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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Apr 13. 2017

인연의 끝을 알다

<14번째 커버곡>

Say You Won't Let Go - James Arthur


James Arthur - Say You Won't Let Go (from. JamesAVEVO)


필자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흔히 말하는 집사이다.

지친 하루의 끝에 나를 반겨주는 소중한 가족이자, 힘든 순간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들임이 틀림없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을 보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함께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순간도, 내가 작업하는 동안 내 무릎 위에서 곤히 잠든 순간도 너무나도 소중한 기억들이다.

그들이 나에게 주는 따뜻한 온기는 이제는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과 평생을 함께하지는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 순간이 올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이 곡을 듣자마자 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들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울컥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던 그 마지막 순간이 갑작스럽게 머릿속을 지나쳤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그 순간은 마냥 슬프기만 한 순간이 아니었다.

소중하고 따뜻했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

물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 그런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마치 슬픈 이야기를 전하지만 따뜻한 기타의 선율이 느껴지는 이 곡처럼.



2012년 영국의 *더 엑스 팩터(The X-Factor) 우승자인 제임스 아서(James Arthur)가 이 곡의 주인공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팝, 락,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보컬 스타일을 완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그는 랩 *믹스테이프를 내놓을 정도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아티스트이다.

물론, 그의 보컬적인 능력과 호소력은 이미 더 엑스 팩터 프로그램에서 열창한 'Make You Feel My Love', 'Let's Get It On'등의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 엑스 팩터(The X-Factor) : 영국 ITV에서 2004년부터 방영 중인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테이프 : 이미 존재하는 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변형하여 만든 녹음물, 소속이 없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 곡에서 제임스 아서의 매력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곡 후반 후 하이라이트에서는 절규하는 듯 감정이 실린 목소리와 뒤이어 나오는 가성은 절묘하게 대비를 이루면서 서글픔과 아쉬움, 그리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벌스 부분에서의 중음역대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듯 한 목소리가 포근하면서도 쓸쓸한 감정을 담고 있다.

*싸비를 부를 때 나오는 고음역대는 허스키하면서도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듯 한 느낌도 든다.


*벌스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싸비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훅, Hook)


곡의 구성도 참 단순하다.

전반적으로 기타의 멜로디가 곡을 이끌어 가고, 1절의 싸비와 함께 드럼의 베이스가 들어온다.

2절에서는 1절에서 추가된 드럼의 베이스와 함께 다른 드럼들의 사운드와 오르간 소리가 가미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기 전 피아노의 연주와 보컬로 완급조절을 한다.

마지막으로, 곡의 마무리 부분에서는 현악과 코러스까지 추가되어 하나의 완성된 사운드를 뽐낸다.

감정이 더해질수록 악기도 하나씩 더해지는 단순하면서도 정석적인 구성이 곡의 감성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단순하기에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곡의 가사를 보고 단순히 생각하면,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는 달콤한 노래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사랑하는 존재들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는 끝이날 인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끝이 있음을 알기에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곡은 그 끝을 어렴풋이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곡이 말하는 끝은 절망적인 끝이 아니다.

아름다운 이별, 서로의 좋은 추억들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이별을 말하고 있다.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삶에서 사소한 부분들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소중한 것이다.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다.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에게 그런 존재가 바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라 이 노래를 듣자마자 고양이들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들과의 이별의 순간을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 이별이 절망만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며 그들을 추억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 나는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길 것이다.




P.S.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들 앵고와 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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