느 장르에 속해있다고 하기에는 참 애매한 곡이다.

(물론, 현대 대중음악에서 장르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지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첫 시작은 래퍼였으며, 이후 어쿠스틱 한 스타일의 *EP들을 거쳐 지금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힙합 사운드가 결합된 *네오 블루스 장르의 음악으로 발전되었다.

게다가, 그의 걸걸하면서 파워풀한 보컬은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라이브 무대에서 라이브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 그의 영상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싱글 : 하나 혹은 두 개의 곡을 담은 앨범 형식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네오 블루스 : 기존의 블루스 음악에 다른 장르(힙합, 일렉트로닉 등)의 음악적 요소를 더한 블루스의 하위 장르

Rag'n'Bone Man - Human - Live from the BRITs Nominations Show 2017


그의 무대 명인 '랙앤본 맨'에도 독특한 사연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60년대 방영되었던 인기 시트콤 '스텝토 부자(Steptoe and Son)'에 나오던 인물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고 말한다.

폐지와 유리병을 주워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 삶을 사는 사람들(rag-and-bone men)의 모습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그의 독특한 무대명이 탄생했다.



이 곡은 다른 부분 보다도 베이스 기타와 드럼만으로 끌고 가는 *벌스가 가장 인상 깊다.

랙앤본 맨 특유의 탄탄하고, 잔 *비브라토가 섞인 저음과 귀를 사로잡는 *베이스 라인은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준다.

3개의 음으로 만들어내는 베이스 라인은 이 곡의 트레이드마크라 생각한다.

또한, 드럼과 함께 탬버린을 사용한 점도 독특하다.

탬버린의 사운드 덕분에 더 러프한(거친) 느낌을 풍기고 있다.

랙앤본 맨의 힘 있는 보컬이 두드러지는 *싸비 부분에서는 베이스의 비트를 쪼개서 벌스보다는 조금 더 빠르고, 강렬한 느낌이 들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코러스 보컬들로 그의 보컬이 너무 거칠게만 느껴지는 것을 방지한 것 같다.

곡의 마무리는 보컬과 건반의 *코드 연주만으로 여운을 남기면서 끝맺음을 한다.


*벌스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비브라토 :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흔히 바이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베이스 : 낮은 음역을 연주하는 악기, 이 글에서는 베이스 기타를 나타낸다.

*싸비 : 후렴구 (훅, Hook과 동일하게 사용)

*코드 : 화음


랙앤본 맨은 자신도 평범한 인간일 뿐, 자신을 탓하지 마라고 울부짖고 있다.

더욱이, 예언자도 구원자도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은 채 타인의 잘못만 생각하곤 한다.

때론, 자신의 불행과 불운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당장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나아 보이는 누군가를 시기하고, 자신보다 덜 힘들어 보이는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그러면서도 타인들에게 구원을 손길을 바라고, 조언을 구하며, 의존하려고 한다.

이 얼마나 치졸하고, 찌질해 보이는 모습인가.


우리는 단지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그저 인간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이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을 그만할 때가 되었다.




P.S. 더 이상의 비난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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