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커버곡>
멀리서부터 냉소적이면서도 화가 난, 역겨운듯하면서도 무시하는 듯 한 표정의 한 남자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더 이상 학생, 학교라는 방패막이도 없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나를 비웃는 듯 바라본다.
그의 앞에서 나는 그저 한 마리의 작고 연약한 먹잇감일 뿐이다.
'저승사자가 눈 앞에 있다면 마치 이런 모습이 아닐까?'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땅이 울리는 듯한 굵고, 거친 목소리로 그는 나에게 말한다.
"이제 시작할 거야, 준비는 다 됐겠지?"
산전수전 다 겪은 듯 보이는 거친 그의 손이 나의 어깨에 올라온다.
나의 몸은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하는 듯 발걸음을 무겁게 했지만, 그의 묵직한 손은 너무나도 쉽게 나의 등을 떠밀어 앞으로 가도록 한다.
한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으로 나를 억지로 이끈다.
어느 정도 걸어왔을까, 어느 순간 그의 거친 손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지만, 어둠 한가운데 나는 꼼짝할 수 없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 홀로 남겨진 공간에서 그의 걸걸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건넨다.
드럼, 일렉기타, 보컬, 건반, 백업 코러스 빠질 것 하나 없이 모두 강렬하다.
심지어 *M/V까지도 강렬하기 그지없다.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약간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 곡의 분위기는 마치 전투에 나서기 직전 검투사의 모습 같다.
흥분과 긴장, 그리고 공포가 한데 섞여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분위기이다.
*M/V(Music Video) : 뮤직비디오의 준말
의도적으로 *마스터링을 거치지 않은 듯 한 거친 사운드들이 폭풍처럼 우리에게 달려든다.
*벌스에서는 보컬과 드럼을 메인으로 두고, 코러스와 기타의 사운드가 긴장이 풀어지지 않도록 우리에게 경고를 준다.
*싸비에 들어가기 직전, 잠깐의 *뮤트는 정적이 주는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싸비, 드럼과 피아노와 기타, 보컬과 코러스 이 모든 것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거친 소리를 뽐낸다.
사나운 늑대들이 무리 지어 이빨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마스터링 : 녹음 후 음향의 보정 과정
*벌스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싸비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훅, Hook)
*뮤트 : 재생 음량(음압)을 순간적으로 감소시키는 기능
신을 찾는 코러스의 목소리와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는 정글로 따라오라는 보컬의 목소리는 대결이라도 하는 듯이 서로의 소리를 높인다.
한쪽에서는 힘든 순간이 오면 신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나 큰 고통과 역경에 신을 저주하는 모습이 비친다.
이처럼 가사는 냉혹한 현실 앞에 내동댕이쳐진, 점점 사납게 변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뭉크의 '절규'가 떠오르는 너무나도 강렬한, 그렇기에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곡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엑스 앰배서더스(X Ambassadors)와 영국의 *블루스 록 아티스트 제이미 앤 커먼스(Jamie N Commons)의 작품이다.
2014년 월드컵 기간, 헤드폰 브랜드 '*비츠 바이 드레(Beats by Dre)'의 광고에 삽입곡으로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얼터너티브 록 : 메탈적 성향을 벗어난 록의 한 하위 장르
*블루스 록 : 60년대 영국에서부터 블루스를 록 스타일로 풀어낸 스타일
*비츠 바이 드레(Beats by Dre) :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닥터 드레(Dr. Dre)가 설립한 음향 기기 제조 회사
심상치 않은 이 곡은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중요한 내용이 담긴 곡이다.
M/V를 유심히 살펴본 분들이라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엑스 앰배서더스의 *키보디스트이자 보컬인 샘 해리스(Sam Harris)와 형제 사이인 캐이시 해리스(Casey Harris)는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인 그가 음악을 하기 위해서 뉴욕으로 올라오면서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사람들의 냉대 같은 것들을 표현한 것이 바로 이 곡이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인 그에게 혼잡한 뉴욕의 생활은 처음에는 큰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뉴욕 생활은 지식도 경험도 없이 갑자기 떨어진 정글과 같지 않았을까?
어찌 보면, 위에서 말했던 변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은 그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키보디스트 : 건반악기 연주자
다시 서론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돌아갈 수 도 앞으로 나아갈 수 도 없는 어둠 속에 갇혀버린 나에게 그는 너무나도 냉혹한 한마디를 던진다.
우리는 절대 약자에게 친절하지 않단다.
사회가 나에게 남기고 간 마지막 한 마디였다.
P.S. 우리는 지금 정글 속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