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사서가 됐습니다_1

사서일기_20250816_입차 310일차

by 천유

"책과 책 읽는 사람이 좋아 사서가 되었습니다! 지식의 보고인 책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연결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성실함과 열정으로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혼자서 하는 프리랜서를 했다. 인간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내 성격에 딱 맞는 일이었다. 그러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나름 완벽주의자인 나에게 그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매 프로젝트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았고, 좋은 성과가 나와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쳤고 집 나간 자존감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나는 영원한 2류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혔다. 혼자하는 일을 오래하다보니 고립감도 문제였다. 프로젝트 관련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문자와 카톡, 이메일로 이루어지다보니 몇 년이나 같이 일한 담당자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루에 말 한 마디 안하는 날도 있었다. 이러다 우울증에 걸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건수를 찾아 밖으로 나가야 했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으나 너무 다른 일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그때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지인이 "너는 책을 좋아하고 관련된 일을 오래했으니 사서가 돼 봐.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면 잘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자기는 성균관대학교 사서교육원에서 공부했다면서 그곳을 추천해주었다.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도 보고 나름 높은 경쟁률을 뚫고(당시 교육원이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거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육원에 입학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4일 4시간씩 일 년 동안 공부해 사서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도 취업할 생각을 못했다. 그때 코로나19가 심해지기도 했고, 학교 도서관은 사서 교사만 채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서 거의 포기를 했다. 공공도서관도 경력자를 선호하지 나이 많은 신참은 반기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사서 취업 커뮤니티를 멤돌기만 하다가 코로나19가 끝나갈 무렵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을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솔직히 정규직은 꿈도 안 꿨다. 나이 많고 경력도 없는 신참을 누가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는가? 전문도서관은 거의 없었고 대학도서관은 해당 도서관에 문헌정보학과가 있는 경우 해당 대학 졸업자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었다. 학교 도서관은 역시나 사서 교사 자격증이 필수였고, 가끔 육아휴직 대체도 나왔으나 역시 경력자 우대였다. 공공도서관 비정규직을 찾아보니 순회사서, 육아휴직 대체, 개관연장 사서직, 주말 단기 근무가 대부분이었다. 순회사서는 뭔지 모르니 패스, 육아휴직 대체직도 응시해봤으나 한 곳도 되지 않았다. 남은 곳은 주말 단기 근무와 개관연장 사서직,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근무지나 급여 등은 고려하지 않고 모두 보러 가기로 했다.


드디어, 한 곳에서 개관연장 사서직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야호!!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1시간 40분이나 걸리는 곳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일찌감치 '날아가' 면접 전에 도서관을 한바퀴 둘러보고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두둥! 이런이런 2명 채용에 면접 대기자가 족히 열 명은 되어 보였다. 거의 젊은이들, 그 사이에 나와 비슷한 연배가 한 명 더 있는 것을 보고 슬며시 안도를 했다. 아마 그분도 나를 보며 안도했으리라 생각한다.


면접관은 두 명, 자신을 사서 총괄과 업무 총괄이라고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면접이 진행됐다. 역시나 사서 경력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이럴 땐 패기와 열정!(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지만 어쩌겠는가, 숨어 있는,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다 타서 진작 재가 됐을 죽은 패기와 열정까지 되살려내야지)을 보여주어야 했다.


비록 비전공자고 경력도 없지만 그 동안 쭈욱~~ 책과 관련된 일을 했고 이런 저런 사회 생활도 있으니 이용자 응대에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젊은이보다 훨씬 노련하게(백 퍼센트 뻥이다, 직장 생활의 인간 관계가 싫어서 혼자하는 일을 선택한 나였다.)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고 분위기는 나름 긍정적인 것 같았다. 물론 이것도 백 퍼센트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낯선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 이건 받아야해!' 직감에 따라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도서관입니다. ***님 맞으시죠?"


야호!! 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