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교육이 필요한 이유.
최근 학년부장을 맡았던 2023~2025년, 특이한 시도를 해 봤다.
기존에 한 학급을 통으로 맡았던 담임 선생님들께,
모든 학급의 학생 3~4명을 공통된 하나의 부서로 묶고,
이를 맡아 각 선생님께서 매일 실시하는 활동을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본인의 반도 맡아야 함과 동시에
다른 학급의 소수 학생을 맡아 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협조로 2023, 2024학년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지도 방식을 진행하였다.
시작은 효율적인 학급 운영이 목표였다.
담임교사의 역할은 한 학급에서 매우 다양하다.
그 다양한 역할을 모든 교사가 잘 소화해 낼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 담임 선생님이 부실하게 해내지만, 다른 담임 선생님이 확실하게 해내는 역할이
그중 있다면, 그것은 대개 '그 사람의 강점'이 됨과 동시에 '누군가의 약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내는 교실 관리를 학생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교사는 각 실의 관리자이지만, 정작 그 교실을 장시간동안 사용하는 학생은 그 교실의 상태에
책임감을 갖고 정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이 활동을 2년 간 진행하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역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도 사람의 행동과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수업을 잘 듣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청소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지각을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정도로 학생들을 판단했다면
역할을 맡으며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학생들을 보며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매일 정리하는 성실한 모습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역할을 갖게 되자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학교에는 학년부장이라는,
교육청에게는 딱히 필요하지 않고 학생들도 좋아하지 않으며 교사도 기피하는 역할이 있다.
이를 맡으며 나에게 나타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타 부서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관리자와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내 부서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단순히 내가 담임교사만을 계속 맡았더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일들을 생각해야 했고,
한 반이 아니라 한 학년을 생각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내 책상 정리도 제대로 못하던 내가 다른 반의 정리를 돕고 있고,
계획 세우는 것이 서툴던 내가 계획이 필요한 이유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생각하였다. 스스로 역할을 맡아 도구처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사람의 역량이 발전하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2025년 올해, 나는 여태 내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닌가,
내 성향과 맞는 역할을 여태까지 찾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내 성향과 내 역할을 조화롭게 사용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역할과 관련된 여러 생각을 했다.
그와 더불어, 언젠가는 역할을 다룬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2~3년 전부터 했다.
'무엇인가의 역할'이 아닌, 사람이 맡게 되는 '역할' 그 자체에 대해.
그와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초, 중, 고,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왜 학생들이 취업을 피하고, 관리직을 피하게 되며,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지 나름의 가설도 어쩌면 역할과 연관 있을지도 모른다. 직업은 역할의 집합체이나, "역할을 다뤄본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역할'인 피양육자, 생산 없는 소비자 등의 초기 역할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라는 것이, 지금 내가 역할을 바탕으로 얻은 가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