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사서가 됐습니다_2

사서일기_20250818_입사 312일차

by 천유

그 흔한(안 흔한가?) 인턴이나 단기근로도 한 번 해본적 없는 내가(아, 세 달 동안 자원봉사를 한 적은 있다) 개관연장 사서가 되었다. 도서관 업무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일자무식, 두근두근 설렘 반 걱정인 채로 첫 출근을 했다.


나의 첫 도서관은 해당구의 대표 도서관으로 규모가 매우 컸다. 실 담당 선생님 말이, 많이 외진 곳에 위치했음에도 이용자가 매우 많으니 주말에는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주말 어린이실을 겪기 전에는 긴가민가했다. 주말 하루만 만보기에 1만 보 이상이 찍히고 퇴근 후 귀에서 웅웅 이명이 들리고 나서야 완전히 납득했다.). 2층은 어린이실, 3층은 잡지와 신문, 컴퓨터가 있는 미디어자료실, 4층은 종합자료실과 도서관 사무실이 있었다. 내가 배정 받은 곳은 미디어자료실로 자료실과 잡지 관리가 나의 업무였다. 다른 자료실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했기에 초보자인 나는 조금 안심했다.


도서관 프로그램 접속에 필요한 절차를 해주던 전산 담당 선생님이 내 나이를 듣더니 허걱 했다(다 보인입니다. 님도 연세가 있어 보이는구먼 뭘...). 그리고 "연세도 있으신데 천천히 하세요."라는 망언을 투척했다. '연세'라니, '연세'라니... 아무리 초심자로는 많은 나이라지만, 그래도 듣는 오십 민망합니다. 살짝 긁혔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나쁜 의도는 아니었던 듯했다.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테니 천천히 익히라는 뜻이었다. 하하하.


그 분 말이 다른 직원들은 미디어자료실이 꿀보직이라고 하지만 알고보면 악성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면서 '지박령+빌런'들을 알려주었다. 그 분 말처럼 정말 날마다 와서 다양한 이유로 화를 내는데 나중에는 PTSD가 올 지경이었다.


여러 도서관에서 근무해보니 지역 마다 이용자들의 성격이 조금 달랐다. 그리고 첫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요 이용자가 미취학 아동의 부모나 젊은 여성이 아닌 5-70대 남성이라는 것이었다. '지박령+빌런'도 주로 이 연령대 남성이었다. 특히 이 도서관 이용자들은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걸핏하면 "세금을 그렇게 처먹고는!(도서관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세금을 처먹진 않습니다.)", "내가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얼마나 내시는데요? 까보세요!)"를 포효하듯 외쳤다.


반말은 기본이고, "해줘, 해줘, 니가 해달라고!" 아니면 "안 돼? 왜 안 돼? 딴 데는 다 되는데 왜 여기만 안돼?" 아니면 "아, 몰라, 몰라, 난 모르니까 알아서 해줘!"나 "안 된다고? 여기 책임자 불러와! 나 사무실로 올라간다!"를 외쳤다. 게다가 더 꼴불견인 것은 비겁하게도 늘 여성 사서에게만 소리치고 짜증을 냈다. 사서가 여러 명 앉아 있어도 꼭 어린 여성 사서에게 가서 위의 말들을 쏟아내는데, 정말 못났다 싶으면서도 화가 났다. 첫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남은 것은 5-70대 남성 혐오일 지경이었다.


첫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직원들의 업무, 특히 개관연장 사서의 업무와 도서관이 돌아가는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직원들은 참 헌신적이었다(그렇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가 없는 곳인 것 같다.). 소리소리를 질러대는 어르신들은 문제만 해결해주면 괜찮아지니 너무 마음 상하지 말라고 하는 실 담당자는 만인을 긍휼이 여기는 부처님 같았달까? 달관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버텨내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산 넘고 물 건너 출근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거리가 멀었던 탓에 일 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었지만, 늦깎이 초보 사서를 편견 없이 대해주고 이것저것 잘 가르쳐준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멀리서도 늘 응원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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