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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Jun 01. 2017

나의 나약함과 소중한 사람

<15번째 커버곡>

Jealous - Labrinth


Labrinth - Jealous(from. LabrinthVEVO)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혹시 다음 웹툰의 '나빌레라'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최근 화에서 주인공의 아들은 아버지가 숨겨왔던 병을 알게 된다.

늦게서야 자신의 꿈을 좇기 시작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아버지의 스승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가 꿈을 포기하지 않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을 부탁하는 심경은 어떠할까?

가늠할 수 없는 절망감과 허탈함이 쏟아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모르고 있던 그 사람의 아픔과 역경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그 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스스로가 미워질 것이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질 것이다.

더 이상 그 사람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 속에서 몸서리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그 사람을 부탁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자신의 무능함을 뼈저리게 느낄 순간이 없을 것이다.



이 곡의 제목은 'Jealous'이다.

위에서 설명한 상황과는 약간은 거리감이 있는 제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M/V속 라브린스(Labrinth)의 감정 변화와 위에서 언급했던 '나빌레라' 속에서의 감정이 너무나도 평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해당 화가 마무리되는 순간의 모습과 M/V속 라브린스의 표정이 절묘하게 오버랩되었다.

두 작품 모두가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M/V(Music Video) : 뮤직비디오의 준말


이 곡을 들어보면, 그의 음악 스타일이 *어쿠스틱 한 알앤비, 발라드라고 느낄 법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랩부터 *EDM까지 다양한 음악을 다루어 본 능력 있는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런던 출신의 아티스트인 그는 리아나(Rihanna), 에드 시런(Ed Sheeran), 더 위캔드(The Weeknd)등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서로서 먼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 그는 특히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더 엑스 팩터(The X-Factor)등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의 소속사인 시코(Syco)에 영입된 최초의 비 경연대회 출신 아티스트로 유명해졌다.


*어쿠스틱 : 전자음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하게 악기만을 사용한 음악의 갈래

*EDM(Electronic Dance Music) : 클럽이나 페스티벌 같은 상업적 파티 문화에서 쓰이는 음악들을 통칭하는 단어

*더 엑스 팩터(The X-Factor) : 영국 ITV에서 2004년부터 방영 중인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개인적으로 그는 오늘 소개한 곡과 같은 발라드 스타일의 알앤비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라 생각한다.

여린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강하고 탄탄한 목소리가 숨어있는 보컬, 높은음으로 올라가면 살짝 뒤집어지면서 독특한 느낌을 주는 끝음처리, 얇고 짧게 떨리는 *비브라토 등 앞서 말한 장르의 음악과 어울리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이 곡 안에서 그는 모든 음 하나하나를 진성으로 처리하고 있다.

진성으로 음을 처리하면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감정의 전달이 더욱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비브라토 :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흔히 바이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 곡을 들어보면 비트 악기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앞에서 보컬과 함께 곡을 끌어가고, 오르간이 뒤에서 곡 전체를 아울러 감싸 안듯 뒤를 받쳐준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기 전부터 간절함을 더해주는 현악의 소리도 들려온다.

현악과 함께 나오는 그의 저음은 담담함을 넘어 체념에 가까운 느낌까지 준다.

그리고,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코러스와 함께 라브린스의 나지막이 울부짖는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비트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잔잔한 멜로디 악기들만을 사용했기에 그의 간절한 목소리와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사를 살펴보면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비나 바람이 부럽다고 말한다.

자신이 주는 사랑이 그 사람에게 최고의 사랑이길 바랬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후회한다.

이제는 자신 없이도 행복한 모습의 그 사람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슬프고 싫다며 울고 있다.

위에서 말했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 사람의 아픔을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후회와 이별의 상황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한 자신에 대한 증오, 그리고 상실감.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려 애쓰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일그러지는 얼굴.

힘이 들어가지 않는 조금씩 떨리는 손.

아무도 없는 공허한 공간, 소파에 파묻혀 슬픔이라는 바다에 깊이 빠진 듯 축 쳐진 모습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견디기 힘든 아픔을,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함을 이 곡이 함께 해줄 것이다.

위로해 줄 순 없지만, 아픔을 함께 해줄 순 있을 것이다.






P.S. 꼭 '나빌레라'라는 작품의 35화와 함께 감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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