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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빔독서 Nov 09. 2024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에세이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는 우연히 제주에서 자신을 알아본 독자의 푸념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이 생각한 제주가 아니라는 독자의 실망감에 왜 제주가 당신이 생각한 제주여야 하냐는 반문에서 시작합니다. 삶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 뻔하지 않아서 더 놀랍고 즐거운 인생입니다.


작가는 새를 좋아하는데요 새의 자유로움과 가벼움을 동경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취미 또한 새 그리기이며 '새는 해답을 갖고 있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시에서 새의 삶이 그의 이상향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가벼움


현재 나를 짓눌리는 무게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고난이 있습니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가 소설 『섬』에서는 고통을 가볍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마음이 어두운가? 그것은 너무 애쓰기 때문이라네. 가볍게 가게, 친구여, 가볍게. 모든 걸 가볍게 하는 법을 배우게. 설령 무엇인가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가볍게 느껴 보게. 그저 일들이 일어나도록 가볍게 내버려 두고 그 일들에 가볍게 대처하는 것이지. 짊어진 짐들을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게. 너는 주위에는 온통 너의 발을 잡아당기는 모래 늪에 널려 있지. 두려움과 자기 연민과 절망감으로 너를 끌어내리는, 그러니 너는 매우 가볍게 걸어야만 하네. 가볍게 가게, 친구여."




• 가볍게 산다는 것


카프카라는 체코의 작가가 폐결핵을 앓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는 베를린 근교의 어느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울고 있는 어느 소녀를 발견합니다. 소녀는 자신이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려 울고 있었습니다. 카프카는 소녀에게 사실 인형은 새로운 세상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고 내일 인형이 남겨둔 편지를 가져오겠다 합니다. 다음날 카프카는 편지를 들고 소녀에게 큰 소리로 들려주었습니다. '울지 마. 나는 슬픈 이유로 사라진 것이 아니야. 잠시 지금의 장소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어.'


카프카는 삼 주 동안 소녀에게 인형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형을 선물하였습니다. 인형의 모습은 달랐지만 '내 여행이 나를 변화시켰어.' 라며 인형을 안겨줍니다. 몇 달 뒤 카프카는 세상을 떠났고 어른이 된 소녀는 인형에서 카프카의 서명이 담긴 편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네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들은 반드시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돌아올 거야.'


사람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죽음의 무게 앞에서도  어떻게 어린 소녀의 상처를 돌볼 수 있었을까요? 고통의 무게를 가볍게 할 때 언젠가 나는 떠나가지만 마치 토이스토리 동화 같은 감동은 계속 기억되고 있습니다.




• 삶의 꽃


삶을 꽃피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스스로 꽃을 피우는 일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삶이 꽃 피어나도록 돕는 일입니다. 당신도 나도 누군가를 꽃 피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픈 과거를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과거로부터 도망치거나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어제의 내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현재의 고민으로 답답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재는 스물일곱 번 껍질을 벗는다고 합니다. 통증을 외면하지 않고 거치면서 성장하는 것, 그리고 내 통증을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여유를 가지면 이웃도 보일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서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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